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정쟁에 재의요구 시점부터 재표결까지 55일 걸려
'이태원특별법' 남아…5월말 전 재표결 안되면 자동 폐기
野 강행→거부권 '악순환'에…'쌍특검법'까지 8개 법안 폐기
29일 국회 본회의에서 '쌍특검법'이 부결되면서 야당의 강행 처리 뒤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국회로 돌아와 폐기된 법안이 모두 8개로 늘었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양곡관리법 개정안, 간호법 개정안, 노동조합법 개정안('노란봉투법'), 한국교육방송공사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 개정안('방송 3법') 등 6개 법안이 이와 동일한 과정을 거쳐 폐기됐다.

쌍특검법은 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과 대장동 개발사업 '50억 클럽' 뇌물 의혹을 각각 수사할 특별검사 도입 법안이다.

이들 2개 법안은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지난해 12월 29일 국회를 통과했다가 이후 윤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지난 달 5일 국회로 돌아왔다.

여소야대 입법 지형 아래 민주당이 수적 우위를 앞세워 법안을 단독 처리하고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된 것이다.

국회로 되돌아온 법안들은 재의결에 필요한 '3분의 2 이상 찬성' 요건을 넘지 못해 결국 휴지통으로 들어가게 된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의석수를 무기로 합의되지 않은 법안을 처리하며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유도하고 국회를 정쟁의 장으로 만든다는 입장이다.

반면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재의요구권을 남발하면서 국회 입법권을 무력화하고 있다는 비판을 제기한다.

특히 쌍특검법의 경우 여야가 총선 유불리 계산 속에 재의결 시점을 두고도 줄다리기를 이어왔다.

국민의힘은 최대한 빨리 재표결에 부쳐야 한다는 입장이었지만, 민주당은 권한쟁의 심판 청구 검토 및 당내 의견 수렴 절차 등을 이유로 재표결을 미뤘다.

이에 국민의힘은 총선 공천 과정에서 여당 이탈표를 노리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양측이 신경전을 거듭한 끝에 총선을 41일 앞둔 이날에야 쌍특검법의 재표결이 이뤄졌다.

재의요구 시점부터 재표결까지 55일이 걸렸다.

앞서 재표결에 부쳐진 6개 법안이 재의결까지 최장 14일이 걸린 것과 대조적이다.

윤 대통령은 지금까지 5차례, 법안 수로는 9개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가장 최근에 거부권을 행사한 것은 '이태원 참사 특별법'이다.

여야는 국회로 돌아온 이태원법의 재표결 시점을 아직 정하지 않았다.

이날 본회의는 2월 임시국회 마지막 본회의로, 4·10 총선 전까지 본회의 일정은 잡혀 있지 않다.

21대 국회 임기가 끝나는 5월 말까지 이태원법이 다시 표결에 부쳐지지 않으면 법안은 자동 폐기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