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포함 지자체 82곳 조합 설립해 운영…주변에 대기업 입주
[르포] 연기 없는 소각장 프랑스 '이쎄안'…친환경 모델
26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외곽 남서쪽에 있는 이씨레물리노시.
많은 쓰레기를 한꺼번에 태우는데도 연기가 거의 나오지 않는 소각장 '이쎄안'(Isseane)은 센(Seine)강 바로 옆에 붙어 있었다.

이 소각장은 6억유로(9천억원)를 들여 2007년 지어졌다.

공사 기간만 10년가량 걸렸다.

소각장 건물은 아파트 7층 높이인 지상 21m로 생각보다 높지 않지만, 지하가 31m로 더 깊어 쓰레기 집하장과 소각로를 숨기고 있었다.

건물 옥상도 공원처럼 꾸몄고, 주변에 많은 나무가 함께 심어져 밖에서 볼 때는 전혀 소각장이라고 알아챌 수 없는 모습이었다.

[르포] 연기 없는 소각장 프랑스 '이쎄안'…친환경 모델
인근에는 마이크로소프트와 화웨이 등 세계적인 대기업 건물과 푸드마켓도 들어서 소각장이 혐오시설이라는 고정관념을 깨게 했다.

파리 광역권 쓰레기 처리조합 '식톰'의 소피엔 엔란달루시 부대표는 "밖에서는 소각장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게 만들었다"며 "대기업 건물 등 외부환경과도 조화를 이룰 수 있게 했다"고 강조했다.

이쎄안은 식톰이 운영하는 다목적 소각장 3곳 중 하나다.

식톰은 프랑스에서 인구 밀도가 가장 높은 파리와 인근 지방자치단체가 생활 쓰레기를 함께 처리하기 위해 1984년 결성됐다.

올해 현재 이 조합에 가입한 프랑스 지자체는 파리시를 포함해 모두 82곳이다.

파리 외곽에는 이쎄안뿐만 아니라 생뚜앙(북부)과 이브리(동남부) 등 소각장 2곳이 더 있다.

이를 모두 운영하는 식톰은 재활용 분리 센터 5곳과 쓰레기 이송센터 2곳도 함께 관리하고 있다.

[르포] 연기 없는 소각장 프랑스 '이쎄안'…친환경 모델
이쎄안에서는 인근 주민 120만명이 매년 배출하는 생활 쓰레기 53만t(톤)가량을 태운다.

시간당 처리하는 최대 쓰레기양은 60t가량이다.

수영장 7개를 합쳐놓은 크기의 거대한 수거장에서 대형 집게로 끄집어 올린 쓰레기는 소각로로 옮겨져 1천도 이상의 고열에 태워진다.

소각로 뒤에는 연기 정화시설이 있었다.

쓰레기 소각 후 생기는 유해 물질을 전기집진 필터와 촉매작용 필터로 거르고, 암모니아는 액화시켜 냄새까지 잡아냈다.

모든 여과 과정을 거친 연기는 이동관을 통해 소각장 밖으로 나가기 전 최종 점검 장치를 통해 또다시 정화됐다.

이후 완전히 깨끗한 미세 연기가 방출구를 통해 대기 밖으로 나갔다.

[르포] 연기 없는 소각장 프랑스 '이쎄안'…친환경 모델
1천도의 열에도 타지 않고 남은 철과 가루 등 잔재물은 집하장으로 옮겨진 뒤 센강에 정박한 선박에 실리고, 도로 공사를 위한 기초 재료로 사용된다.

소피엔 부대표는 "쓰레기 1t을 태우면 잔재물은 160㎏만 나온다"며 "센강을 통해 선박으로 잔재물을 옮기기 때문에 도로를 지나는 쓰레기 운반 차량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쎄안 소각장을 지을 당시 공청회를 계속 열면서 주민들로부터 많은 의견을 들었다"며 "공사 과정뿐만 아니라 이후에도 30분에 한 번씩 소각장 주변 공기 질을 측정해 공개하는 등 친환경 요소를 신경 썼다"고 덧붙였다.

인천시는 2026년부터 수도권 쓰레기의 직매립이 금지됨에 따라 자원 순환센터(소각장)를 늘릴 계획이지만 지자체와 주민 반발에 부딪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급기야 지난달에는 그동안 인천시가 추진한 4개 권역별 소각장 확충사업을 지자체가 주도하는 방식으로 전환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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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에서는 현재 송도소각장과 청라소각장 등 광역소각장 2곳과 민간 소각장 6곳에서 일평균 1천100t의 쓰레기를 소각하고 있으나 300t가량은 수도권매립지에서 직매립 방식으로 처리하고 있다.

그러나 2026년 직매립 금지 조치가 시행되면 쓰레기를 직접 땅에 묻지 못하고 소각재만 매립하는 방식으로 변경된다.

소각장이 부족하면 '쓰레기 대란'이 우려될 수밖에 없다.

유정복 인천시장은 최근 유럽 출장 때 이쎄안 소각장과 함께 덴마크 코펜하겐에 있는 친환경 소각장인 '아마게르 바케'도 찾아 내부 시설을 둘러보고 운영 현황 등을 확인했다.

유 시장은 "친환경적으로 쓰레기를 소각하는 유럽 시설을 보면서 우리도 소각장이 더는 혐오시설이나 기피 시설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며 "며 "인천 시민들이 이해할 수 있는 방향으로 폐기물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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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