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헌 주장·대체복무 소집 거부 피고인에 징역형 선고
"고역 없는 군 복무 없어" 병역거부자에 재판장 일침
현행 대체복무제가 '고역(苦役)의 정도가 심해 징벌적'이라는 병역거부자의 주장을 재판장이 자기 경험을 자세히 설명하며 반박하고 징역형을 선고했다.

광주지법 형사7단독 전일호 부장판사는 13일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20대 A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다만 현행 대체복무제도가 위헌이라고 병역거부자들이 제기한 헌법소원 심리가 진행 중임을 고려해 법정구속하지는 않았다.

대체복무제는 2018년 6월 헌법재판소가 종교적 신념 등에 따른 병역거부자의 대체복무를 규정하지 않은 병역법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한 것을 계기로 마련돼 2020년 10월 처음 시행됐다.

A씨는 종교적 이유로 대체복무 소집 대상자로 분류됐지만, 소집에 응하지 않아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에서 A씨는 "현행 대체복무제도가 교도소에서만 근무하고 고역의 정도가 심해 징벌적으로 기능하고 있다"며 "대체복무요원 소집에 응하지 않는 정당한 이유가 있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에 대해 "헌법 불합치 결정한 헌재가 대체복무 기간을 현역 복무 기간보다 길게 하거나 복무 강도를 현역 복무와 같거나 더 무겁고 힘들게 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은 대체복무도 병역의 일종으로 고역(힘듦)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전 부장판사는 자신의 군 복무 경험을 비교적 상세히 언급하며 '대체복무가 징벌'이라는 피고인 측 주장을 반박했다.

"고역 없는 군 복무 없어" 병역거부자에 재판장 일침
재판장은 2004~2007년 육군 법무관으로 임관해 강원 철원군 3사단 백골부대 근무 당시 겪었던 군 사건을 하나하나 예시로 들며 군 복무 자체가 '고역'을 전제로 함을 강조했다.

그는 군에서 굴착기를 운전하다 사망한 장병, 부대 내에서 성폭행당하고 유서를 군복에 품고 버틴 병사, 종교 활동을 보장받지 못한 탈영병, 가난한 환경에 군 내에서 절도 범행을 저지른 병사 등의 사례를 상세히 설명했다.

전 부장판사는 "현역 병사들의 군 복무는 고역 그 자체"라며 "비무장지대에 근무하는 병사도, 군대 내에서 성폭행당한 장병도, 자기 종교적 신념과 다른 종교활동에 참여해야 하는 병사도 이러한 고역을 두고 징벌이라거나 위헌이라고 말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이어 "합숙 형태의 대체복무가 얼마나 힘든지 알 수 없으나, 현역병의 복무 강도보다 무겁다고 볼 만한 자료는 없다"며 "현행 대체복무제도의 기간이나 고역의 정도가 과도해 징벌로 작용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피고인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최근 국회입법조사처 연구관이 병무청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대체복무 신청자는 도입 초기인 2020년 한해 2천명에 달했지만, 2년 만에 77%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여호와의 증인' 신도 등 종교적 사유로 인한 대체복무 신청자 규모 감소가 주원인으로 분석됐는데, 헌법재판소에 대체복무제가 위헌이라는 취지의 헌법소원이 100여건 계류 중이다.

"고역 없는 군 복무 없어" 병역거부자에 재판장 일침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