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대란' 국면서 첫 의사 고발…의사 집단행동 교사·방조 혐의
김택우 의협 비대위원장 등 5명 고발…선동 글 올린 '성명불상자'도 고발
전공의 고발은 부담돼 의협 간부 고발 우선한 듯
전공의 '무더기' 기소 신호탄?…정부, 의협 간부 '첫 고발'(종합2보)
정부가 27일 의료법 위반 혐의 등으로 대한의사협회(의협) 관계자들을 고발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공의 집단사직에 따른 '의료대란' 국면에서 정부가 의사들을 고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가 전공의 복귀 '마지노선'인 29일을 앞두고 의협에 먼저 법적 대응을 함으로써 3월부터 전공의에 대한 '무더기' 수사·기소 가능성이 커졌다.

다만 이런 상황에서도 전공의들이 복귀하지 않은 채로 의협과 '단일 대오'로 투쟁할 수 있어 의료대란 상황은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안갯속'이 됐다.

27일 정부와 경찰 등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이날 오후 경찰에 의협 비대위 관계자 등 5명을 고발했다.

고발 대상은 김택우 의협 비대위원장, 주수호 의협 비대위 언론홍보위원장, 박명하 비대위 조직강화위원장.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 노환규 전 의협 회장이다.

이밖에 복지부는 인터넷상에서 선동 글을 올린 '성명불상자'도 함께 고발했다.

복지부가 제기한 혐의는 의료법 59조와 88조에 따른 업무개시명령 위반, 형법에 따른 업무방해, 그리고 교사 및 방조 등이다.

복지부는 이들이 전공의들의 집단사직을 지지하고, 법률적으로 지원함으로써 집단행동을 교사하고 방조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전공의들이 소속된 수련병원의 업무가 방해받은 점도 이번 고발의 이유다.

이날 고발로 의사 집단행동에 대한 정부의 '원칙 대응'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전공의들에게 이달 29일까지 업무에 복귀할 것을 요청하며 "3월부터는 미복귀자에 대해 면허정지 처분과 사법절차의 진행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정부로서는 이번 의료대란 국면에서 전공의들에게 먼저 고발 등 법적 대응을 하긴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 입장에서 전공의 고발은 의료대란을 해소할 처음이자 마지막 '법적 카드'이기 때문인 데다, 최근 전공의들의 스승인 대학교수들 사이에서도 전공의들이 처벌받을 경우 좌시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혀서다.

따라서 정부로서는 의협 간부들을 우선 고발함으로써 전공의들에게 조속히 복귀하지 않으면 '기계적으로' 법을 집행할 것이라는 경고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복지부는 29일 이후 첫 정상 근무일인 3월 4일을 기해 현장점검 등을 통해 미복귀 전공의 수를 파악하는 수순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미복귀자 집계가 완료되는 대로 복지부가 경찰에 고발하면, 경찰이 피고발인에게 즉시 출석요구서를 보내는 등 정식 수사 절차를 개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업무개시명령을 이행하지 않는 경우 의료법 위반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고 본다.

의료법에 따르면 의료진이 집단으로 진료를 거부하면 업무 개시를 명령할 수 있는데, 여기에 따르지 않으면 1년 이하의 자격 정지뿐만 아니라 3년 이하의 징역형도 받을 수 있다.

특히 개정된 의료법은 어떤 범죄든 '금고 이상의 실형·선고유예·집행유예'를 선고받았을 때 의사 면허를 취소할 수 있게 했다.

쉽게 말해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을 의사들이 따르지 않을 경우 의료법에 따라 면허를 박탈당할 수 있는 것이다.

경찰은 피고발인이 합당한 이유 없이 출석에 불응하면 검찰과 협의해 체포영장을 발부하겠다는 방침이다.

의협 등 의사단체 지도부를 겨냥해 "전체 사안을 주도하는 이들에 대해선 검찰과 협의를 거쳐 구속 수사까지 염두에 두고 대응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서울중앙지검과 서울경찰청은 전날 실무협의회를 열어 공동 대응 방향을 논의하고 신속·엄정 수사·기소 방침을 재확인했다.

검경은 "국민의 생명과 건강에 직접적인 위험을 초래하는 의료계의 불법 집단행동을 신속·엄정하게 대응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하고, 향후 긴밀히 협력해 공동 대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의 의대 증원과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를 백지화하지 않으면 돌아가지 않겠다는 전공의들의 뜻은 여전히 굳건한 모습이다.

류옥하다 전 가톨링중앙의료원(CMC) 인턴 비대위원장은 연합뉴스에 "정부가 칼을 든 손을 등에 숨긴 채 돌아오라고 하면 누가 돌아가겠나"며 "전공의에 대한 반헌법적이고 모멸감을 주는 행위를 즉시 중단하지 않으면 저와 제 동료들은 아무도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