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를 가다] 수교 자양분 K팝 팬들 "마침내" 열광…"첫 아이돌 콘서트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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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 수 1만명 자생적 한국문화 커뮤니티 '아르코르', 한·쿠바 수교에 환호성
2015년 창단 후 정부 승인까지 받아…강력한 한류 열풍 주도·수교 마중물 역할
"교환교수·학생 프로그램 있으면", "한국서 K팝 댄스 출 수 있기를" 기대감 "은퇴한 K팝 아이돌이라도 일단 오기만 하면 다들 너무 좋아서 난리가 날 겁니다" "콘서트 개런티가 비싸면 내 집이라도 팔아서…"
16일 오후(현지시간) 쿠바 수도 아바나 도심의 한 건물 6층에서는 들뜬 목소리로 서로 축하의 말을 건네는 현지 주민 10여명으로 들썩였다.
연방 "마침내"를 외치며 한국과 쿠바 외교 관계 수립에 한껏 고무된 반응을 숨기지 않던 이들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왁자지껄한 분위기의 회의실 안에는 백발 성성한 장년층부터 친구들과 언제든 칼군무를 선보일 준비가 돼 있는 MZ세대 젊은이까지 다양하게 모여 있었다.
언뜻 보면 좀체 연결고리를 찾기 힘들어 보이는 이 사람들을 하나로 묶어준 건 K팝과 K드라마를 비롯한 한국 문화다.
이날 정기 회의를 위해 모인 참석자들은 쿠바 최대 한류 커뮤니티 '아르코르'(ARTCOR) 소속 임원진이다.
아르코르는 쿠바에서 한국 문화를 함께 즐기기 위해 2015년 자생적으로 뭉친 단체다.
아르코르는 '한국 문화 프로젝트'(PROYECTO SOCIO CULTURAL ARTE COREANO)의 약자로, 한국 문화와 역사 등을 살피고 이를 대중에게도 소개하기 위한 목적의 공동체 성격으로 만들어졌다
이 단체에 얽힌 스토리는 마치 '잘 만든 성장 드라마' 같다.
2010년대 초반 쿠바 국영 방송사에서 방영된 한국 드라마를 보고 매료된 이들이 아바나 시내에 삼삼오오 모여 한식과 한글부터 광복절에 얽힌 역사에 이르기까지 한국에 관해 자발적으로 공부하고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는데, 동호회 성격의 모임들이 서로 합쳐지면서 자연스럽게 수천 명 규모 커뮤니티로 발전했다.
"당시 단체의 주축은 중년 여성들이었다"고 아르코르 회원 라이사 마리아 로드리게스 누녜스(55) 씨는 귀띔했다.
이어 방탄소년단(BTS)과 블랙핑크 등 K팝 그룹에 관심을 가진 청년들이 대거 합류하면서, 현재는 회원 수만 1만명 넘는 대형 조직으로 커졌다.
K-컬처를 매개로 세대의 차이를 뛰어넘는 결합이 이뤄진 것이다.
사회주의 국가인 쿠바 정부도 결과적으론 단체 발전에 한몫했다고 한다.
2016년 당시 '미수교국'인 한국 관련 커뮤니티를 이례적으로 사회 문화 프로젝트로 정식 승인해 줬기 때문이다.
뉴르카 카툴라 로메다(60) 씨는 "정부 승인 과정에는, 별세한 마갈리스 1대 회장의 역할이 무척 컸다"며, 마갈리스 전 회장을 비롯한 현지 회원들의 읍소와 간청에 가까운 민원 제기에 정부 관계자들이 결국 설득됐다고 전했다.
관련 행정 절차가 진행된 시일은 꽤 지났지만, 쿠바 정부에는 회원들의 적극적인 태도가 오랫동안 강한 인상으로 남은 것으로 보인다.
앞서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도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수교 결정 배경을 설명하면서 "한류 등으로 인한 쿠바 국민의 한국에 대한 호감을 쿠바 정부도 인식하지 않을 수 없을 정도의 상황인 것 같다"고 언급한 바 있다.
