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청문회' 주총 시즌 개막…경영권·주주환원 표대결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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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밸류업'에 기업도 배당 확대·자사주 소각…주주제안 잇따라
관료 출신 사외이사 영입 활발…신사업 진출 대비 사업목적 추가도 국내 기업의 '청문회'로 불리는 3월 정기 주주총회 시즌 개막이 임박하면서 주요 상장사들도 분주해졌다.
특히 올해는 경영권과 주주환원 등을 놓고 치열한 표 대결이 예고돼 있어 막판까지 힘겨루기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들은 자사주 소각 등 주주환원책을 내놓는 한편, 관료 출신 사외이사 영입과 신사업 진출 등도 추진한다.
◇ 기업, 배당 확대·자사주 소각 잇따라…경영권 갈등 표대결 앞둬
10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20일)를 비롯한 상장사들이 차례로 주총을 열어 재무제표 승인, 정관 변경, 이사 선임, 이사 보수한도 승인 등의 안건을 상정한다.
정부가 한국 증시의 저평가 현상을 해소하기 위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추진 중인 가운데 기업들은 잇따라 배당 확대, 자사주 소각 등의 주주가치 제고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현대차는 작년 기말 배당금을 역대 최대인 보통주 기준 주당 8천400원으로 정했고, 기아 역시 기말 배당금을 5천600원으로 책정, 전년 대비 2천100원 올린다.
SK이노베이션은 2011년 출범 이후 처음으로 7천936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전량 소각하기로 했고, 삼성물산도 자사주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약 1조원 이상 규모를 소각할 예정이다.
HD현대건설기계, SM엔터테인먼트 등도 자사주 소각 계획을 발표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SK텔레콤 등은 주총에 이사 보수한도를 축소하는 안건을 상정하기로 했다.
이런 가운데 행동주의 펀드와 소액주주들은 주주환원 강화, 이사 선임 등을 요구하는 주주제안을 내놓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조카의 난'을 겪은 금호석유화학은 올해도 사실상 경영권 분쟁이 예고된 상태다.
행동주의펀드 차파트너스자산운용(이하 차파트너스)은 박철완 전 금호석유화학 상무로부터 권리를 위임받아 이사회 결의가 없어도 주총 결의만으로 자사주를 소각할 수 있도록 정관을 변경하고, 올해 말까지 자사주의 50%를 소각한 뒤 내년 말까지 나머지 50%를 소각하는 안 등을 주주제안으로 제출했다.
박 전 상무는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의 조카이자 개인 최대주주로, 2021년과 2022년 주총에서 박 회장 측과 맞붙은 바 있다.
금호석유화학이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기존에 보유한 자기주식의 50%를 3년간 분할 소각하고, 5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소각 목적으로 추가 취득한다고 발표한 데 대해서도 차파트너스는 "나머지 절반은 왜 소각하지 않는 것인지, 백기사에 넘겨 우호지분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어 매우 우려스럽다"고 주장했다.
이에 금호석유화학은 지난 8일 입장문을 내고 "차파트너스가 사실상 박 전 상무 개인을 대리해 움직이는 것과 다를 바 없고 차파트너스가 주장하는 소액주주 가치 제고와 무관하다"고 반박하는 등 22일 주총을 앞두고 신경전이 이어지고 있다.
고려아연 경영권을 놓고 지분 매입 경쟁을 벌여온 고려아연과 영풍도 오는 19일 고려아연 주총에서 표 대결을 예고한 상태다.
고려아연은 주당 5천원의 결산 배당, 신주 발행을 외국 합작법인만을 대상으로 제한하는 현재 정관을 삭제하는 안건을 정기주총 안건으로 상정할 예정이며, 동업자 가문인 영풍 측은 이에 대해 "주주권익의 심각한 침해와 훼손이 우려된다"며 반대 의사를 밝혔다.
한미약품그룹과 OCI그룹 간 통합을 놓고 불거진 경영권 갈등은 주주총회로도 이어지는 분위기다.
양측의 통합 결정 과정에서 배제된 고(故) 임성기 한미약품그룹 창업주의 장남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과 차남 임종훈 한미정밀화학 대표는 각각 한미약품과 한미사이언스의 각자 대표이사로 직접 경영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히고 자신들을 포함한 6명을 한미사이언스 이사 후보로 추천하는 주주제안을 보냈다.
이에 대해 한미그룹 측은 "임 사장이 경영권 분쟁 상황을 만들어 인위적으로 주가를 끌어올리고, 이를 통해 채무를 해결하는 등 한미그룹을 개인 이익에 활용하려는 의도가 있어 보인다"며 유감의 뜻을 밝히기도 했다.
KT&G는 차기 사장 후보인 방경만 총괄부문장(수석부사장)의 대표이사 사장 선임안을 놓고 오는 28일 주총에서 표대결이 예상된다.
이례적으로 사내·사외이사 통합 집중투표제가 도입된 가운데 최대주주인 기업은행과 행동주의 펀드 FCP가 연합 전선을 구축한 상황이다.
이밖에 시티오브런던 등 행동주의 펀드 5곳이 연합해 삼성물산에 배당 증액과 자사주 소각을 요구하고 나서기도 했다.
