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 만에 5.3배로 높아져…상대적 생활 형편 좋은 노인도 기초연금 수급 '공정성 논란'
올해부터 고급 자동차 배기량 기준 폐지…외제차 몰아도 요건충족 때 기초연금 받아
[이슈 In] 노인소득·재산증가로 기초연금 선정기준액 월40만원→월213만원
국가에서 국민의 세금으로 지급하는 기초연금을 받을 수 있는 소득인정액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노인의 소득과 재산 수준이 전반적으로 높아지면서 나타나는 현상이지만, 과거보다 상대적으로 생활 형편이 훨씬 좋은 노인마저도 기초연금을 받는다는 얘기여서 공정성 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는다.

◇ 고령화 속에 '소득 하위 70%' 기초연금 수급 대상 맞추려고 선정기준액 계속 올라
31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24년 기초연금을 받을 수 있는 선정기준액은 배우자가 없는 노인 단독가구를 기준으로 월 소득인정액 213만원으로 정해졌다.

'월 소득인정액'은 월 소득평가액과 재산의 월 소득환산액을 합친 금액을 말한다.

근로소득, 기타소득(사업·이자소득), 연금소득 등 각종 소득과 일반재산, 금융재산, 부채 등을 소득으로 환산한 금액을 더해서 산정된다.

이런 월 소득인정액이 선정기준액보다 낮으면 기초연금을 받을 수 있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4년 7월 도입된 기초연금은 2008년 1월에 시행된 기초노령연금을 확대 개편한 것인데, 당시 선정기준액은 월 소득인정액 40만원이었다.

이후 선정기준액은 계속 올랐다.

노인 단독가구의 경우 2010년 월 70만원, 2012년 월 78만원 등으로 상승하고, 기초노령연금에서 기초연금으로 전환된 2014년에는 월 87만원으로 뛰어오른 데 이어 이어 2016년 월 100만원에 이르렀다.

그 후로도 2018년 월 131만원, 2020년 월 148만원, 2022년 월 180만원 등에 이어 지난해 월 202만원으로 월 200만원을 돌파했다.

이렇게 선정기준액이 급상승한 것은 정부 당국이 기초연금 지급 대상(만 65세 이상 소득 하위 70%)을 가려내고자 전체 노인의 소득·재산 수준, 생활 실태, 물가상승률 등을 고려해 해마다 상향 조정했기 때문이다.

올해 선정기준액은 월 213만원으로, 16년 전 기초노령연금이 실시된 2008년(월 40만원)보다 5.3배로 높아졌다.

단독 노인 기준으로 월 40만원 이하여야만 받던 기초연금을 이제는 이보다 5.3배가 넘는 월 213만원 이하여도 받게 됐다는 말이다.

◇ "세금 투입 기초연금 성격 고려해 선정기준 고쳐 수급자 줄여야"
게다가 실제 소득수준은 훨씬 높다.

전체 노인의 소득·재산 증가를 반영해 소득 하위 70% 노인에게 기초연금을 지급한다는 '목표 수급률'을 맞추고자 월 소득인정액을 산정하면서 각종 공제를 확대한 탓이다.

실제로 기초연금 소득인정액 계산 때 상시 근로소득만 근로소득으로 인정할 뿐 일용근로·공공일자리(노인 일자리 포함)·자활 근로소득은 전액 뺀다.

더구나 상시 근로소득 자체도 기본공제액(올해는 월 110만원)을 먼저 적용해서 빼고 남은 금액 기준으로 30%를 추가로 정률 공제해준다.

일반재산을 소득으로 환산할 때도 기본재산액 공제를 통해 사는 곳에 따라 대도시 1억3천500만원, 중소도시 8천500만원, 농어촌 7천250만원을 각각 빼준다.

금융재산에서는 2천만원을 공제해주고 부채도 넣지 않는다.

증여재산이 있을 경우 제외하는 자연적 소비금액도 올해 노인 단독 가구의 경우 235만7천329원으로 늘었다.

특히 올해부터는 재산의 소득환산 때 포함하던 고급 자동차의 배기량 기준(3,000cc)을 없앴다.

외제차를 몰아도 다른 요건만 충족하면 기초연금을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세금이 투입되는 기초연금의 성격을 고려할 때 상당 수준의 월 소득인정액을 가진 노인에게도 기초연금을 줄 경우 사회적 공감을 얻기 어려울 수 있다며, 현행 선정 기준을 고쳐서 기초연금 수급자를 서서히 줄여나가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