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승 평균자책점 2.90으로 활약…국가대표도 두 차례 선발
"저만의 팔 각도 정립하고 싶어…정해진 각도에서 꾸준히 던지도록"
두산 에이스로 성장한 곽빈 "감독님 와일드카드 얘기에 찔렸죠"
이승엽(47)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 감독은 15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구단 창단 기념식에서 "작년 10월 19일 창원에서 패배를 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5위로 포스트시즌 막차를 탄 두산의 2023년 마지막 경기인 NC 다이노스와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가리키는 말이다.

당시 두산은 경기 초반 3-0으로 앞서나갔으나 마운드가 무너지며 9-14로 허망하게 역전패하고 말았다.

그날 선발 투수였던 곽빈(24)은 4회 투아웃을 잡아놓고 서호철에게 역전 만루 홈런, 김형준에게 쐐기 1점 홈런을 허용하고 강판당했다.

이 감독의 '잊지 말자 10월 19일' 발언을 전해 들은 곽빈은 취재진과 만나서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 많이 찔렸다.

저도 많이 분했다"고 털어놨다.

솔직한 마음으로 분노보다는 허탈감에 가까웠다는 게 그의 뒤늦은 고백이다.

곽빈은 "솔직히 시즌 막바지라 힘도 많이 떨어졌고, 분노할 힘도 모자랐다.

허탈했다.

그렇게 되더라"고 했다.

지난 시즌 곽빈은 12승 7패 평균자책점 2.90으로 두산 마운드 국내 에이스 노릇을 톡톡히 했다.

두산 에이스로 성장한 곽빈 "감독님 와일드카드 얘기에 찔렸죠"
그러나 23경기 등판, 127⅓이닝 소화로 규정 이닝(144이닝)을 채우지 못하는 등 잔 부상에 고생했다.

곽빈은 3월에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9월에는 항저우 아시안게임 등 두 차례 국가대표로 소집돼 리그를 대표하는 오른손 투수로 인정받았다.

대표팀에서 부상 여파로 제 기량을 보여주지 못한 건 아쉬움으로 남는다.

곽빈은 "2021년과 2022년은 팔이 계속 안 좋아서 캐치볼을 늦게 시작했다.

덕분에 후반기에 좋은 모습을 보였다.

작년은 WBC 때문에 일찍 준비했는데, 저만의 리듬이 없다 보니 어떻게 할지 몰랐다"면서 "올해는 제 것을 정립하면서 공 던지는 강도를 조절해가며 시즌에 맞춰가려고 노력 중"이라고 설명했다.

몸이 아파서 제대로 던지지 못하는 고통을 겪었던 그는 올해 부상 없이 꾸준히 던지는 걸 첫 번째 목표로 삼았다.

무엇보다 1년 내내 같은 팔 각도로 공을 던지는 게 과제다.

두산 에이스로 성장한 곽빈 "감독님 와일드카드 얘기에 찔렸죠"
곽빈은 "올 시즌 저만의 팔 각도를 정립하는 게 목표다.

작년에는 팔이 낮아서 공에 힘이 없어지나 싶어서 후반기에 팔을 올렸는데 그게 저에게 안 맞았다"며 "정해진 각도로 꾸준히 던지는 걸 목표로 한다"고 했다.

올 시즌이 끝나면 또 한 번의 대형 국제대회인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가 기다린다.

곽빈은 "만약 대표로 뽑힌다면 다른 나라 선수들에게 통할지 저를 시험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두산은 지난해 '선발 왕국'으로 거듭날 가능성을 보여줬다.

라울 알칸타라-브랜든 와델로 이어지는 외국인 원투 펀치에 곽빈, 최승용, 김동주, 최원준 등 국내 투수들도 나란히 합격점을 받았다.

곽빈은 "아직 제 자리는 확실히 없다고 생각한다.

작년에 좋은 시즌이었으니, 작년만큼 두 시즌은 더 해야 제자리가 확실하게 만들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해부터 KBO리그는 자동 볼 판정 시스템(ABS)을 도입한다.

공을 던지는 투수 처지에서는 천지개벽에 가까운 변화로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곽빈은 "대표팀 연습 때 경험해봤다.

저는 제구가 세밀한 선수는 아니라 볼이면 볼, 스트라이크면 스트라이크가 확실히 갈린다.

그래서 큰 타격은 없을 것 같다"고 예측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