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6%포인트 전격 인상, 긴축 드라이브
IMF, 이집트 구제금융 규모 30억→80억달러로 상향
외환 위기 이집트, 금리 깜짝인상에 환율도 시장에 맡기기로(종합)
외환위기를 겪는 이집트에서 6일(현지시간) 중앙은행발 깜짝 조치가 잇따랐다.

이집트 중앙은행(CBE)은 이날 예정에 없던 특별 통화 정책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27.25%로 6%포인트 전격 인상했다.

CBE는 성명을 통해 "디스인플레이션(물가상승 둔화)을 조기에 추진하고 기조 물가 완화를 위해 통화 긴축 절차에 속도를 내기로 결정했다"고 취지를 밝혔다.

CBE는 또 환율을 유연화하겠다는 약속을 이행하는 차원에서 파운드화 가치를 전적으로 시장이 결정할 수 있게 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장기화하는 외화 부족 속에 물가가 가파르게 치솟고 중앙은행 고시 환율과 암시장 환율 간 격차가 커진 상황을 고려한 조치로 보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대유행과 우크라이나 전쟁을 거치면서 이집트는 극심한 외화 부족에 시달렸고 물가상승률은 연간 30%를 웃돌았다.

이에 이집트 정부가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을 신청하고 아랍권 부국들의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역부족이었다.

또 1년 가까이 유지해온 중앙은행 고시 환율(1달러당 30.9파운드)과 암시장의 환율 간에 큰 격차가 생겼다.

최근에는 암시장에서 일시적으로 환율이 1달러당 70파운드 선까지 뛰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말 이집트 정부가 북부 해안의 땅 일부를 아랍에미리트(UAE)에 350억달러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하면서 외환 시장에 숨통이 트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환율을 시장에 맡기겠다는 중앙은행 발표 후 이날 암시장 환율은 달러당 50파운드 이상 수준에서 유지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조치 이후 달러 유통이 순조롭게 이뤄져 환율이 안정될지는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골드만삭스의 파루크 수사 이코노미스트는 "환율이 어느 수준에서 안정화할지 지켜봐야 한다"며 "달러당 45∼50파운드 선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날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뒤 시중은행에서는 첫 해 이자율 30%짜리 예금증서 상품이 나오기도 했다.

중앙은행의 특별 조치 발표 직후엔 국제통화기금(IMF)의 이집트 구제금융 규모 확대 발표가 이어졌다.

IMF와 이집트 정부는 구제금융 규모를 기존의 30억달러에서 80억달러로 늘리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IMF의 이집트 책임자인 이반나 블라드코바 홀라는 모스타파 마드불리 이집트 총리와 합의 내용을 발표한 뒤 이집트 측의 환율 유연화 조처를 환영한다며 "이번 조치가 외화 공급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