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마항쟁 당시 불법구금도…"장기간 국가의 피해회복 노력 없어"
삼청교육대 나오자 형제복지원 끌려가…법원 "국가가 3억 배상"
부마민주항쟁 당시 불법 구금됐다가 풀려난 이후 삼청교육대와 형제복지원에 잇따라 수용된 피해자에게 국가가 3억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913단독 이세창 부장판사는 지난 14일 A(67)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A씨는 부마민주항쟁이 일어났던 1979년 10월 부산 국제시장 인근에서 불법 시위 동조 혐의로 경찰에 체포된 뒤 약 2주간 구금됐다 석방됐다.

그러나 이듬해 A씨는 또다시 경찰관에게 연행돼 삼청교육대에 수용됐고 한 달 가량 가혹행위를 당하다가 퇴소했다.

이후 A씨는 1983년부터 형제복지원에 수용됐고 강제노역과 가혹행위에 시달리다 약 3년 뒤인 1986년 10월 탈출했다.

재판부는 부마민주항쟁 당시 불법 구금과 삼청교육대 및 형제복지원 수용 등에 대한 국가 배상 책임을 모두 인정하며 위자료를 3억원으로 산정했다.

재판부는 "부마민주항쟁 기간 중에 긴급조치 9호를 위반한 시위에 동조한 혐의로 불법 체포돼 구금됐다"며 "A씨에 대한 긴급조치 9호의 발령부터 적용·집행에 이르는 일련의 국가작용은 전체적으로 공무원의 위법한 직무행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삼청교육대 수용과 관련해선 "가혹행위를 당하며 신체의 자유와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침해당했다"며 "공무원이 공권력을 남용한 위법한 직무 행위"라고 판단했다.

형제복지원 수용에 대해서도 "지속적인 감시와 통제 속에서 생활하고 강제노역에 동원되며 신체와 거주·이전의 자유를 박탈당하고 행복추구권과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심하게 침해당했다"면서 "국가는 형제복지원의 실상을 다각도로 파악하고 있었음에도 별다른 구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평범한 20대 청년이었던 A씨나 가족이 겪었을 육체적·정신적 고통이 상당했을 것"이라며 "국가기관에 의해 인간의 존엄성을 해하는 불법행위가 저질러졌음에도 장기간 피해회복을 위해 별다른 노력이나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법원은 지난해 12월 형제복지원 피해자에 대한 국가 배상 책임을 처음으로 인정한 바 있다.

이후 비슷한 취지의 판결들이 뒤따르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