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가자 어린이 설사증세 전년대비 26배…질병 확산 심각"
WFP "가자지구 최악 식량위기 50만명, 나머지 세계 지역의 4배"
유엔, 가자지구 '질병+기근' 동시 위험 경고(종합)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교전이 이어지고 있는 가자지구에서 의료 서비스 붕괴와 열악한 위생 여건 탓에 질병 환자가 급증세라고 세계보건기구(WHO)가 전했다.

타릭 야사레비치 WHO 대변인은 23일(현지시간) 설명 자료를 내고 "깨끗한 물이 부족하고 위생 여건이 열악한 가자지구에서는 수많은 질병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고 밝혔다.

야사레비치 대변인은 "전쟁이 발발한 작년 10월 이후 가자지구 전역의 피란민 보호시설에서 파악한 호흡기 감염사례는 22만4천600건이며 설사 증세 15만8천300건, 수두 6천600건, 피부발진 4만4천550건 등도 보고됐다"고 전했다.

그는 "지난해 10∼12월 가자지구 내 5세 미만 어린이의 설사증세 보고 건수는 8만4천명인데 이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26배 많다"며 "의료시스템과 전염병 감시 체계가 복원돼야 하고 인도주의적 휴전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세계식량계획(WFP)은 가자지구의 기근 위험을 경고했다.

아비르 에테파 WFP 중동 지역 대변인은 이날 유엔 제네바사무소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가자 북부 지역으로 구호식량을 전달한 차량이 제때 진입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기근이 발생할 위험은 여전하다"고 말했다.

그는 "가자 북부는 WFP뿐 아니라 다른 구호단체들도 진입 제한을 받는 지역"이라며 "산발적으로 식량 배급을 받은 주민들은 다시 구호품 호송대가 올 것이라는 확신이 없다"고 덧붙였다.

WFP는 이미 작년 12월 가자지구 주민 모두가 식량 위기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진단한 바 있다.

유엔은 식량 위기의 심각도에 따라 '정상(Minimal)-경고(Stressed)-위기(Crisis)-비상(Emergency)-기근(Famine)' 등 5단계로 분류하며 3단계 이상을 급성 식량 위기상태로 본다.

WFP는 작년 12월 8일을 기점으로 가자지구 주민 전체가 3단계 이상으로 접어들었다고 밝혔다.

최악의 식량 위기를 뜻하는 5단계 '기근'은 유엔이 '재앙'(Catastrophe) 단계라고도 부르는데 WFP는 가자지구 인구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50만명이 5단계에 속한다고 설명했다.

WFP는 "5단계에 속하는 가자지구 주민의 수는 전 세계 나머지 지역의 5단계 인구수인 12만9천명보다 4배나 많다"며 "식량 위기 단계 조사가 이뤄진 지 벌써 한 달이 훨씬 넘었으므로 위험은 더 커졌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유엔아동기금(UNICEF·유니세프)은 전란 속에서 태어난 아기와 산모의 심각한 영양 상태를 지적했다.

테스 잉그램 유니세프 대변인은 전날 브리핑에서 "전쟁 발발 후 105일간 가자지구에서 아기 2만여명이 태어났다"며 "10분마다 한 명의 아기가 전쟁의 공포 속에서 세상에 나왔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그는 "가자지구에서는 평소보다 더 많은 유산 사례가 보고됐고 제왕절개 수술을 받은 산모들은 수시간 만에 퇴원해야 하는 실정"이라며 "2세 미만 어린이 13만5천명은 심각한 영양실조 상태"라고 우려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