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너킥→헤더로 선제골 합작…역전당한 뒤엔 이강인 프리킥으로 자책골 유도
[아시안컵] '참사' 될 뻔한 졸전…패배 막은 'AG 듀오' 이강인·정우영
25일 카타르 알와크라의 알자눕 스타디움에선 한국 축구에 다소 '충격'적인 무승부가 기록됐다.

우승을 목표로 출전 중인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조별리그 E조 최종 3차전에서 참가국 중 최약체로 꼽히는 말레이시아와 3-3으로 비긴 것이다.

말레이시아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은 130위로 우리(23위)보다 무려 107계단이나 낮은 팀이고, 상대 전적에서도 한국이 이전까지 26승 12무 8패로 크게 앞섰다.

말레이시아는 올해 전까지 아시안컵 본선에 3차례만 출전해 승리는 1980년 단 한 차례 있었고, 이번 대회에서도 이미 앞선 두 경기에서 연패를 당해 16강 진출이 좌절됐다.

대한축구협회 전력강화위원장을 지낸 김판곤 감독이 이끌고 있어서 우리를 누구보다 잘 알만한 상대이긴 했지만, 손흥민(토트넘)을 필두로 유럽파 주축 선수들을 대부분 가동하고도 이런 결과가 나온 건 한국엔 분명 아쉬운 상황이다.

심지어 전반전 한 골을 먼저 넣은 뒤 후반 6분과 17분 연속 골을 내줘 역전을 허용, 한참을 끌려다니면서 질뻔한 위기까지 있었다.

한국이 말레이시아에 패한 건 무려 39년 전인 1985년 3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치른 1986 멕시코 월드컵 예선 경기(0-1패)가 마지막이었다.

역전 이후 맹공을 좀처럼 득점으로 연결하지 못하던 클린스만호를 패배 문턱에서 건져낸 건 이번 대회에서 '에이스'로 존재감을 굳히고 있는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이었다.

이강인은 후반 38분 자신이 페널티 아크 뒤편에서 얻어낸 프리킥 때 직접 키커로 나서 강력한 왼발 슛으로 골대를 노렸다.

공이 골대와 상대 골키퍼 사이한 하즈미의 손을 스치고 들어가면서 자책골로 기록되긴 했으나 이강인 특유의 왼발이 빛난 장면이었다.

[아시안컵] '참사' 될 뻔한 졸전…패배 막은 'AG 듀오' 이강인·정우영
이강인은 이날 전반 21분엔 정우영(슈투트가르트)의 선제골 때 예리한 프리킥으로 도움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 코너킥 때 번쩍 뛰어올라 정확히 머리로 받아 넣은 정우영은 지난해 가을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에서 이강인 등과 호흡을 맞춰 금메달을 함께 일군 사이다.

아시안게임 때 예전엔 볼 수 없었던 골 감각을 뽐내며 8골로 득점왕에 올랐던 정우영은 이후 소속팀이나 A대표팀에서 많은 출전 기회를 얻지 못했으나 묵묵히 준비해 온 끝에 아시안컵 첫 선발 경기에서 결정력을 되살렸다.

아시안게임에서 한국의 아시아 정상 정복에 앞장섰던 '젊은 피'가 아시안컵에선 대표팀의 졸전 속 작은 희망을 남겼다.

정우영은 경기를 마치고 중계방송사 인터뷰에서 "매 경기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님께서 공격적인 부분을 강조하고, 그런 부분에서 오늘 팀에 도움이 되려고 노력했다"면서 "어떤 시간에 경기에 들어가던 팀에 도움이 되는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자 잘 준비하고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