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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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중국 증시가 부진하면서 인접국 주식시장이 활황세를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중국 경제가 휘청거리자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인도, 대만, 한국 등으로 투자 수요가 몰렸다는 설명이다. 아시아 최대 선진국인 일본도 반사이익을 누리는 모습이다.

22일(현지시간)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증시가 올 들어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면서 글로벌 투자 자금이 중국을 떠나 인접국으로 유입됐다고 진단했다. 중국 상하이 증권 거래소와 선전 증권 거래소 시가총액 상위 300개 기업 주가를 가중평균한 CSI300 지수는 올 초부터 이날까지 5.22% 하락했다. 같은 기간 홍콩 항셍지수는 12.2% 내려앉으며 1만 5000선이 무너졌다.

중국 당국은 급히 증시 부양을 추진했다. 23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증시안정기금을 편성해 2조위안(약 372조원)을 시장에 투입할 방침이다. 자금은 중국 국영기업의 역외 계좌에서 조달할 계획이다.

리웨이칭 JH투자운용 펀드매니저는 "정부도 최근 주가 하락 문제를 크게 생각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조치"라며 "이번 조치로 증시에 대한 신뢰가 회복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증시가 상승 추세로 전환할 지는 미지수"라며 "다양한 추가 부양 조치 없이 단지 증안기금만 투입하는 것은 장기적 주가 상승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외국인 투자자들은 중국 시장에서 손을 떼고 있는 형국이다. 중국 주식 시장에 대한 신뢰를 잃어서다. 중국의 온갖 규제와 경기 둔화 등 연이은 악재에 염증을 느낀 탓이다. 2020년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국 지수에서 40%를 차지했던 중국 증시는 2022년 5%대로 비중이 줄었다.

중국을 제외한 신흥국 펀드에는 자금이 몰리기 시작했다. 블랙록의 '아이셰어즈 MSCI 중국 제외 신흥국 ETF(EMXC)'는 지난해 7월 운용자산이 57억달러에서 작년 말 87억달러로 불어났다. 지난해 주피터 자산운용, 본토벨 등 블랙록을 뒤쫓으려 중국을 제외한 신흥국 ETF를 연달아 출시했다.

중국을 빠져나간 자금은 인도, 대만, 한국 등 인접국으로 유입됐다. 작년 말 인도와 대만, 한국 등이 신흥국 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0%를 기록했다. 작년 4분기에는 총 160억달러가 추가 유입됐다.

인도의 경우 중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소비 대국으로 부상할 것이란 기대감이 반영됐다. 23일 인도 증권거래소 시가총액은 4조 3300억달러를 넘기며 홍콩을 제치고 세계 4위 주식시장에 등극했다.

대만과 한국도 반사이익을 얻었다. 미·중 갈등으로 인해 반도체 공급망이 재편되자 양국의 경제 성장률이 가팔라질 것이란 관측이다. 일본 증시도 덩달아 상승했다. 중국 경제가 쇠퇴하면서 일본을 일종의 '피난처'로 고려한 결과다. 지난해 일본 주식형 펀드에는 3조엔이 유입됐다. 10년 내 최대치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