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통일 지우기' 가속…관영매체 과거 기사도 삭제
'통일 지우기'를 본격화한 북한이 통일 관련 표현이 담긴 관영 매체의 과거 기사까지 삭제하고 있다.

4일 북한 대외용 매체 조선중앙통신의 홈페이지를 보면 '평화통일', '조국통일', '민족대단결', '북반부' 등 지금은 북한에서 금기가 된 통일 연관어가 포함된 기존 기사가 일제히 삭제됐다.

예전에는 각각 수 건 내지 수십 건의 기사가 검색되던 단어들이다.

가령 윤석열 대통령의 신년사를 거친 언어로 공격한 지난 1월 2일의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담화 보도가 사라졌다.

기사 속에 등장한 "평화통일과 같은 환상"이라는 문구 때문으로 보인다.

'조국통일' 표현이 들어간 지난해 12월 말 노동당 전원회의 확대회의 관련 보도도 찾아볼 수 없다.

지난달까지는 해당 기사들이 검색됐던 것에 비춰 이달 들어 삭제된 것으로 보인다.

통일 관련 기사 삭제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대한민국 것들과는 그 언제 가도 통일이 성사될 수 없다"면서 대남 관계 전환을 선포한 데 따른 일련의 조치 중 하나로 해석된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말 열린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북남 관계는 더이상 동족 관계, 동질 관계가 아닌 적대적인 두 국가 관계, 전쟁 중에 있는 두 교전국 관계"라고 못 박으며 '통일 성사 불가'를 외쳤다.

이어 지난 1월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북과 남을 동족으로 오도하는 잔재적인 낱말들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언급했고 북한은 각 방면에서 '통일 지우기'에 나섰다.

조선중앙통신 홈페이지에서 '통일'로 검색해서 나오는 기사는 지난달 최고인민회의에서 김 위원장이 "통일, 화해, 동족이라는 개념 자체를 완전히 제거"하라고 주문했다는 내용 등 극히 일부다.

최고지도자 발언이라 남긴 것으로 추정된다.

선전매체 '내나라' 홈페이지에서도 유사 키워드로 기사를 검색한 결과 기존에 있던 기사 상당수가 삭제된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에는 북한 헌법 세부 조항을 확인할 수 있는 선전매체 홈페이지 내 관련 코너가 비공개 처리돼 눈길을 끌었다.

이는 김 위원장이 통일 관련 표현을 헌법에서 지우겠다고 지난달 최고인민회의에서 선포한 데 따른 조치라는 분석이 나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