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 랠리에 가려 있던 유럽 증시를 주목하는 투자자가 늘고 있다. 미국 증시에 비해 아직 상승 여력이 있다는 점에서다. 다만 월가에서는 상대적으로 ‘싸다’는 점만 보고 유럽 증시에 투자하는 것은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JP모간은 유로존 증시에 대한 투자 의견을 ‘비중 축소’로 조정했다. 유럽 전역에서 경제적 불안이 감지되고 있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영국은 이미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하며 기술적 경기침체에 빠졌다. 프랑스도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1% 낮췄다. 독일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독일 중앙은행인 분데스방크는 독일 경제가 해외 수요 감소와 소비 둔화, 고금리에 따른 투자 위축 등으로 경기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금융주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유럽 내 경기 침체가 가시화하면서 경기 민감주인 금융주 투자 심리가 꺾일 것이라는 관측이다. 올해 주요국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하가 예상되는 만큼 이익 모멘텀이 지금보다 약화할 것으로 봤다. 경기 침체 먹구름이 짙어지면서 유럽연합(EU)은 조기 인하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JP모간은 유럽 금융주 가운데서도 BNP파리바, 스벤스카 한델스방켄, 뱅크오브아일랜드그룹을 ‘걸러야 할’ 투자처로 꼽았다. 실제 지난 한 해 주가가 13.95% 뛴 BNP파리바는 올해 들어 12% 이상 하락하며 상승폭 대부분을 되돌렸다. 유럽에 대한 부정적인 증시 전망에도 JP모간은 토탈에너지스, 다쏘시스템, 런던증권거래소그룹, 도이치텔레콤, 헬로프레시 등 5개 종목은 유망할 것으로 평가했다 애널리스트 평균 목표주가를 적용하면 독일 밀키트 업체 헬로프레시, 프랑스 에너지 기업 토탈에너지스는 각각 93.6%, 21.5% 상승 여력이 있는 것으로 나온다.

유럽 증시 역시 올해 사상 최고 수준으로 올랐다. 지난 26일 미국 S&P500지수에 대응되는 범유럽 지수인 스톡스유럽600은 497.25를 기록했다. 네덜란드 반도체 업체 ASML, 덴마크 제역사 노보노디스크 등이 증시를 주도하고 있다는 평가다.

이지효 기자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