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들이 소송 참여…송달 지연으로 4년만에 1심 선고
강제동원 피해자, 일본기업 상대 손배소송 1심 또 승소(종합)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상당수 사망하고 관련 증거가 부족한 상황에서도 일본 기업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피해자 측이 잇따라 승소하고 있다.

광주지법 민사14부(나경 부장판사)는 15일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11명의 유족인 원고 15명이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강제동원 피해자별로 1억원의 위자료 지급은 인정했지만, 유족들의 상속 지분에 따라 실제 배상액은 원고별로 1천900만~1억원으로 결정했다.

원고들은 일제 강점 시기 강제로 일본에 끌려가 미쓰비시중공업 나고야항공기제작소, 고베·요코하마조선소 등에서 강제 노동에 동원되는 피해를 봤다며 1억원을 배상하라고 집단소송에 나섰다.

2019년 소송 제기 당시 유일하게 생존해 있던 강제동원 피해자 1명까지 소송이 4년여간 장기간 이어지면서 사망했다.

이번 재판은 일본 피고 측 기업에 소장 송달이 1년여간 지연되면서 장기화했다.

여기에 피해자가 모두 사망하고, 생전 강제동원 피해에 관한 진술도 꺼려 피해 사실을 증명할 자료 부족 등의 어려움을 겪었다.

미쓰비시중공업 측 변호인도 "증거관계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고, 원고 측 변호인은 "문서 증거 등을 가진 일본정부나 강제동원 기업은 '문서가 없다'는 답변만 하고 있다"고 항변하기도 했다.

이번 재판에서도 피고 측은 원고들의 손해배상청구권은 과거 청구권협정을 통해 이미 소멸했고, 소멸시효 등도 지났다는 등 기존 주장을 이어갔으나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일본기업의 반인도적 불법행위를 전제로 한 위자료 청구권은 과거 청구권 협정 적용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며 "소멸 시효도 강제동원 피해의 보상 가능성이 확인된 2018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전까지는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었다"고 판시했다.

이날 승소 후 강제동원 피해자 유족은 "아버지가 강제동원으로 부상 당해 귀국 후 고생을 많이 하셨다"며 "피해 사실을 생각하면 억울하고, 일본 측 사과를 꼭 받았으면 좋겠는데 받지 못해 아쉽다"고 말했다.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광주·전남지부는 일본기업 대상 강제동원 1차 소송 최종 승소 후, 2019~2020년 피해자 87명을 원고로 전범 기업 11곳에 대해 2차 집단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달에는 정신영(94) 할머니 등 원고 4명이 광주지법 1심에서 일부승소 판결을 받아냈지만, 미쓰비시중공업 측이 항소하면서 항소심 재판이 열리게 됐다.

이날 판결까지 포함하면 광주에서는 미쓰비시중공업·미쓰비시마테리아루 등을 상대로 한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민사 손해배상 관련 재판은 광주고법에 항소심 2건, 광주지법에 1심 13건(1건 선고)이 진행 중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