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다음 주 홍콩 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주가연계증권(ELS) 관련 책임분담 기준안(배상안)이 공개됩니다.

원래 지난달 말 발표가 유력했지만, 판매사에 대한 현장검사가 연장되면서 시점이 조금 미뤄졌죠.

김 기자, 일괄 배상은 없다면서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홍콩 ELS 투자자 손실 배상안을 오는 11일 발표하겠다고 전날 밝혔는데요. 일괄 배상은 고려하지 않는다고 못 박았습니다.

배상 비율은 0~100%까지 차등화될 수 있다고 강조했는데요. 경우에 따라 배상을 아예 못 받는 투자자도 생길 수 있는 겁니다.

이 원장은 현재 "연령층, 투자 경험, 투자 목적, 창구에서 어떤 설명을 들었는지 등 수십 가지 요소를 매트릭스에 반영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그는 "어떤 경우에 소비자가 더 많은 책임을 져야 하고, 어떤 경우 은행·증권사가 책임져야 하는지 정리하고 있다"고 덧붙였는데요.

금융소비자보호법에 따라 투자자의 자기책임 원칙과 금융회사의 소비자 보호 의무를 두고 적정 비율을 매트릭스 방식으로 조합하는 배상안이 나올 예정입니다.

<앵커>

금감원이 과거 DLF(해외 금리연계파생상품) 사태 때 제시한 일괄적인 배상안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겠습니다. 배상을 못 받는 경우도 생기겠죠.

김 기자, 이번 ELS 사태 여파로 ELS 발행량이 반토막 났다면서요?

<기자>

네, 한 달 만에 44%가 줄어들었습니다.

지난달 ELS 발행 금액은 9,350억 원으로 집계되는데요. 지난 1월에 약 1조 7천억 원이었는데, 절반 수준에 그친 겁니다. 전년 동기(2조 2,020억 원)와 비교하면 58% 감소했는데요.

지난달 전체 ELS 발행액 규모가 1조 원을 밑도는데,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미친 지난 2009년 5월 이후 최저치 기록입니다.

이처럼 ELS 발행량이 급격하게 줄어든 것은 지난 2021년 판매된 홍콩H지수 연계 ELS에서 대규모 손실이 발생했기 때문인데요.

불완전 판매 논란까지 불거지자 올 초부터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 신한은행 등 주요 은행들은 하나둘씩 ELS 판매에 손을 떼기 시작했습니다.

올 상반기에만 홍콩 ELS의 만기 상환 금액이 10조 원에 넘게 집중돼 있는데요. 현재 손실률을 적용하면 5조 원이 넘는 손실이 예상됩니다.

그동안 ELS는 은행 판매에 의존해 왔죠. 이 때문에 ELS를 설계·운용하는 증권사의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홍콩H지수가 전날 기준 5,560선에서 마감했는데요. 지난 2021년 고점과 비교하면 여전히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입니다.

판매를 중단한 주요 시중은행과 달리 대다수 증권사는 ELS를 꾸준히 발행하고 있는데, 배상안에 대한 반응은 어떻습니까?

<기자>

일단 금감원이 발표하는 배상안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는 입장입니다.

증권사들은 안정적인 수익을 바라는 고객들에게 ELS 상품을 권유한 은행과는 다르다고 강조하고 있는데요. ELS를 발행하는 이유도 중위험·중수익 상품을 추구하는 투자자들의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목적 때문이라는 설명입니다.

하지만 금감원이 증권사를 통해 가입한 투자자들을 배상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은 성급한 결론이라고 밝힌 만큼 증권사도 불완전판매 책임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는 분석이 나오는데요.

실제로 금감원은 홍콩 ELS 상품 손실과 관련해 은행뿐만 아니라 증권사 6곳(한국투자·미래에셋·삼성·KB·NH투자·신한투자증권) 등에 대해서도 2차 현장검사를 진행했죠.

이 결과를 바탕으로 다음 주 월요일 배상안이 나올 예정인데요. 은행권과 증권사 모두 ELS 판매 과정에서 '적합성 원칙'을 얼마나 잘 지켰는지에 따라 배상 범위나 수준이 달라질 전망입니다.


김대연기자 bigkite@wowtv.co.kr
"홍콩 ELS 배상 0~100%까지"…발행량은 '반토막' [이슈N전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