쿠바의 한류 팬들이 양국 수교의 필요성을 웅변하는 촉매 역할을 한 셈이다.
아나 모레노(51) 씨는 "한국 문화를 존중하고 즐기는 입장에서, (수교는) 언젠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수교 소식을 들었을 때 행복했고, 당연한 수순처럼 느껴졌다"고 했다.
국내에서의 지원도 있었다.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은 양국 문화 교류 행사와 모임을 돕는 사업을 수년째 이어오고 있다.
현지 한류 팬들은 양국 수교를 체감으로 느낄 수 있는 최고 이벤트는 '쿠바 역사상 첫 한국 아이돌 콘서트'라고 입을 모았다.
누군가는 "콘서트 개런티가 너무 비싸다면, 내 집이라도 팔아서 주고 싶다"는 농담 섞인 희망도 피력했다.
K팝 커버댄스 팀을 이끄는 클라우디아 카밀라 솔투라(21) 씨는 "한국에서 친구들과 함께 아이돌 댄스 합을 맞춰보고 싶다"는 기대감도 드러냈다.
한국 관련 물품과 기자재를 충분히 확보하게 되기를 원한다는 바람도 있었다.
마르타 마리아 카레라스(29) 씨는 "한국어를 공부하기 위한 자료들이 너무 부족해서 아쉬움이 있었다"며 "교환교수 및 교환학생 프로그램도 생겨 교류의 장이 확 넓어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아르코르는 현재 아바나를 넘어 전국 주요 대도시에까지 지역 모임을 두고 있다.
댄스 경연 대회와 학술 발표 등 행사도 여러 번 치렀고, 올해도 다양한 이벤트를 준비 중이다.
이들의 과거 활동 모습을 담은 사진 중에는 태극기를 흔드는 쿠바 주민들의 모습도 담겨 있다.
급물살을 타면서 꾸려진 양국 수교 테이블 그 너머로는, 훨씬 예전부터 마음을 열었던 쿠바의 한국 팬들이 있었다는 것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연합뉴스
2015년 창단 후 정부 승인까지 받아…강력한 한류 열풍 주도·수교 마중물 역할
"교환교수·학생 프로그램 있으면", "한국서 K팝 댄스 출 수 있기를" 기대감 "은퇴한 K팝 아이돌이라도 일단 오기만 하면 다들 너무 좋아서 난리가 날 겁니다" "콘서트 개런티가 비싸면 내 집이라도 팔아서…"
16일 오후(현지시간) 쿠바 수도 아바나 도심의 한 건물 6층에서는 들뜬 목소리로 서로 축하의 말을 건네는 현지 주민 10여명으로 들썩였다.
연방 "마침내"를 외치며 한국과 쿠바 외교 관계 수립에 한껏 고무된 반응을 숨기지 않던 이들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왁자지껄한 분위기의 회의실 안에는 백발 성성한 장년층부터 친구들과 언제든 칼군무를 선보일 준비가 돼 있는 MZ세대 젊은이까지 다양하게 모여 있었다.
언뜻 보면 좀체 연결고리를 찾기 힘들어 보이는 이 사람들을 하나로 묶어준 건 K팝과 K드라마를 비롯한 한국 문화다.
이날 정기 회의를 위해 모인 참석자들은 쿠바 최대 한류 커뮤니티 '아르코르'(ARTCOR) 소속 임원진이다.
아르코르는 쿠바에서 한국 문화를 함께 즐기기 위해 2015년 자생적으로 뭉친 단체다.
아르코르는 '한국 문화 프로젝트'(PROYECTO SOCIO CULTURAL ARTE COREANO)의 약자로, 한국 문화와 역사 등을 살피고 이를 대중에게도 소개하기 위한 목적의 공동체 성격으로 만들어졌다
이 단체에 얽힌 스토리는 마치 '잘 만든 성장 드라마' 같다.
