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 전날 기자회견서 언급…"첨단기술 막으려 해도 못 막고 기껏해야 시간 문제"
"국방비, 美 등에 비해 낮은 수준…금융개혁·대외개방·인공지능 등 입법 추진"
中전인대 "美 대선? 누가 당선되든 안정적 양국 관계 이끌기를"
중국 연례 최대 정치행사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의 한 축이자 중국 국회 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대표단은 개막을 하루 앞둔 4일 미국 대선과 관련, 건강하고 안정적으로 양국 관계를 이끌 후보가 당선되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밝혔다.

러우친젠 전인대 14기 2차회의 대변인은 이날 오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연 사전 브리핑에서 올해 11월 치러지는 미국 대선에 관한 질문에 "미국 대선은 미국의 내정으로, 우리는 입장을 갖고 있지 않다"면서도 "누가 당선되든 우리는 미국이 중국과 마주 보고 중미 관계가 안정적이고 건강하며 지속가능한 방향으로 발전하도록 이끌기를 희망한다"고 답했다.

러우 대변인은 "솔직히 말해 중국 보통 사람의 인상에는 미국 의원이 반중국 법안을 내고 중국의 기관·기업·시민을 겨냥한 반중국 언행을 하거나, 중국 대만 지역을 마구 방문하는 것이 자주 보인다"며 "이런 처사는 중국 내정을 난폭하게 간섭하고, 양국의 정상적인 교류·협력을 방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전인대는 5일 개막해 11일까지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다.

개막식이 있는 5일에는 리창 총리가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와 각종 예산 계획 등을 내놓는 정부공작보고(정부업무보고)가 있을 예정이다.

명목상 중국의 최상위 기구인 만큼 전인대는 경제·사회 문제는 물론 대미 관계 등 국정 전반이 종합적으로 다룬다.

다만 중국 경제 둔화를 두고 세계적인 우려가 이어지고 있는 올해 전인대에선 경제 문제에 어느 때보다도 방점이 찍힐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러우 대변인은 "개혁 입법 관련, 금융체제 개혁 이행과 민영기업 발전 촉진을 포함해 입법으로 개혁의 성과를 안정화하고 경제 발전의 내생 동력을 늘릴 것"이라며 "개방 입법 관련해서는 관세법 제정과 국경위생검역법 개정 등으로 현행 법률의 외국 관련 조항을 완비하고 비즈니스 환경을 지속 개선하겠다"고 했다.

그는 "고품질 발전을 두드러지게 하는 입법으로 생태 문명 건설과 녹색 저탄소 발전의 심화 추진을 위해 생태환경법전 편찬 작업을 조직할 것"이라며 "민생 보장·개선을 위해 학위법과 미취학교육법 제정을 비롯해 전염병 예방·치료법을 개정하겠다"고 덧붙였다.

중국 경제 전망에 대해선 "총체적으로 볼 때 유리한 조건이 불리한 요소보다 강하고, 경제 회복·호전과 장기적 호전의 기본 추세에는 변화가 없으며, 우리는 충분한 자신감과 저력을 갖고 있다"면서 "전인대는 고품질 입법으로 경제의 고품질 발전을 보장할 것"이라고 했다.

작년 하반기부터 중국 당국이 내세우고 있는 '경제 회복의 장기적 추세'를 전인대 대표단 역시 강조한 것으로, 전날 사전 기자회견을 연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政協)과 함께 이번 양회에서 '경제 광명론'이 강조될 것임을 엿볼 수 있는 대목으로 읽힌다.

전인대는 서방 진영의 첨단 기술 통제에 맞선 '과학·기술 자립'을 위한 입법에도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러우 대변인은 중국이 자체적인 노력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위성항법시스템 기술을 구축했다는 점을 거론한 뒤 "이 사례는 우리가 자립자강을 견지한다면 뚫지 못할 난관은 없다는 점을 보여준다"며 "이미 알고 있는 기술은 막으려 해도 막을 수 없고, 기껏해야 시간 문제"라고 했다.

그는 "핵심은 과학·기술 지식재산권의 창조와 응용, 보호를 강화하는 것"이라며 "전인대 과학·기술 영역의 주요 입법(목표)은 과학기술진보법과 과학기술성과전환촉진법, 과학기술보급법 등 3개의 법률이고, 다음 단계로 우리는 과학·기술 혁신, 특히 인공지능과 생물 기술 등 선진 영역과 관련된 이론, 도덕, 안전 등 중요 문제의 입법을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관심을 끈 국방 예산에 대해선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뒀다.

러우 대변인은 "중국은 최근 수년 동안 경제와 사회의 지속적이고 건강한 발전을 추진하는 동시에 국방 지출의 합리적·안정적 증가를 유지해 국방력과 경제력 동시 성장을 촉진했다"고 자평했다.

그는 "내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미국 등 군사 대국과 비교해 중국 국방 지출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중으로든, 국가 재정 지출 대비 비중으로든, 국민 1인당 국방비나 군인 1인당 국방비 등으로든 줄곧 비교적 낮은 수준이었다는 점"이라고 했다.

미국과 전략 경쟁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2035년까지 국방 현대화를 달성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는 중국의 국방예산 증가율은 2021년 6.8%, 2022년 7.1%, 작년 7.2%로 3년 연속 상승 곡선을 그렸고, 중국은 미국에 이어 세계 2위 국방비 지출국이 됐다.

일각에선 경제 둔화가 이어질 경우 국방비를 계속 빠른 속도로 늘려나가는 것에도 부담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으나 이런 전망을 일축한 것으로 풀이된다.

러우 대변인은 작년 강화된 반(反)간첩법과 최근 개정 작업이 끝난 국가기밀보호법 등으로 외국인 투자자들의 우려가 나온다는 지적을 받자 "반간첩법에 대한 잘못된 해석"이라며 "불법과 합법 행위 경계를 명확히 해 외국 기업과 외국인의 대(對)중국 투자와 업무, 생활에 확실성과 안전감을 늘린 것"이라고 반박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