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면허정지 절차' 돌입에도 현장 떠난 전공의들 복귀 미미
곳곳 수술 미뤄지고 응급실·중환자실 수용난…의료진 피로도↑
정부 "법과 원칙 따라 조치" 강경 대응 예고에 병원들 '뒤숭숭'

의료 현장에 돌아오지 않은 전공의들에 대해 정부가 면허 정지 및 처벌 절차에 본격적으로 나서기로 한 4일 전국 주요 병원에서 인턴들의 임용 포기 및 전임이들의 이탈 사례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와 함께 현장으로 복귀하라는 명령에도 전공의들의 복귀 움직임이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는 상황에서 병원에 남아 있는 의료진의 피로도는 커지고 환자들의 불편도 계속되는 모습이다.

정부는 이날부터 현장 점검을 통해 업무개시명령 위반 여부를 확인하고, 위반 사실이 확인된 전공의들에게는 구제 없이 법에 따라 조처하겠다는 방침이다.

인턴 임용 포기에 전임의들 이탈까지…커지는 의료 공백(종합)
◇ 정부 최후통첩에도 전공의 복귀 움직임은 '미미'
이날 오전 전국 주요 수련병원에서는 사직서를 낸 전공의 상당수가 여전히 출근하지 않은 가운데 인턴마저 신규 임용을 거부하면서 인력난이 커지고 있다.

강원지역 9개 수련병원 전공의 390명 중 사직서를 낸 360명(92.3%)의 복귀 조짐은 이날까지 미미한 수준이다.

강원도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의료현장 복귀를 촉구하는 호소문을 낸 이후 복귀한 인원은 15명이다.

앞서 지난달 29일 기준 전공의 33명 중 23명이 사직서를 낸 강릉아산병원은 보건복지부 점검 결과 현재 8명이 복귀한 것으로 파악됐으며, 병원 측에서 추가 복귀자가 있는지 집계 중이다.

경상국립대병원의 경우 사직서를 제출한 전공의 124명 중 이날까지 현장에 복귀한 인원은 레지던트 1명뿐이다.

대전 5개 주요 대학·종합병원의 경우 사직서를 낸 전공의 414명 중 346명에게 업무개시명령이 내려졌지만, 현재까지 복귀자는 없다.

경기, 인천 등 수도권 대형병원 중에서도 이날 기준 이렇다 할 전공의들의 복귀 움직임은 확인되지 않았다.

광주 전남대병원과 조선대병원에서는 이탈 전공의가 미 복귀한 상황에서 전임의들이 추가로 병원을 떠난 데다가 인턴마저 채워지지 않아 의료인력 공백이 커지고 있다.

충북대병원에서 현재 근무 중인 전공의는 단 3명이다.

이달부터 근무해야 하는 전공의는 116명인데, 이들은 사직서를 냈거나 휴가 중인 상태다.

울산대병원에서는 이날부터 신규 임용된 인턴들이 근무를 시작할 예정이었지만, 여전히 병원 측과 출근을 놓고 논의 중이다.

일부 병원 응급실은 의료진 부재로 특정 진료과의 응급 진료가 불가능한 상태에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 인턴·전임의 임용 및 재계약 포기도 곳곳서 이어져
전남대병원은 신규 전임의 임용 대상자 52명 중 21명이 최종 임용을 포기했으며, 조선대병원에서도 이달 신규 전임의 14명 중 11명이 임용을 포기하고, 기존 전임의 4명만 재계약했다.

이들 병원에서는 이달부터 근무 예정이었던 인턴 대부분(전남대병원 86명, 조선대병원 36명)도 임용을 포기해 전공의 이탈 공백을 메울 수 없게 됐다.

제주대병원도 인턴 22명 중 19명이 임용을 포기했으며, 신규 레지던트 22명 중 15명이 끝내 병원과 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인턴 임용 포기에 전임의들 이탈까지…커지는 의료 공백(종합)
천안 단국대병원의 경우 전임의 14명 중 군 제대 후 5월 1일 자로 근무를 하게 되는 4명을 제외하고, 3월부터 근무해야 하는 10명 중 5명만 계약한 것으로 확인됐다.