오는 15일 열리는 주총에서 삼성물산과 행동주의펀드 간 표대결이 이뤄질 전망이지만, 펀드 5곳의 합산 지분이 1.5%에 미치지 못해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높지 않은 상태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은 태광산업에 사외이사 2명과 사내이사 1명을 후보로 추천하는 주주제안을 했다.
◇ 관료 출신 사외이사 영입 잇따라…신사업 진출 추진도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료 출신 사외이사 영입도 잇따르고 있다.
삼성전자는 기획재정부 1차관과 금융위원회 위원장 등을 지낸 신제윤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을 사외이사 후보로 내정했다.
삼성전자는 "시시각각 변하는 글로벌 경제 흐름 속에서 리스크를 관리하고 전략적인 제안이 중요해진 만큼 신 후보는 금융·재정 전문가로서 회사의 자금 운용 및 글로벌 전략 등 다양한 방면에서 전문적인 조언을 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사유를 밝혔다.
삼성전기는 정승일 전 한국전력공사 사장을, 삼성중공업은 윤상직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각각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했다.
LS일렉트릭은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을, HD현대인프라코어는 성윤모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각각 영입했다.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가 매출 상위 30대 그룹의 237개 계열사 중 지난 4일까지 신규 사외이사를 추천한 71곳의 주총 소집결의서를 분석한 결과, 신규 추천 사외이사 103명 가운데 39.8%(41명)가 전직 관료 출신인 것으로 집계됐다.
기업들은 정관 변경 안건을 내놓고 신사업 진출도 예고했다.
롯데케미칼은 향후 청정 암모니아 관련 신규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사업 목적에 '수소 및 수소화합물 등의 제조, 판매 및 관련 용역의 제공 등 부대사업'을 추가하기로 했고, 롯데정밀화학도 외항화물운송사업, 선박연료공급업, 수소 및 수소에너지 사업을 추가할 예정이다.
포스코퓨처엠은 사업 영역 확장에 대비해 이차전지 소재 원료 제조·판매, 수출입업, 가공업 등을, HD현대는 신재생에너지 전력구매계약(PPA) 사업 등을 추진하기 위해 신재생에너지 개발, 중개, 매매, 공급업, 발전업, 설비 임대 등을 각각 사업 목적에 추가하기로 했다.
LS에코에너지는 정관 변경을 통해 사업 목적에 인터넷데이터센터(IDC) 관련 투자 사업과 합금소재 판매사업, 초전도체 케이블 관련 사업 등을, 현대글로비스는 폐전지 판매·재활용업, 비철금속제품의 제조·판매업을 추가한다.
/연합뉴스
관료 출신 사외이사 영입 활발…신사업 진출 대비 사업목적 추가도 국내 기업의 '청문회'로 불리는 3월 정기 주주총회 시즌 개막이 임박하면서 주요 상장사들도 분주해졌다.
특히 올해는 경영권과 주주환원 등을 놓고 치열한 표 대결이 예고돼 있어 막판까지 힘겨루기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들은 자사주 소각 등 주주환원책을 내놓는 한편, 관료 출신 사외이사 영입과 신사업 진출 등도 추진한다.
◇ 기업, 배당 확대·자사주 소각 잇따라…경영권 갈등 표대결 앞둬
10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20일)를 비롯한 상장사들이 차례로 주총을 열어 재무제표 승인, 정관 변경, 이사 선임, 이사 보수한도 승인 등의 안건을 상정한다.
정부가 한국 증시의 저평가 현상을 해소하기 위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추진 중인 가운데 기업들은 잇따라 배당 확대, 자사주 소각 등의 주주가치 제고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현대차는 작년 기말 배당금을 역대 최대인 보통주 기준 주당 8천400원으로 정했고, 기아 역시 기말 배당금을 5천600원으로 책정, 전년 대비 2천100원 올린다.
SK이노베이션은 2011년 출범 이후 처음으로 7천936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전량 소각하기로 했고, 삼성물산도 자사주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약 1조원 이상 규모를 소각할 예정이다.
HD현대건설기계, SM엔터테인먼트 등도 자사주 소각 계획을 발표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SK텔레콤 등은 주총에 이사 보수한도를 축소하는 안건을 상정하기로 했다.
이런 가운데 행동주의 펀드와 소액주주들은 주주환원 강화, 이사 선임 등을 요구하는 주주제안을 내놓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조카의 난'을 겪은 금호석유화학은 올해도 사실상 경영권 분쟁이 예고된 상태다.
행동주의펀드 차파트너스자산운용(이하 차파트너스)은 박철완 전 금호석유화학 상무로부터 권리를 위임받아 이사회 결의가 없어도 주총 결의만으로 자사주를 소각할 수 있도록 정관을 변경하고, 올해 말까지 자사주의 50%를 소각한 뒤 내년 말까지 나머지 50%를 소각하는 안 등을 주주제안으로 제출했다.
박 전 상무는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의 조카이자 개인 최대주주로, 2021년과 2022년 주총에서 박 회장 측과 맞붙은 바 있다.
