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한주의 해피eye] 청색광은 정말로 눈에 해로울까?
최근 몇 년 전부터 외래 진료 시 청색광(blue light)이 눈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는지 질문하는 환자가 매우 많이 늘었다. 과도한 청색광 노출이 황반변성 등의 망막 질환과 관련이 있고, 청색광 때문에 실명할 수 있다는 ‘무서운’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청색광이 눈에 정말 해로운지에 대해서는 한 번쯤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청색광 문제가 대두된 주된 원인은 발광다이오드(LED)와 관련이 깊다. LED는 저전력을 사용하고 수명이 매우 길기 때문에 TV, 컴퓨터 모니터, 스마트폰(사진) 등의 디스플레이는 물론이고 일반 조명에서도 쓰인다. 그런데 이 LED에서 방출되는 빛의 스펙트럼을 분석해 보면 다른 조명보다 푸른빛이 많이 방출된다는 특징이 있다.

김안과병원 제공
김안과병원 제공
푸른빛은 붉은빛보다 파장이 짧은데, 파장이 짧을수록 지니고 있는 에너지가 크며 눈 안쪽까지 깊숙이 침투할 수 있다. 청색광에 과도하게 노출되면 눈에 있는 다양한 세포, 특히 눈의 안쪽 깊숙한 곳에 자리 잡고 있는 시세포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생기는 것이다. 실내 조명 대다수가 LED이고, 스마트폰의 디스플레이에도 LED 기술이 적용된다. 매일 오랫동안 실내에서 생활하며, 수 시간 동안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우리 현대인은 평소에 자연스럽게 청색광에 많이 노출될 수밖에 없다.

수년 전 청색광에 장기간 노출시켰더니 시세포 손상을 확인했다는 논문이 발표됐고, 여러 언론에도 보도된 적이 있다. 이런 비슷한 논문들을 근거로 휴대폰 청색광에 과다 노출되면 실명할 수 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발표된 논문은 모두 동물실험이었고, 아주 극단적으로 청색광만을 장기간 노출한 연구가 대부분이다. 분명한 것은 아직 청색광으로 인한 시세포 손상이 사람에게선 증명된 적이 없다는 점이다.

다만 청색광은 수면 리듬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어떤 특정 파장의 청색광은 불면증을 유발한다고 알려져 있으며, 잠들기 전 스마트폰을 너무 많이 들여다보면 불면증이 올 수 있다는 정보도 흔히 접할 수 있다. 하지만 모든 청색광이 해로운 것은 아니다. 적절한 청색광은 오히려 수면 리듬 및 망막 신경절세포의 생체리듬 유지에 필요하다는 연구 결과도 많다.

미국 안과학회(AAO)에서는 공식 홈페이지에 스마트폰의 청색광은 실명과 관련이 없으며,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내용을 공식적으로 여러 번 게재했다. 결론적으로 일상생활 수준에서의 청색광 노출로는 눈 건강에 큰 문제가 없다는 것이 안과 의사들의 중론이며, 필자의 의견도 그러하다. 따라서 일상생활에서의 청색광에 대해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겠다.

조한주 김안과병원 진료부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