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일리 유세 참석 유권자 "헤일리 공화후보 안돼도 트럼프는 안찍어"
美 언론 "중도 지지, 다른 州 경선서는 헤일리에 불리하게 작용 가능성"
헤일리 뉴햄프셔 상승기반은 중도표심…트럼프, '親바이든' 공세
미국 공화당 뉴햄프셔주 경선에서 중도 표심을 등에 엎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상대로 '판세 뒤집기'에 나선 니키 헤일리 전 대사가 중도층 지지에 따른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헤일리 전 대사의 1차 승부처인 뉴햄프셔주에서는 중도 공략이 승리의 발판이 될 수 있지만, 다음 승부처인 사우스캐롤라이나를 비롯해 다른 경선에서는 이 전략이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에서다.

17일(현지시간) 뉴햄프셔주 선거 당국 홈페이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전체 87만3천여명의 등록 유권자 가운데 민주당은 26만2천여명, 공화당은 26만7천여명, 무소속은 34만3천여명이다.

뉴햄프셔주 프라이머리에는 무소속 유권자도 참여할 수 있다.

다만 소속 정당이 있는 유권자는 다른 정당에 투표할 수는 없으며, 무소속 유권자도 민주당과 공화당 중 한 곳만 투표소에서 당적을 일시적으로 갖는 방법으로 한 표를 행사할 수 있다.

산술적으로만 보면 공화당 유권자보다 무소속 유권자가 더 많다.

외교 정책 등에서 전통 보수적 성향인 헤일리 전 대사가 뉴햄프셔에서 최근 지지율이 상승한 배경에도 무소속 유권자가 있다는 분석이 많다.

헤일리 전 대사와 트럼프 전 대통령이 40%의 동률을 기록한 아메리칸 리서치 그룹의 여론조사(12~15일)에서 무소속 유권자의 51%가 헤일리 전 대사를 지지한다고 답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무소속 지지율은 24%에 그쳤다.

반면 헤일리 전 대사는 공화당 유권자로부터는 35%의 지지를 확보, 트럼프 전 대통령(47%)에 비해 12%포인트나 낮았다.

헤일리 뉴햄프셔 상승기반은 중도표심…트럼프, '親바이든' 공세
문제는 중도층 지지가 사우스캐롤라이나 등 보수 성향이 강한 지역에서는 헤일리 전 대사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 헤일리 전 대사가 2000년 경선에서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과 경쟁했던 존 매케인 당시 상원의원과 같은 함정에 빠질 수 있다고 NBC 뉴스는 보도했다.

당시 매케인 후보가 중도 표심을 기반으로 뉴햄프셔주에서 승리하면서 상승세를 타자, 부시 전 대통령 측은 다른 당 유권자의 지지를 받고 있다고 공세를 했다.

뉴햄프셔주에서 18% 포인트차로 이겼던 매케인 후보는 2주 정도 뒤에 진행된 사우스캐롤라이나 프라이머리에서는 13%포인트차로 패배했다.

NBC 뉴스는 "헤일리가 뉴햄프셔에서 비공화당원의 힘으로 승리한다면 다른 지역의 공화당원들은 이 같은 결과에 대해 의심을 갖고 보기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헤일리 전 대사를 지지하는 유권자 상당수는 헤일리 전 대사가 후보가 되지 않을 경우 대선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을 지지하겠다는 의사를 보이고 있다.

NBC 뉴스가 공화당 당원만 참여하는 아이오와주 코커스 직전인 지난 13일 발표한 조사에서 헤일리 전 대사 지지자 43%는 '트럼프가 후보가 될 경우 바이든을 지지하겠다'고 답했다.

이와 관련, 헤일리 전 대사의 뉴햄프셔주 유세에 참석한 미셀 오버호프(50·여)씨는 전날 저녁 연합뉴스와 만나 "헤일리가 후보가 되는 데 실패하면 누구를 찍을지 그때 선택지를 볼 것"이라면서 "다만 트럼프는 아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헤일리 전 대사 지지층의 성향을 문제삼아 헤일리 전 대사에 대한 정체성 공격에 들어갔다.

그는 전날 유세에서 헤일리 전 대사의 지지층을 '친(親)바이든'으로 규정하고 "헤일리가 이기면 바이든이 이기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실상 헤일리 전 대사의 지지가 민주당의 역선택이라는 것을 시사하면서 공세한 것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