창원중앙역에서 3000번 급행버스를 타고 20분이면 주남저수지에 도착한다. 그런 날이 있다면, 모처럼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빈 하루가 생긴다면 주남저수지를 마음에 새겨보자. 꽉 찬 추억을 선물해줄 것이다.
주남저수지를 찾은 천연기념물 재두루미 떼.
주남저수지를 찾은 천연기념물 재두루미 떼.
경남 창원은 우리나라 기계산업의 최대 집적지로 울산·부산·사천을 연결하는 대규모 기계공업단지가 있어 언뜻 푸르고, 깊은 자연환경을 지닌 곳으로 쉽게 연상되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 지역에는 인간사의 희로애락을 묵묵히 지켜보며 고고한 생명력을 흐트러뜨리지 않은 아름다운 곳들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우연히 이 아름다움을 찾았다면 이제 지켜보는 것도, 지켜주는 것도 인간의 소임 중 하나다.

겨울이면 약속이나 한 듯 만리타국에서 철새들이 날아와 주남저수지에 둥지를 튼다. 주남저수지는 총 3개 저수지로 이뤄졌으며, 서울 여의도 면적의 9배에 달할 만큼 규모가 엄청나다.

위로는 산남저수지 96만㎡, 가운데에 주남저수지(용산) 403만㎡, 그 아래로 동판저수지가 399만㎡ 규모로 자리하며, 총 유역면적 8640ha로 현재도 일부 농경지와 과수원에 농업용수를 공급한다.
철새들의 휴식처이자 식물의 보고, 주남저수지.
철새들의 휴식처이자 식물의 보고, 주남저수지.
주남저수지는 배후습지성 호수다. 람사르습지로 지정된 창녕 우포늪도 대표적인 배후습지다. 홍수로 넘쳐흐른 물이 물이 낮은 땅에 괴어 늪이나 습지를 형성하며 배후습지를 만든다.

물이 범람하며 퇴적물도 운반되는데 이때 무거운 것들은 자연제방이 되고, 가벼운 물질들은 자연제방 뒤쪽으로 자리를 마련하는 것이다. 주남저수지는 농업용수를 공급해주던 자연 늪으로, 마을 이름을 따서 산남늪, 용산늪, 가월늪이라 불렀다.

마을 주민들은 이곳에서 민물새우, 민물조개, 민물고기와 갈대, 억새와 같은 땔감을 얻기도 했다. 1970년대 후반 들어 주남저수지에 멸종위기 생물인 가창오리를 비롯해 수만 마리의 철새가 월동하면서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사르협약의 등록 습지 기준에 상회하는 동양 최대의 철새 도래지이자, 두루미류의 중간 기착지 및 재두루미의 월동지로서도 주목받게 된 것이다.
주남저수지를 찾은 천연기념물 재두루미 떼.
주남저수지를 찾은 천연기념물 재두루미 떼.

주남저수지를 비행하는 흰꼬리수리.
주남저수지를 비행하는 흰꼬리수리.
여름 철새인 알락할미새.
여름 철새인 알락할미새.
도심에서는 아무리 소원해도 한 번을 만나지 못하는 천연기념물 재두루미 떼와 역동적인 비행으로 시선을 사로잡는 천연기념물 흰꼬리수리도 주남저수지에서 만날 수 있다.

봄에는 노란 유채꽃이 만발하고, 여름에는 연꽃 무리가 신선의 세계 같다. 여름 철새는 3월에서 10월, 겨울 철새는 10월부터 다음 해 3월까지 주남저수지에 머무른다.
주남저수지 주변에 창원시가 조성한 면적 1만400㎡의 유채꽃길.
주남저수지 주변에 창원시가 조성한 면적 1만400㎡의 유채꽃길.
한여름 주남저수지의 연꽃 무리.
한여름 주남저수지의 연꽃 무리.
Travel Talk!
주남저수지의 생태계 환경에 대해 일목요연하게 배울 수 있는 주남저수지생태학습관을 방문해보자. 학습실, 탐험실 등 주요 공간에서 식물, 곤충, 철새 박제 표본을 만나고 동식물에 관한 영상물도 관람할 수 있다.

▶경남 창원시 의창구 동읍 주남로101번길 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