任 선거운동에 비명계 집결…친명 "사실상 항명" 불만 표출
안규백, 임종석 재고 요청에 '불가'…홍영표, 탈당 시사
민주, 임종석·홍영표 잇단 컷오프에 '文明의 충돌' 격화(종합)
더불어민주당이 4·10 총선 서울 중·성동갑 선거구 공천에서 친문(친문재인) 핵심인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홍영표 의원을 잇달아 컷오프(공천배제)하면서 친명(친이재명)계와 친문계 간 충돌 양상이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당내에서는 친명계와 친문계가 지금의 갈등을 봉합하는 것은 물 건너간 일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일부에선 이미 '심리적 분당'을 거론하기도 한다.

당 전략공천관리위원회는 29일 인천 부평을 현역인 홍영표 의원을 배제하고 영입 인재인 박선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과 이동주 의원이 경선을 치르도록 했다.

이틀 전 임 전 실장에 이어 친문 주요 인사인 홍 의원에 대해서도 낙천 결정을 하면서 친문계의 반발이 더 확산할 것으로 보인다.

최고위원 중 유일한 친문계인 고민정 의원은 이미 임 전 실장 낙천에 반발해 최고위원직 사의를 표명했다.

임 전 실장은 전날 오전 국회에서 회견을 열어 당 지도부에 재고를 요청하며 재선을 했던 서울 중·성동갑에서 선거를 치르겠다는 의지를 드러냈고, 오후에는 왕십리역에서 주민과 지지자들을 만났다.

왕십리역 인사 현장에는 홍영표, 송갑석, 윤영찬 의원 등 친문 의원들이 대거 나와 임 전 실장을 응원, 눈길을 끌었다.

홍 의원은 이 자리에서 "당의 패배를 위한 결정에 비통한 심정"이라며 "윤석열 정권 심판을 위해 반드시 임종석을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역 의원 평가 하위 10% 통보를 받은 윤 의원도 "통합하지 못하고 혁신하지 못하는 선거는 질 수밖에 없다"며 "임종석의 성동 공천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공천을 관리하는 지도부는 서울 중·성동갑에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을 전략공천한 결정에 재고 여지가 없다는 입장이다.

전략공천관리위원장인 안규백 의원은 29일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나와 임 전 실장의 재고 요청과 관련, "엄청난 문제가 돌발되거나 (전 전 위원장에 대한) 검증 실패가 있지 않은 한 바꿀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친명계 지도부에서는 당 결정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임 전 실장의 태도에 적잖은 불만 기류가 감지된다.

지도부 핵심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전날 임 전 실장의 왕십리역 현장 활동을 두고 "사실상 시위이자 항명 아닌가"라며 "(친문계와의) 갈등은 해결될 수 없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지난 4일 이 대표가 문재인 전 대통령의 양산 사저를 예방한 자리에서 두 사람은 갈등을 극복하고 총선에 승리해야 한다는 데 의견 일치를 봤지만, 친명과 친문 양측의 거리는 점점 멀어지는 형국이다.

문 전 대통령은 당내 잡음이 커지는 현 공천 상황에 우려하는 분위기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당 일각에서는 문 전 대통령이 공천 갈등상과 관련한 입장을 내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다만, 이 경우 여의도와 거리를 둬 온 문 전 대통령이 현실 정치에 뛰어드는 데 따른 부담이 큰 만큼 그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당으로서도 '윤석열 정권 심판론'이 희미해지는 게 달갑지 않을 수 있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문 전 대통령이 메시지를 내면) 논란이 될 것"이라며 "문 전 대통령의 공천 개입 내지 퇴임한 대통령과 현 당 대표 간 갈등 프레임으로 확장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비명계 인사들의 공천 탈락이 속속 현실화하면서 당분간 탈당 흐름도 이어질 전망이다.

홍영표 의원은 이날 공관위의 컷오프 결정을 비판하며 탈당을 시사했다.

그는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새로운 정치를 고민하는 분들과 뜻을 세우겠다"며 "윤석열과 이재명을 지키는 정치에서 벗어나 국민을 지키는 정치를 바로 세우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재명 대표 등 친명계는 이번 공천이 중진 물갈이와 세대 교체의 의미를 담고 있다면서 탈당에 크게 개의치 않겠다는 기류를 보이고 있다.

앞서 이재명 대표는 전날 탈당자 속출과 관련해 "경기하다가 질 것 같으니까 경기 안 하겠다, 이런 건 별로 그렇게 국민들 보시기에 아름답지 않을 것"이라며 "입당도 자유고 탈당도 자유"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