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전매체 '내나라' 홈페이지 내 헌법·국가·해외동포 메뉴 모두 비활성화
北, '통일삭제' 개헌 시작하나…헌법 세부조항 비공개 처리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통일 관련 표현을 헌법에서 지우겠다고 선포한 가운데 북한 헌법 세부 조항을 확인할 수 있는 선전매체 홈페이지 내 관련 코너가 비공개 처리됐다.

북한 선전매체 '내나라'는 홈페이지 메인 화면 하단에 있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사회주의 헌법' 아이콘을 클릭해도 헌법 세부 조항을 볼 수 없도록 해놓은 것으로 1일 확인됐다.

메인 화면뿐만 아니라 정치 메뉴 내 하위 카테고리인 사회주의 헌법도 비활성화됐다.

그 외 '통일', '한민족' 등의 단어가 있을 것으로 보이는 정치 메뉴 내 현대 역사, 해외 동포 카테고리도 모두 확인할 수 없도록 조처한 상태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말 열린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남북 관계를 동족이 아닌 '교전 중인 두 국가' 관계로 규정했으며 지난 1월에는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을 통해 "헌법에 있는 '북반부', 자주, 평화통일, 민족대단결'이라는 표현들이 이제는 삭제되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 같은 김 위원장의 지시 사항을 이행하기 위한 개헌은 입법권을 가진 북한 최고인민회의에서 심의돼야 가능하다.

최고인민회의가 개헌 심의를 완료하지 않았음에도 내나라가 헌법 내용을 볼 수 없게 한 것은 '통일 지우기' 정책 기조와 맞지 않은 현재 헌법을 외부에 더는 공개하지 않겠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기존 내나라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었던 사회주의헌법 서문에는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와 위대한 영도자 김정일 동지께서는 공화국을 조국 통일의 강유력한 보루로 다지시는 한편 조국 통일의 근본 원칙과 방도를 제시하시고 조국 통일 운동을 전민족적인 운동으로 발전시키시여 온 민족의 단합된 힘으로 조국통일위업을 성취하기 위한 길을 열어놓으셨다"는 내용이 있었다.

아울러 헌법 제1장 9조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북반부에서 인민 정권을 강화하고 사상, 기술, 문화의 3대 혁명을 힘있게 벌려 사회주의의 완전한 승리를 이룩하며 자주, 평화통일, 민족대단결의 원칙에서 조국통일을 실현하기 위해 투쟁한다"라고 기술돼 있었다.

통일연구원 이규창 인권연구실장은 지난 1월 보고서를 통해 북한의 통일 폐기 행보는 1960년대 국적법 개정, 개헌 등을 통해 독일 내 두 국가가 성립됐음을 선포한 동독과 유사하다며 북한도 "헌법상 통일조항을 삭제 또는 개정하고 한국 국민을 북한 공민으로 간주하는 국적법을 개정해 두 국가관계의 법적 조치를 뒷받침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