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들르는 곳이 아닌, 오롯한 목적지로서의 카페를 찾아서.

부산 영도 카페거리

내륙에서 4개의 다리를 각각 건너야만 통할 수 있는 영도에는 우리나라의 역사가 고스란히 녹아 있다. 첫 개항지인 부산항은 항공 운항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이전까지 모든 자원이 드나드는 통로이자 사람이 유일하게 바다를 건널 수있는 길목이었다. 일제강점기 일본의 군화에 짓밟힌 아픔을 간직한 땅이고, 6·25전쟁 당시 피란민의 새로운 보금자리가 되어준 곳이다.
The Having Coffee 통창에 담긴 부산 바다. 사진=성종윤
The Having Coffee 통창에 담긴 부산 바다. 사진=성종윤
하지만 1990년대 이후 수산업이 쇠락하 며 사람들이 빠져나가기 시작했고, 그 자리에는 빈집과 낡은 컨테이너만이 남았다. 이런 영도가 ‘커피섬’으로 탈바꿈하기 시작한 건 5년여 전쯤의 일이다. 부산항에 늘어선 빛바랜 폐공장은 독특한 콘셉 트와 커피 맛을 갖춘 카페로 변신했다.
해안가 절벽을 따라 공·폐가가 가득하던 흰 여울길에는 저마다의 오션 뷰를 자랑하는 카페가 들어섰다.

이들의 공통점은 부산의 정체성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맛과 풍경,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는 데 있다. 영도만의 감성을 찾아, 커피 향 가득 한 섬으로 떠나본다.

영도 카페거리 찾아가기
부산역에서 버스를 타면 부산항 인근 카페거리까지 25분 내외, 흰여울마을 카페거리까지는30분 정도 소요된다. 택시를 이용하면 약 15분 거리.

카페 트렌드 in 부산 영도

로스팅 과정까지 지켜볼 수 있는 모모스 로스터리&커피바. 사진=성종윤
로스팅 과정까지 지켜볼 수 있는 모모스 로스터리&커피바. 사진=성종윤
부산의 카페를 이야기하면서 ‘모모스 커피’를 빼놓을 수 없다. 한국인 최초로 ‘월드 바리스타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전주연 바리스타가 속한 모모스는 세계 유명 커피를 직거래로 직접 구매한다. 영도점의 문을 열고 들어서면 통유리를 통해 산지별 원두의 보관부터 로스팅, 패킹까지 모든 공정을 관찰할 수 있다.

무엇보다 특별한 건 바리스타 1:1 맨투맨 서비스다. 원두 소개, 커피가 내려지는 과정 등에 대해 바리스타의 설명을 들으며 약 15분간 여유로운 티타임을 만끽할 수 있다. 정우진 모모스 커피 MD는 “웨이팅이 부담스럽다면 주문 즉시 음료가 제조되는 ‘모모스 퀵’ 서비스를 이용해도 좋다”고 설명했다.
[카페투어] 부산 영도에서 찾은 '커피 보물섬 지도'
“‘정해지지 않은 일상의 기록’이라는 이름에 담긴 것처럼, 머무르는 사람에 따라 각각 다른 장소로 기억됐으면 해요.” 오재민 대표의 바람대로 ‘무명일기(無名日記)’는 음식과 디자인, 문화가 있는 복합공간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한식 브런치 메뉴인 ‘영도소반’에는 영도의 정체성이 깃들었다. “영도의 이야기를 한 상에 담고 싶었어요. 예를 들면 국내 최초로 고구마를 재배한 곳이 영도라든가, 제주 해녀가 영도에 정착하게 된 사연 같은 것들이요.” 소반에 오밀조밀 담긴 로컬푸드를 맛보며 영도의 역사를 되짚어보는 맛이 쏠쏠하다.
정원 뷰가 매력적인 리케이온. 사진=성종윤
정원 뷰가 매력적인 리케이온. 사진=성종윤
조경학을 전공한 김은주·김수진 부부는 30년 된 주택을 리모델링해 ‘리케이온’을 창조했다.빨간 벽돌 건물을 둘러싼 600여 종의 식물이 환상적인 정원 뷰를 선사하고, 얼마나 아늑한지 동네 고양이도 잠시 쉬어가는 곳이다.

카페 곳곳 두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 전 세계를 여행하며 직접 촬영한 정원 사진이 벽을 따라 걸려 있고, 서재를 가득 채운 책이 포근한 분위기를 더한다. ‘식물 멍’을 때리며 맛보는 커피와 휘낭시에의 조화가 완벽하다. 카페에서는 정기적으로 정원 아카데미도 진행된다. 푸른 정원 속에서 일상의 평화를 찾길 바라는 부부의 따뜻한 마음이 담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