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 상병 순직 계기로 직권조사…지역축제 등 지자체 행사까지 동원
확 늘어난 군 장병 대민지원…인권위 "과도 동원 안돼" 권고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는 작년 경북 예천군 수해현장 수색 중 고(故) 채 상병이 순직한 사건을 계기로 직권조사를 하고 군 장병이 과도하게 대민지원에 동원되지 않게 규정을 개정하라고 국방부 장관에게 권고했다.

10일 인권위에 따르면 인권위 군인권보호위원회가 군인 안전관리 실태에 관한 직권조사를 한 결과 군의 대민 지원은 2022년 1∼9월 101만7천146명이었다.

2013년 1∼9월의 6만5천778명과 비교하면 15.5배로 크게 늘어난 수치다.

인권위는 군 병력이 폭설·태풍·호우 등 자연재해뿐만 아니라 구제역, 조류독감, 코로나19 같은 사회적 재난 수습 과정은 물론 지역축제 같은 지방자치단체 행사에도 동원된 것으로 파악했다.

지자체 요청에 따라 해안 정화활동과 농경지 복구 작업 등에도 군이 동원됐다.

인권위는 인력과 장비가 단기간에 투입될 수 있다는 점, 비용 발생이 크지 않은 점 등의 이유로 군 대민 지원의 범위가 확대됐다고 분석했다.

이에 인권위는 군 장병이 과도하게 대민 지원에 동원되지 않도록 '국방 재난 관리 훈령' 등을 개정해야 한다고 국방부장관에게 권고했다.

또 재난지역·부대별 주둔지·임무 등을 고려해 재난대응 부대를 지정하고 재난현장에 투입되는 부대의 지휘체계를 단일화할 것과 군 장병이 동원되는 재난 현장에 적용할 안전 매뉴얼을 마련할 것 등도 주문했다.

인권위는 채 상병 순직 사건 관련 재난 동원 과정의 문제점 점검도 필요하다며 해병대 1사단에 대한 부대진단 실시, 재발방지 대책 마련 등도 권유했다.

인권위는 "군의 기본 임무가 안보 위기로부터 국민의 생명·신체·재산을 보호하는 것이므로 재난 위기 상황에서 군인 동원의 필요성은 인정되지만 재난 상황이 아닌 경우에도 지방자치단체의 요청으로 군 대민지원을 하거나 재난과 관련 없는 국가 시책사업에 동원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채 상병은 작년 7월 19일 집중호우 피해지역인 예천 내성천에서 구명조끼 없이 실종자 수색 임무를 수행하다가 급류에 휩쓸려 순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