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양도제한부주식유닛' 기업 자율에 맡겨야
미국 애플은 2020년 이후 임직원에게 자기 회사 주식 1억8000만 주를 부여했다. 메타는 1억4900만 주, 아마존은 4억500만 주, 테슬라는 1845만 주를 각각 지급했다. 애플 최고경영자(CEO) 팀 쿡은 51만1000주, 메타의 수잔 리 최고재무책임자(CFO)는 6만5645주, 아마존 부대표 데이비드 자볼스키는 5만5120주, 테슬라 부사장 주샤오퉁은 2633주를 받았다. 부여 방식은 모두 ‘양도제한부주식유닛(RSU)’이었다(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 공시자료).

RSU는 임직원 성과 보상을 주식과 연계하는 제도다. 일정 기간 양도를 제한하는 조건으로 회사가 임직원에게 직접 주식을 지급하는 제도다. 비슷한 제도인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이 우리 상법에 도입돼 있다. 스톡옵션은 그 부여와 행사에 제약이 많고, 주식을 매입할 목돈이 필요한 것도 불편해 요즘 이 제도가 거의 이용되지 않는다.

일본 소니그룹 보수위원회는 2022년 6월 RSU 제도를 도입하기로 결의하고, 임직원에게 RSU를 부여하기 시작했다. 그 동기가 재미있다. 미국 현지법인 사원이 미국 경쟁 기업은 RSU를 채택해 직원들의 만족도가 높은데, RSU를 도입하지 않은 소니는 인재 획득 경쟁에서 불리하다고 경영진에 제보한 것이 계기가 됐다. ‘스러져가던 일본 소니, 24년 만에 부활 … 영업이익, 삼성전자 앞섰다’ ‘영업이익이 10년 새 50배나 늘어나’ 같은 뉴스가 나오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소니는 사외이사까지 지급 대상으로 한다. 2022년 기준 미국 시가총액 상위 250개 기업의 68%가 양도제한부주식 제도를 이용하고 있다.

일본은 2016년과 2017년 세법 개정으로 모든 주식 보수에 대해 ‘손금산입’을 인정, 도쿄증권거래소 프라임시장 상장회사의 31% 정도가 RSU를 도입했다. 이런 노력이 있었기에 일본 주식시장이 ‘밸류업’된 것이다.

이처럼 일본은 세법까지 고쳐가며 임직원 성과 보상으로 주식 부여를 촉진하고 있는 데 비해, 더불어민주당의 이용우 의원은 ‘RSU 규제법안’을 연속적으로 내놨다. 이 법률들이 통과되면 아마도 세계 유일한 RSU 규제법이 될 터다.

RSU가 ‘재벌 편법상속 수단’으로 악용될 것을 우려한 것이다. 헛된 걱정이다. 이사회 결의만 있으면 신주의 제3자 발행이 자유로운 미국은 대부분 신주 발행 방식으로 RSU를 부여한다. 일본도 신주 발행이 비교적 자유로워 신주 발행 방식과 자기주식 처분 양자를 같이 활용한다.

그러나 한국은 신주의 제3자 발행을 원칙으로 금지하므로 자기주식만 활용할 수밖에 없다. 자기주식은 배당가능이익 내에서만 취득할 수 있고, 그 취득과 처분은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 공시사항이어서 면밀하게 추적·감시된다. 이런 상황에서 RSU를 이용한 재벌 편법상속 운운은 한국 자본시장 사정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하는 소리로, 반재벌·반대기업 감정만 부추길 뿐이다. 오너 경영인에게만 현금으로 보상해야 한다면 그 자체가 특혜 아닐까. RSU에 대비해 회사는 꾸준히 자기주식을 취득해야 하니 주주가치 제고에도 도움이 된다.

지금은 세계시장을 선점하는 대기업을 가진 국가가 흥하고, 그런 기업이 없는 국가는 가난에 시달리는 경제 전쟁 시대다. 대기업이라면 무조건 규제해야 한다는 발상에서 나온 이런 법률이 국가 경제에 무슨 도움이 되겠나. 잘 모르면 가만히 있는 것이 도와주는 것이다. 나라가 그렇게 걱정된다면 발상을 전환해 일본처럼 세법 개정을 주도해 주식보수제도를 장려할 용기라도 내 보시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