2010년대 초반 쿠바 국영 방송사에서 방영된 한국 드라마를 보고 매료된 이들이 아바나 시내에 삼삼오오 모여 한식과 한글부터 광복절에 얽힌 역사에 이르기까지 한국에 관해 자발적으로 공부하고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는데, 동호회 성격의 모임들이 서로 합쳐지면서 자연스럽게 수천 명 규모 커뮤니티로 발전했다.
"당시 단체의 주축은 중년 여성들이었다"고 아르코르 회원 라이사 마리아 로드리게스 누녜스(55) 씨는 귀띔했다.
이어 방탄소년단(BTS)과 블랙핑크 등 K팝 그룹에 관심을 가진 청년들이 대거 합류하면서, 현재는 회원 수만 1만명 넘는 대형 조직으로 커졌다.
K-컬처를 매개로 세대의 차이를 뛰어넘는 결합이 이뤄진 것이다.
사회주의 국가인 쿠바 정부도 결과적으론 단체 발전에 한몫했다고 한다.
2016년 당시 '미수교국'인 한국 관련 커뮤니티를 이례적으로 사회 문화 프로젝트로 정식 승인해 줬기 때문이다.
뉴르카 카툴라 로메다(60) 씨는 "정부 승인 과정에는, 별세한 마갈리스 1대 회장의 역할이 무척 컸다"며, 마갈리스 전 회장을 비롯한 현지 회원들의 읍소와 간청에 가까운 민원 제기에 정부 관계자들이 결국 설득됐다고 전했다.
관련 행정 절차가 진행된 시일은 꽤 지났지만, 쿠바 정부에는 회원들의 적극적인 태도가 오랫동안 강한 인상으로 남은 것으로 보인다.
앞서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도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수교 결정 배경을 설명하면서 "한류 등으로 인한 쿠바 국민의 한국에 대한 호감을 쿠바 정부도 인식하지 않을 수 없을 정도의 상황인 것 같다"고 언급한 바 있다.
쿠바의 한류 팬들이 양국 수교의 필요성을 웅변하는 촉매 역할을 한 셈이다.
아나 모레노(51) 씨는 "한국 문화를 존중하고 즐기는 입장에서, (수교는) 언젠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수교 소식을 들었을 때 행복했고, 당연한 수순처럼 느껴졌다"고 했다.
국내에서의 지원도 있었다.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은 양국 문화 교류 행사와 모임을 돕는 사업을 수년째 이어오고 있다.
현지 한류 팬들은 양국 수교를 체감으로 느낄 수 있는 최고 이벤트는 '쿠바 역사상 첫 한국 아이돌 콘서트'라고 입을 모았다.
누군가는 "콘서트 개런티가 너무 비싸다면, 내 집이라도 팔아서 주고 싶다"는 농담 섞인 희망도 피력했다.
K팝 커버댄스 팀을 이끄는 클라우디아 카밀라 솔투라(21) 씨는 "한국에서 친구들과 함께 아이돌 댄스 합을 맞춰보고 싶다"는 기대감도 드러냈다.
한국 관련 물품과 기자재를 충분히 확보하게 되기를 원한다는 바람도 있었다.
마르타 마리아 카레라스(29) 씨는 "한국어를 공부하기 위한 자료들이 너무 부족해서 아쉬움이 있었다"며 "교환교수 및 교환학생 프로그램도 생겨 교류의 장이 확 넓어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아르코르는 현재 아바나를 넘어 전국 주요 대도시에까지 지역 모임을 두고 있다.
댄스 경연 대회와 학술 발표 등 행사도 여러 번 치렀고, 올해도 다양한 이벤트를 준비 중이다.
이들의 과거 활동 모습을 담은 사진 중에는 태극기를 흔드는 쿠바 주민들의 모습도 담겨 있다.
급물살을 타면서 꾸려진 양국 수교 테이블 그 너머로는, 훨씬 예전부터 마음을 열었던 쿠바의 한국 팬들이 있었다는 것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