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최측 "정치 중립 위반' 이유로 참가 불허…버티던 이, 한발 물러나
'하마스 기습 연상' 이스라엘 유로비전 참가곡, 결국 수정키로
이스라엘이 논란이 된 유럽 최대 팝 음악 가요제 '유로비전' 참가곡 가사를 수정하는 데 동의했다고 영국 BBC 방송이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유로비전 참가 가수와 곡 선정을 맡고 있는 이스라엘 공영방송 칸(Kan)은 전날 성명을 내고 대회 참가곡 '10월의 비'(October Rain) 가사를 변경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칸은 작사가에게 "예술적 자유를 유지하면서 가사를 수정해달라"고 요청했다고 전했다.

방송은 "아이작 헤르조그 (이스라엘) 대통령이 '우리를 미워하는 자들이 이스라엘을 탄압하고 보이콧하려 하는 바로, 이 시점에 국제행사에서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면서 입장 변경 이유를 설명했다.

유로비전 주최 측인 '유럽방송연합'(EBU)은 지난주 정치적 중립성 규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이스라엘의 참가 신청곡 '10월의 비'를 승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칸은 그러나 지난해 10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을 연상케 하는 가사를 변경하지 않겠다고 버텼다.

영어로 쓰인 이 노래에는 "그들은 모두 착한 아이들이었다.

그들 모두가.

남자들은 울지 않는다고 누가 말했나/시간과 시간/그리고 꽃/인생은 겁쟁이들을 위한 게임이 아니다"라는 가사가 포함돼 있다.

이스라엘 일간 하욤(Hayom)은 특히 가사 중의 '꽃'이란 단어가 전쟁 사망자를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스무살 러시아계 이스라엘 여가수 에덴 골란(Eden Golan)이 부를 이스라엘의 참가곡은 오는 10일 확정될 예정이다.

1956년부터 열린 유로비전은 TV로 생중계되는 결승전에만 매년 2억명 가까운 시청자가 몰리는 유럽 최대 국가 대항 가요제다.

올해 대회는 지난해 우승팀을 배출한 스웨덴에서 오늘 5월 개최된다.

아이슬란드, 핀란드, 노르웨이, 덴마크, 스웨덴 등의 일부 음악인들은 가자지구 전쟁을 이유로 이스라엘의 올해 대회 참가를 금지할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러시아가 2년 전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한 이후 참가 자격을 상실했음을 근거로 들었다.

하지만 대회 주최 측은 우크라이나와 가자지구의 상황은 다르다며 이러한 요청을 거부하고 있다.

'하마스 기습 연상' 이스라엘 유로비전 참가곡, 결국 수정키로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