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승장구하다 -99% 폭락사태…전 세계에 피해자·국내만 20만명
도피 중 작년 3월 몬테네그로서 체포…한미 범죄인 인도 쟁탈전
'한국판 머스크'로 불리던 권도형, 한순간에 사기범 몰락
21일(이하 현지시간) 몬테네그로 법원이 미국으로의 범죄인 인도를 결정한 권도형(33) 테라폼랩스 대표는 가상화폐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핵심이자 한국에서도 검찰 수사 대상에 오른 인물이다.

한때 '한국판 일론 머스크'로 불리며 가상화폐 업계의 총아로 떠올랐던 그는 테라·루나 폭락 사태와 함께 한순간에 사기범죄 피의자로 전락했다.

미국 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권씨는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MS) 엔지니어를 거쳐 2018년 소셜커머스 티몬 창업자인 신현성(39) 대표와 손을 잡고 블록체인 기업 테라폼랩스를 설립했다.

이후 테라폼랩스가 발행하는 루나와 테라 코인이 시가총액 상위권 암호화폐로 부상하면서 주목받았다.

테라폼랩스는 특이한 알고리즘을 채택해 코인을 발행했다.

테라 블록체인 생태계의 기본 통화인 루나 공급량을 조절해 스테이블 코인인 테라 1개의 가치를 1달러에 맞추도록 하는 형태였다.

또한 테라를 예치하면 루나로 바꿔주고 최대 20% 이율을 약속하는 방식으로 투자자를 모았다.

일각에서는 다른 스테이블 코인이 실물자산을 담보로 한다는 점에서 루나와 테라의 거래 알고리즘은 '폰지 사기'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가상화폐 상승기에는 이 알고리즘에 문제가 없었지만, 2022년 초 가상화폐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시스템은 작동 불능 상태에 빠졌다.

테라가 1달러 밑으로 추락하자 테라폼랩스는 루나를 대량으로 찍어냈다.

루나로 테라를 사들여 유통량을 줄이는 방식으로 테라 가격을 올리고자 한 것이다.

그러나 루나 가치는 통화량 증가의 덫에 빠지며 폭락했고 테라와 루나를 동반 투매하는 뱅크런으로 이어졌다.

테라·루나는 단 며칠 만에 -99% 이상 폭락했다.

일주일 새 두 코인의 시가총액이 거의 58조원 증발했다는 분석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로 인해 손실을 본 투자자는 전 세계에 걸쳐 있고 국내 투자자만 20만명으로 추산된다.

투자자들은 2022년 5월 서울남부지검에 권씨와 관련자들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 등의 혐의로 고소·고발했다.

이들은 투자자를 유치하면서 알고리즘 설계 오류와 하자를 제대로 고지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2022년 7월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7곳 등 총 15곳을 압수수색하며 본격적인 강제 수사에 나섰다.

또 그해 9월 권씨의 체포영장을 발부받고 여권 무효화 조치를 밟았으며,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는 적색수배를 내렸다.

권씨는 싱가포르, 두바이, 세르비아 등으로 체류지를 옮기며 도주하다 작년 3월 23일 몬테네그로 포드고리차 국제공항에서 두바이행 비행기 탑승을 앞두고 위조 여권을 사용하다 현지 당국에 체포됐다.

검거 직후 미국 뉴욕 검찰은 권씨를 증권 사기 등 총 8개 혐의로 기소했다.

한국 법무부도 즉시 몬테네그로 당국에 범죄인 인도를 청구했다.

한미가 권씨의 신병 확보 쟁탈전을 벌인 셈이라 이목이 쏠렸다.

권씨는 몬테네그로에서 공문서위조 혐의로 기소돼 2심에서 징역 4개월을 선고받았다.

이후 작년 11월 범죄인 인도 공식 승인에 이어 이날 미국 송환이 결정됐다.

몬테네그로에서 검거된 지 11개월 만이자 도피 기간으로 따지면 22개월 만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