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왜 음모론에 끌리는가…'썰의 흑역사'
[신간] 남극서 살아남은 개들…'그 개의 이름은 아무도 모른다'
▲ 그 개의 이름은 아무도 모른다 = 가에쓰 히로시 지음. 기타무라 다이이치 감수. 염은주 번역.
일본이 남극 탐사를 위해 파견한 첫 월동대는 1958년 2월 썰매를 끌던 개 15마리를 묶어두고 쇼와 기지를 떠난다.

원래는 2차 월동대가 들어와 개들과 함께 활동할 계획이었지만 악천후로 이들의 투입이 좌절되면서 개들은 쇠사슬에 묶인 채 극한의 추위 속에 남겨진다.

그로부터 약 1년 뒤인 1959년 3월 쇼와 기지에 3차 관측대가 파견된다.

이들은 개가 전부 죽었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놀랍게도 2마리가 살아 있었다.

'그 개의 이름은 아무도 모른다'는 일본 열도를 들끓게 했던 쇼와 기지 썰매 개 사건의 뒷이야기를 담았다.

3차 관측대는 살아남은 2마리를 제외한 13마리 중 7마리의 사체를 눈과 얼음 속에서 찾아냈다.

한 마리를 해부했더니 사인이 아사였다.

나머지 6마리는 목줄 등의 흔적만 남기고 사라진 상태였고 결국 행방불명으로 처리됐다.

[신간] 남극서 살아남은 개들…'그 개의 이름은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1968년 개 한 마리의 사체가 추가로 발견된다.

2마리 외에 제3의 개가 한동안 생존해 있었을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대학원생 시절 1차 월동대로 참여해 썰매 개를 돌봤고, 3차 관측 대원으로 쇼와 기지에 다시 파견돼 살아남은 2마리와 재회했던 기타무라 다이이치(北村泰一)는 이 소식을 14년이나 지난 뒤 듣는다.

대학 교수가 된 기타무라는 인간을 위해 헌신하다 방치돼 쓸쓸한 죽음을 맞이한 제3의 개가 15마리 중 어느 개체인지를 밝히기 위해 기억을 더듬고 자료를 수집하지만 이렇다 할 단서를 찾지 못하고 시간만 흘러간다.

당시 상황을 기억하는 대원들은 고령으로 하나둘 세상을 떠나고 어느덧 여든을 훌쩍 넘긴 기타무라는 지방지 기자인 지은이에게 제3의 개와 관련된 진실을 밝혀달라고 부탁한다.

책은 최초에 발견된 2마리가 1년 동안 무엇을 먹으며 살아남았는지를 규명하고 제3의 개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과거 기록과 증언을 샅샅이 훑는다.

남극에 대한 경험이 사실상 전무한 상태에서 기지를 개척한 1차 파견 대원들의 분투와 썰매를 끌도록 개를 훈련하는 과정에서 겪은 여러 시행착오 등이 생생하게 기록돼 있다.

북멘토. 392쪽.
[신간] 남극서 살아남은 개들…'그 개의 이름은 아무도 모른다'
▲ 썰의 흑역사 = 톰 필립스·존 엘리지 지음. 홍한결 옮김.
2021년 1월 6일 미 상원 회의장 의장석에서는 얼굴에 붉은색, 흰색, 푸른색 무늬를 칠하고 웃통을 벗고 뿔이 달린 털가죽 모자를 쓴 남성이 기도의식을 이끌고 있었다.

통상이라면 상원의장을 겸임하는 부통령이 지키고 있어야 할 자리를 차지한 것은 해군 복무 이력이 있는 제이크 앤젤리라는 남성이었다.

미국 민주주의 역사를 휘청거리게 한 초유의 의사당 점거 사태는 어쩌다 벌어지게 됐을까.

거슬러 올라가면 도널드 트럼프 캠프에서 시작된 것으로 의심되는, 민주당이 선거를 도둑질하려고 한다는 음모론과 마주하게 된다.

[신간] 남극서 살아남은 개들…'그 개의 이름은 아무도 모른다'
신간 '썰의 흑역사'는 대중들이 음모론을 신봉하게 된 사례를 통해 인간을 오류에 빠뜨리는 인지적 편향의 위력을 돌아보게 한다.

음모론은 강력한 생명력을 지녔다.

예를 들면 미확인 비행물체(UFO)나 감염병 등에 관한 괴담은 지속적으로 세인의 관심을 끌고 있다.

지구가 둥글다는 것은 기원전 4세기에 아리스토텔레스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오랜 기간 상식으로 자리를 잡았지만 19세기 무렵 지구가 평평하다는 주장은 다시 추종자를 끌어모았고 지구평면학회는 2009년에 신규 회원 모집을 시작하기도 했다.

가짜 정보가 범람하는 가운데 근거 없는 소문에 혹하기 쉬운 현대인들에게 저자들은 경고한다.

"우리 누구도 음모론에 빠지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

당신이 정치적으로 좌파든 우파든 중도든 마찬가지다.

우리 뇌는 패턴 찾기에 워낙 능해서 때로는 존재하지 않는 패턴도 보인다고 착각한다.

"
윌북. 352쪽.
[신간] 남극서 살아남은 개들…'그 개의 이름은 아무도 모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