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단 "총리 사임 안하면 내전 불사"…이웃 도미니카공화국, 국경 감시 강화
美, 사임 압박받는 '갱단 천하' 아이티 총리에 "과도정부 구성"
점증하는 갱단 폭력으로 황폐해진 카리브해 섬나라 아이티에서 아리엘 앙리 총리가 거센 사임 압력에 직면한 가운데 미국 정부가 새로운 통치 구조로의 신속한 전환을 촉구했다.

AP·AFP·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매슈 밀러 미 국무부 대변인은 6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우리는 아이티 총리가 현재의 안보 상황을 해결하고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위한 노정을 따르기 위한 거버넌스 구조 전환을 가속하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밀러 대변인은 아이티 갱단 핵심 요구인 '앙리 총리 사임'과 관련해서는 "우리는 (총리에게) 사임을 요구하거나 강요하지 않을 것"이라며, 대신 포용적인 형태의 '과도 위원회' 성격의 정부 조직을 구성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수도 포르토프랭스를 비롯한 아이티 곳곳에서 무장 폭력을 주도하는 갱단 연합체, 'G9'의 수괴 지미 셰리지에는 전날 현지 취재진에게 "앙리가 총리직에서 물러나지 않고 국제사회가 계속해 앙리를 지지한다면, 그들(국제사회)은 우리를 큰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내전으로 끌어들이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카리브공동체(카리콤·CARICOM) 정상회의 참석과 치안 인력 파견 협의 등을 위해 세인트빈센트 그레나딘과 케냐 등을 방문했던 앙리 총리는 현재 미국령 푸에르토리코에 머물고 있다.

美, 사임 압박받는 '갱단 천하' 아이티 총리에 "과도정부 구성"
앙리 총리는 애초 미국에서 도미니카공화국으로 이동해 헬기를 타고 귀국하려 했으나, 확실한 비행 계획을 받지 못한 도미니카공화국 측의 '무기한 중간 기착 불가' 방침에 비행 중 상공에서 푸에르토리코로 방향을 틀었다고 로이터는 보도했다.

도미니카공화국과 아이티는 카리브해에서 두 번째로 큰 섬인 히스파니올라(이스파뇰라)섬의 동쪽과 서쪽을 각각 차지하고 있는 이웃이다.

도미니카공화국 국방부는 이날 성명에서 "현재 국경 감시를 강화한 상태"라며 "육로를 통한 상인이나 물자 흐름이 평소보다 적지만, 국경 통행은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로이터는 아이티 언론매체 반트 베프를 인용, 마약 밀매죄 등으로 미국에서 복역한 뒤 최근 아이티로 돌아온 기 필립이 'BSAP'라는 조직을 통해 과도 정부 헤게모니 장악에 나섰다고 전했다.

기 필립은 2004년 쿠데타 세력에 쫓겨나 망명한 장 베르트랑 아리스티드 대통령 이후 아이티 반정부 세력을 규합했던 인물이다.

제네바에 본부를 둔 반(反)조직 범죄 기관 '글로벌 이니셔티브'는 최근 보고서에서 BSAP에 공식적으로 등록된 요원이 최대 6천명 정도로 추정되지만, 전체 규모나 무장 방식은 아직 불분명하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