금호석유화학이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기존에 보유한 자기주식의 50%를 3년간 분할 소각하고, 5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소각 목적으로 추가 취득한다고 발표한 데 대해서도 차파트너스는 "나머지 절반은 왜 소각하지 않는 것인지, 백기사에 넘겨 우호지분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어 매우 우려스럽다"고 주장했다.
이에 금호석유화학은 지난 8일 입장문을 내고 "차파트너스가 사실상 박 전 상무 개인을 대리해 움직이는 것과 다를 바 없고 차파트너스가 주장하는 소액주주 가치 제고와 무관하다"고 반박하는 등 22일 주총을 앞두고 신경전이 이어지고 있다.
고려아연 경영권을 놓고 지분 매입 경쟁을 벌여온 고려아연과 영풍도 오는 19일 고려아연 주총에서 표 대결을 예고한 상태다.
고려아연은 주당 5천원의 결산 배당, 신주 발행을 외국 합작법인만을 대상으로 제한하는 현재 정관을 삭제하는 안건을 정기주총 안건으로 상정할 예정이며, 동업자 가문인 영풍 측은 이에 대해 "주주권익의 심각한 침해와 훼손이 우려된다"며 반대 의사를 밝혔다.
한미약품그룹과 OCI그룹 간 통합을 놓고 불거진 경영권 갈등은 주주총회로도 이어지는 분위기다.
양측의 통합 결정 과정에서 배제된 고(故) 임성기 한미약품그룹 창업주의 장남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과 차남 임종훈 한미정밀화학 대표는 각각 한미약품과 한미사이언스의 각자 대표이사로 직접 경영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히고 자신들을 포함한 6명을 한미사이언스 이사 후보로 추천하는 주주제안을 보냈다.
이에 대해 한미그룹 측은 "임 사장이 경영권 분쟁 상황을 만들어 인위적으로 주가를 끌어올리고, 이를 통해 채무를 해결하는 등 한미그룹을 개인 이익에 활용하려는 의도가 있어 보인다"며 유감의 뜻을 밝히기도 했다.
KT&G는 차기 사장 후보인 방경만 총괄부문장(수석부사장)의 대표이사 사장 선임안을 놓고 오는 28일 주총에서 표대결이 예상된다.
이례적으로 사내·사외이사 통합 집중투표제가 도입된 가운데 최대주주인 기업은행과 행동주의 펀드 FCP가 연합 전선을 구축한 상황이다.
이밖에 시티오브런던 등 행동주의 펀드 5곳이 연합해 삼성물산에 배당 증액과 자사주 소각을 요구하고 나서기도 했다.
오는 15일 열리는 주총에서 삼성물산과 행동주의펀드 간 표대결이 이뤄질 전망이지만, 펀드 5곳의 합산 지분이 1.5%에 미치지 못해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높지 않은 상태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은 태광산업에 사외이사 2명과 사내이사 1명을 후보로 추천하는 주주제안을 했다.
◇ 관료 출신 사외이사 영입 잇따라…신사업 진출 추진도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료 출신 사외이사 영입도 잇따르고 있다.
삼성전자는 기획재정부 1차관과 금융위원회 위원장 등을 지낸 신제윤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을 사외이사 후보로 내정했다.
삼성전자는 "시시각각 변하는 글로벌 경제 흐름 속에서 리스크를 관리하고 전략적인 제안이 중요해진 만큼 신 후보는 금융·재정 전문가로서 회사의 자금 운용 및 글로벌 전략 등 다양한 방면에서 전문적인 조언을 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사유를 밝혔다.
삼성전기는 정승일 전 한국전력공사 사장을, 삼성중공업은 윤상직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각각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했다.
LS일렉트릭은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을, HD현대인프라코어는 성윤모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각각 영입했다.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가 매출 상위 30대 그룹의 237개 계열사 중 지난 4일까지 신규 사외이사를 추천한 71곳의 주총 소집결의서를 분석한 결과, 신규 추천 사외이사 103명 가운데 39.8%(41명)가 전직 관료 출신인 것으로 집계됐다.
기업들은 정관 변경 안건을 내놓고 신사업 진출도 예고했다.
롯데케미칼은 향후 청정 암모니아 관련 신규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사업 목적에 '수소 및 수소화합물 등의 제조, 판매 및 관련 용역의 제공 등 부대사업'을 추가하기로 했고, 롯데정밀화학도 외항화물운송사업, 선박연료공급업, 수소 및 수소에너지 사업을 추가할 예정이다.
포스코퓨처엠은 사업 영역 확장에 대비해 이차전지 소재 원료 제조·판매, 수출입업, 가공업 등을, HD현대는 신재생에너지 전력구매계약(PPA) 사업 등을 추진하기 위해 신재생에너지 개발, 중개, 매매, 공급업, 발전업, 설비 임대 등을 각각 사업 목적에 추가하기로 했다.
LS에코에너지는 정관 변경을 통해 사업 목적에 인터넷데이터센터(IDC) 관련 투자 사업과 합금소재 판매사업, 초전도체 케이블 관련 사업 등을, 현대글로비스는 폐전지 판매·재활용업, 비철금속제품의 제조·판매업을 추가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