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세 56.4조 덜 걷혔다...기업경기 악화에 법인세 '뚝'
지난해 국세가 56조4천억원 덜 걷히면서 역대 최대 규모의 '세수 펑크'를 기록했다. 9년만에 2년 연속 세수결손이다.

다만 정부가 지난해 9월 내놓은 세수 재추계 때보다는 2조7천억원 많았다.

기획재정부는 31일 이같은 내용의 '2023년 국세 수입 실적(잠정)'을 발표했다.

지난해 연간 국세 수입은 344조1천억원으로 1년 전보다 51조 9천억원 줄었다.

국세 수입의 주된 원인은 기업 경기 악화다.

2022년 4분기부터 본격화된 경기 둔화 탓에 지난해 상반기까지 기업 영업이익이 크게 떨어졌고 법인세 감소로 이어졌다.

지난해 법인세는 80조4천억원 걷혀 전년보다 23조2천억원(22.4%) 줄었다.

여기에 부동산 등 자산시장 침체로 토지·주택 거래가 줄면서 양도소득세도 14조7천억원 감소했다.

세정지원 등의 기저효과로 종합소득세도 2조 5천억원 줄면서 전체 소득세 수입(115조8천억원)은 전년보다 12조9천억원(10.0%) 줄었다.

다른 세목들도 부진하긴 마찬가지였다.

공시지가 하락과 세율 인하의 영향으로 종합부동산세 수입은 전년보다 2조2천억원(32.4%) 줄어든 4조6천억원이었다.

부가가치세는 전년보다 7조9천억원(9.6%) 감소한 73조8천억원이 걷혔다. 수입액이 1년 전보다 12%대 감소한 영향이다.

수입 감소로 관세도 3조원 줄었다. 유류세 한시 인하 조치 영향으로 교통·에너지·환경세도 3천억원 감소했다.

개별소비세(-5천억원), 증권거래세(-2천억원) 역시 줄었다.

연간 국세 수입은 내달 총세입·총세출 마감 시 확정된다. 잠정치와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전망이다.

작년 12월 국세 수입은 예상된 종합부동산세 감소에 따라 전년 동월 대비 2조5천억원 줄었다.

지난해 국세 수입은 본예산에서 예상한 400조5천억원보다 56조4천억원이 부족하다. 오차율은 -14.1%다.

정부는 대규모 세수 결손이 예상되자 지난해 9월 세수 재추계를 통해 세입 전망을 341조4천억원으로 수정했다. 본예산보다 59조1천억원 낮춘 것이다.

세수 재추계 때보다는 최종적으로 2조7천억원 더 걷히게 됐다.

지난해 4분기 들어 소득세·법인세가 전반적으로 늘면서 소득세가 1조6천억원, 법인세와 상속·증여세가 각 8천억원 늘어난 것이 영향을 미쳤다.

앞서 2021년과 2022년에도 부동산 시장 호조, 예상보다 빠른 경기 회복세 등 영향으로 대규모 초과 세수가 발생하면서 본예산 대비 세수 오차율은 2021년 21.7%, 2022년 15.3%에 이어 작년까지 3년째 두 자릿수대를 기록했다.

정부는 세수 추계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추계 모형을 고도화하고 세수추계위원회의 민간 전문성을 보강, 국제통화기금(IMF)·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국제기구와의 협업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최진규 기재부 조세분석과장은 "지난해말부터 국제기구와 협업이 계속 진행되고 있고 실무적으로 상당히 구체적인 대화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올해 예산안 편성 시 국세 수입을 367조4천억원으로 전망했다.

최근 잇따른 감세 정책이 세수에 미칠 영향에 대해 최 과장은 "올해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정부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비과세 한도를 확대하고 주식 양도세 관련 대주주 기준을 완화하는 등의 정책을 발표한 바 있다.

최 과장은 "주식 양도세 대주주 요건 완화, ISA 세제 혜택의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며 "부가가치세 간이과세 기준 상향은 현재 기준이 확정되지 않아 세수 효과를 현재로서는 답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전민정기자 jmj@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