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 만에 족쇄 풀려…인재 특별채용·연구 정원조정 등 자율성 기대
출연연에 맞는 제도 추가 필요 지적도…과기부 "내달 14일 개선안 발표"
과기출연연 공공기관 제외…"R&D 자율성·수월성 확보 기대"
정부가 31일 과학기술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을 공공기관에서 제외하면서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와 산하 25개 출연연이 기획재정부가 주도하는 일률적 인건비 및 정원 규제에서 벗어나게 됐다.

2008년 공공기관 지정 후 16년 만에 해제로 연구 현장은 R&D 전문 기관에 맞는 자율성과 수월성 확보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날 보도참고자료를 내고 "이번 해제는 현장 최대 숙원사항을 해소하면서 자율성을 확보하고 연구 수월성을 높일 수 있는 미래 지향적 운영 체계를 만드는 조치"라고 설명했다.

과기출연연은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공운법)이 2007년 제정돼 2008년부터 공공기관으로 관리돼 왔다.

이에 따라 연구기관 특성과 관계없는 총인건비 제한 등 규제 적용을 받았고, 현장에서는 지정 해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10년 넘게 이어져 왔다.

이번 해제로 출연연은 인재 특별채용이나 인건비 인상률 조정 등을 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연구를 위한 정원 조정 등에서도 보다 자유로워질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또 공공기관 가이드라인에 따라 이뤄진 획일적 경상비 절감 탓에 발생한 전기요금 문제 등도 사라질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김복철 NST 이사장은 지금까지 총액 인건비, 인력 규제 등으로 지붕이 막혀 있어 국가 주요 이슈에 출연연이 발 빠른 대응을 하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김 이사장은 "예를 들어 일본의 수출규제 당시 소재·부품·장비 관련 과제가 늘어났지만 정원이나 인건비가 늘지 않아 과제는 하면서 사람을 뽑을 수도 없고 인건비도 오히려 반납하는 악순환이 있었다"며 이번 규제 해소로 특별채용 등 인재 확보에 유리한 발판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출연연 연구자 단체인 출연연 과학기술인 협의회 총연합회(연총) 문성모 회장도 "오랫동안 잘못된 틀은 벗겨달라고 요청해 온 만큼 환영한다"며 "불필요한 규제를 받는 공운법에서 벗어나 과학기술에 맞는 환경으로 바꾸는 큰 틀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다만 연구 현장에서는 4대 과기원이 지난해 공공기관에서 해제됐음에도 총액 인건비 규제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과기정통부도 아직 별도 관리 방안을 구체화하지 않아 효과를 보지 못했던 만큼, 현장에 안착할 제도를 연구자들과 소통해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문 회장은 "한 번에 급격하게 많이 가기 힘든 만큼 서로 소통하면서 업그레이드시켜야 한다"며 "당사자들인 연구자 의견을 반영하지 않고 정책을 만들면 또 좋지 않은 정책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조치가 과기정통부의 인력과 예산 권한을 늘려주는 효과를 낳으면서, 출연연 통폐합의 단초가 될 것이란 우려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전국과학기술노동조합은 공공기관 지정 해제 논의가 이어지자 이런 우려를 제기하며 "공공기관 해제 대신 연구개발목적기관 지침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과기정통부는 내달 14일 장관과 출연연 기관장이 함께 혁신방안 발표회를 갖고 공공기관 지정 해제 이후 운영 방향과 제도개선 사항을 내놓기로 했다.

과학기술 출연기관장협의회 회장인 주한규 한국원자력연구원장은 "앞으로 자율과 책임을 기반으로 출연연이 발전할 수 있도록 연구 현장도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은 "금번 공공기관 지정 해제가 지원체계 혁신으로 이어져, 출연연이 세계 최초, 최고의 연구를 수행하는 기관으로 거듭나도록 현장과 함께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