나머지 5명은 임용을 포기했다.

대전 을지대병원 역시 전임의 8명 중 6명만 계약했고, 나머지 2명은 포기 의사를 밝혔다.

또 대전성모병원 전임의 7명의 계약 갱신일이 도래했지만, 일부가 재계약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진주 경상국립대병원에서 이달부터 근무 예정이던 예비 인턴 40명 전원이 임용을 포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대병원에서는 이달 1일부터 출근이 예정돼 있던 전임의 27명 가운데 22명이 임용을 포기했다.

◇ 집단 사직 2주일째…커지는 의료 공백
전공의 집단 사직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일선 현장에서는 병상 가동률이 떨어지는 등 의료 공백이 커지는 모양새다.

대구 영남대병원 응급실의 경우 의료진 부재로 외과 추적 관찰 환자 외에는 수용이 불가능하다.

칠곡경북대병원 응급실은 정형외과, 성형외과, 피부과 등의 응급진료가 중단됐고, 계명대 동산병원 응급실도 호흡기내과 의료진이 부족해 호흡곤란 및 호흡기계 감염 환자를 받을 수 없는 상태이다.

한림대 춘천성심병원의 경우 교수 100여명 중 절반이 지난달 말부터 당직에 투입돼 근무 중이다.

강원대병원 관계자는 "당장 전공의 부재로 인한 큰 의료 차질이 발생하고 있지는 않지만, 전문의 피로도가 한계에 도달해 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충북대병원 또한 전공의 이탈로 현재 입원 병상 가동률이 40%대까지 떨어졌으며, 야간 응급실 안과 진료는 불가한 상태다.

응급실과 도내 유일의 신생아 집중치료실에선 전문의들이 3∼4일에 한 번꼴로 당직을 서가면서 전공의의 빈 자리를 채우고 있다.

부산에 있는 주요 대학병원도 응급실과 내과계 중환자실을 중심으로 어려움이 이어지고 있다.

이 지역 의료계 관계자는 "응급실에 환자가 들어오더라도 해당 진료과 전공의가 없다 보니 치료가 어렵다"며 "내과계에는 주치의가 환자 곁을 떠나지 않고 예후를 지켜봐야 하는 경우가 많아 의료 서비스 제공이 더욱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경기 수원시 아주대병원 또한 상대적으로 급하지 않은 수술 일정을 뒤로 미루고 일부 진료과의 신규 외래 진료 예약 일정을 조정하고 있다.

인턴 임용 포기에 전임의들 이탈까지…커지는 의료 공백(종합)
◇ 정부, 미복귀 전공의 면허정지 절차 돌입…현장 점검
정부는 앞서 예고한 대로 이날부터 현장점검을 통해 미복귀 전공의들에 대한 면허정지 등 행정 처분과 함께 사법적인 조치 검토에 나섰다.

복지부는 이날 중 전남대·조선대병원에 현장점검반을 보내 전공의 이탈자 현황을 최종 파악하는 3차 점검을 진행할 예정이다.

복지부 점검반은 이들 병원의 전자의무기록(EMR) 접속 기록을 검토해 전공의 복귀 현황을 파악할 계획이다.

미복귀자는 점검을 통해 확보한 자료를 근거로 우선 최소 3개월의 면허정지 행정처분하고, 이후 사법절차를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부산에 있는 주요 대학병원에도 이날 오후 중 복지부 관계자들이 일선 의료 현장을 방문해 전공의들의 출근 여부를 확인할 예정이다.

광주의 한 병원 관계자는 "전임의 감소로 병원 운영이 더욱 어려워진 상황에서 정부가 전공의들에 대한 강경 대응을 실제 착수할 것으로 예상돼 병원 내부가 뒤숭숭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나보배 박성제 박세진 박철홍 강태현 이성민 박정헌 백나용 박주영 장지현 김상연 김솔 기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