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주요 병원서 '사직서 제출' 전공의 약 240명 진료 업무 이탈
각 병원, 중증 응급환자 위주 진료 체계 전환·일정 변경 안내
"아픈 게 문제" 입원일 밀리고 원정 진료…파업 장기화 우려도
"4일 뒤에 입원하기로 했는데 전공의 선생님이 안 계신다면서 입원 일정이 다음 주로 연기됐어요.

"
정부의 의과대학 증원 방침에 반발하는 전공의(인턴·레지던트)들의 집단 이탈 사태가 본격화하는 가운데 20일 강원 지역 병원에서도 일부 진료·입원 일정에 차질이 빚어졌다.

강원대학교병원·한림대 춘천성심병원 등 각 병원에서는 진료 마감이나 장시간 대기로 인한 환자 불편이 눈에 띄지는 않았지만, 파업 장기화에 따른 진료 차질을 우려하는 시민들의 목소리도 잇따랐다.

이날 강원대병원에서 호흡기 내과 진료를 보러 온 오정기(84)씨는 "아직 진료에 큰 차질은 없지만, 이대로 지속되는 건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환자를 볼모 삼아 파업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같은 날 춘천 지역 맘카페에는 "강원 지역 병원 파업으로 서울 병원까지 온 사람으로서 화가 난다.

본의 아니게 아픈 게 문제다", "전공의들 없이 교수님들로만 병원이 돌아가는 탓에 응급수술을 받아주지 않았다", "전공의 파업으로 제왕절개 등 수술이 미뤄진 분 계시는지. 부디 별일 없이 파업이 끝나길 바란다" 등의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또 다른 시민 김모(53)씨도 "아버지의 암 진료를 위해 병원에 동행했다"며 "암 환자는 꾸준한 항암치료가 필요해 혹시라도 파업 장기화로 인해 남은 치료가 늦어지지는 않을까 앞으로가 더 걱정된다"고 토로했다.

속초에서 춘천에 있는 강원대병원으로 진료를 온 A(66)씨는 "뇌졸중 때문에 원래 서울에서 진료를 보곤 하는데, 의사 파업으로 장시간 기다리거나 제대로 진료를 보지 못하고 돌아갈까 걱정돼 그나마 도내에서 규모가 큰 대학병원을 찾아왔다"고 말했다.

"아픈 게 문제" 입원일 밀리고 원정 진료…파업 장기화 우려도
강원대병원 등 진료 차질을 빚는 일부 병원에서는 과별로 진료 일정을 조정하고, 환자 측에 연락을 취해 상황을 안내하고 있다.

강원 지역에서는 약 240명의 전공의가 사직서를 제출하고 대부분 출근하지 않았다.

원주시 일산동에 있는 연세대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의 경우 151명(인턴 42명·레지던트 109명) 중 97명의 전공의가 사직서를 제출했다.

이중 인턴 42명과 레지던트 14명이 이날 진료 업무에 나오지 않은 것으로 원주시 보건소는 파악하고 있다.

보건 당국은 레지던트 14명에 대해서는 업무 개시 명령을 내렸다.

보건복지부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전날 병원에 경찰력 배치를 요청, 기동대 2중대 1개 제대(20여명)를 배치했으나 이날 현재까지는 요청하지 않았다.

"아픈 게 문제" 입원일 밀리고 원정 진료…파업 장기화 우려도
한림대 춘천성심병원은 전공의 50명 중 인턴 11명, 전공의 38명 등 총 49명이 사직서를 제출하고 일부가 업무에서 이탈했다.

병원은 하루 평균 25∼30건 진행되는 수술 일정 중 연기된 수술은 현재까지 없다고 설명했다.

강원대병원도 전공의 101명 중 전날까지 64명이 사직서를 제출한 데 이어 일부 전공의가 추가로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인 인원수는 공개하지 않았다.

강릉시 사천면에 있는 영동 지역의 유일한 상급종합병원인 강릉아산병원 소속 전공의 19명도 전날 사직 의사를 밝혔다.

강릉아산병원에서는 현재까지 예정된 수술 일정에 큰 영향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환자 피해가 없도록 근무 일정 등을 조정할 계획이다.

각 병원은 의료 대란이 현실화하지 않도록 치료가 시급한 환자들을 중심으로 의료 시스템을 전환하겠다는 입장이다.

강원대병원 관계자는 "응급실, 중환자실의 경우 전문의 중심으로 대응팀을 꾸려 비상 진료체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릉아산병원도 권역응급의료센터 역할과 정부의 응급의료체계 유지에 따라 중증 응급환자 중심으로 진료를 실시하고, 경증 환자의 경우 전원을 권유할 방침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