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후 마을 진입도로 통제…"미리 대비해 크게 불편하지는 않아"
"집 밖에 나가지 않고 꼼짝 않고 있어요" 사흘째 고립 안반데기
"집 밖에 나가지 못해요.

꼼짝하지 않고 있어요.

"
지난 20일 폭설이 내리면서 마을로 들어가는 진입로가 통제돼 22일 현재 사흘째 고립된 강원 강릉시 왕산면 안반데기 마을 주민 김창기(65)씨는 전화기 너머로 이렇게 소식을 전했다.

백두대간 고루포기산(1천238m)과 옥녀봉(1천146m)을 잇는 능선에 있는 안반데기는 해발 1천100m 태백산맥 험준한 산 능선에 있는 마을이다.

드넓은 무와 배추밭이 약 200만㎡에 이르는 국내 최대의 고랭지 채소단지이면서 눈이 많이 내리기로 유명한 곳이다.

안반데기는 지난 20일 이번 폭설이 시작된 이후 강릉시 왕산면과 평창군 대관령면에서 마을로 진입하는 도로가 모두 통제되면서 사흘째 고립됐다.

워낙 눈이 많이 오는 데다 폭설이 계속 이어지면서 제설작업이 어렵기 때문이다.

이곳 마을은 꼬불꼬불 심하게 경사진 비탈길을 십 리 이상 올라야 하므로 제설이 이뤄지지 않으면 차량 접근이 사실상 어려운 곳이다.

김씨는 "마을 진입로 제설은 눈이 계속 오는 데다 바람이 불면서 또다시 도로에 눈이 쌓이기 때문에 효과가 없다"며 "눈 그치면 그때 치워도 된다"고 말했다.

"집 밖에 나가지 않고 꼼짝 않고 있어요" 사흘째 고립 안반데기
이런 폭설을 거의 매년 겪은 마을 주민들은 환자가 생기거나 하는 급한 일이 없으면 불편할 게 없다는 생각이다.

안반데기는 25가구 정도가 대부분 독가촌 형태로 멀찍이 떨어져 고랭지 채소를 재배하고 있지만, 겨울철 폭설 등이 예보되면 대부분 강릉 시내로 나간다.

폭설에 갇힌 현재도 4∼5집만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예전에는 겨울이면 눈과 혹한으로 생활이 불편해 마을 주민 대부분이 이곳 집을 떠나 강릉 시내로 나와 생활해 마을이 텅 비기도 했다.

기상관측 이래 최장·최고 폭설이 내렸던 2014년 2월에는 노루 가족이 먹이를 찾아 안반데기 마을까지 내려온 모습이 카메라에 잡힐 정도로 외진 곳이기도 하다.

김씨는 "허리춤까지 눈이 왔으니 대략 80∼100㎝는 왔을 것 같다"며 "이곳에 남아 있는 마을 주민들은 연료 등 폭설에 미리 대비했기 때문에 크게 불편한 것은 없다"고 덤덤히 말했다
이번 폭설에 앞서 강릉 시내로 나온 마을 주민 이모씨도 "시내 볼일 보러 왔다가 폭설에 길이 막혀서 올라가지 못하고 있어 눈이 그치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힐링 쉼터로 주목받으면서 관광객이 많이 찾는 하늘 아래 첫 동네 안반데기는 23일 눈이 그치고 본격적인 제설이 이뤄져야 접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강릉에는 폭설로 교통이 통제된 안반데기 외에 마실버스 10개 노선이 단축 운행하고 있다.

"집 밖에 나가지 않고 꼼짝 않고 있어요" 사흘째 고립 안반데기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