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문학 거장 마이클 모퍼고 작품…펭귄북스 설립자에 헌정
인류애·생명존중·책임감 등에 관한 감동적인 이야기
소년의 인생을 바꾼 경이로운 우정…'퍼핀섬의 기적'
다섯살 소년 앨런은 아빠가 죽자 엄마와 함께 미국 뉴욕 생활을 정리하고 영국으로 향하는 배에 오른다.

항해 중 폭풍우를 만난 여객선이 순식간에 침몰하고, 좁은 바위 위에서 기적을 바라던 사람들은 갑자기 작은 배를 타고 나타난 등대지기의 도움으로 목숨을 구한다.

"한 남자가 집채만 한 파도를 타고 자그마한 배에서 노를 젓고 있었다.

"
퍼핀섬에서 등대지기를 하며 살던 이 사람의 이름은 벤저민이었다.

앨런은 이후 낯설고 마음 둘 곳 없는 환경에서 유년 시절을 보던 중 달리기와 책 읽기, 그림 그리기에 몰두하며 성장해 간다.

그러던 어느 날 도서관에서 우연히 벤저민 아저씨를 다룬 신문 기사를 발견하고 혼자 퍼핀섬을 찾아가기로 결심한다.

어린이소설 '퍼핀섬의 기적'은 영국의 세계적인 동화작가 마이클 모퍼고(81)가 2020년 발표한 작품이다.

모퍼고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에 의해 영화화된 소설 '워 호스'로 특히 유명한 작가다.

그가 2차대전 발발 전후의 영국을 배경으로 쓴 '퍼핀섬의 기적'은 외딴섬의 등대지기 아저씨와 호기심 많은 한 소년이 나눈 우정과 성장에 관한 이야기다.

자연과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바탕으로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에서 감동과 재미를 끌어내는데 탁월한 능력이 이번에도 유감없이 발휘됐다.

모퍼고는 소년과 등대지기 아저씨의 교감을 통해 인류애와 생명 존중, 예술과 지성, 외부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묵묵히 책임을 다하는 사람 등 이 시대가 잃어가고 있는 가치들의 소중함을 넌지시 강조한다.

탄탄한 구성과 정감 있는 인물 설정, 간결하면서도 힘 있는 문장 위로 삽화가 벤지 데이비스의 따뜻한 톤의 그림이 어우러져 훈훈한 독서 경험을 선사한다.

훌륭한 동화책이 늘 그렇듯이 이 책 역시 성인 독자에게도 깊은 울림을 준다.

작가는 펭귄랜덤하우스의 어린이책 브랜드인 퍼핀북스의 창립 80주년을 기념해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이야기의 제목과 내용도 퍼핀북스의 '퍼핀'에서 착안했다.

퍼핀은 북유럽 해안 등지에 서식하는 철새 코뿔바다오리를 뜻한다.

이 동화를 펭귄북스의 설립자인 고(故) 앨런 레인(1902~1970) 경에게 헌정한 모퍼고는 '작가의 말'에서 이렇게 적었다.

"앨런은 정말 대단한 등대를 만들었다.

앨런이 세운 등대는 지금까지도 계속 빛을 비추고 있다.

그리고 퍼핀들은 여전히 하늘을 날고 있다.

"
봄날의곰. 김선희 옮김. 128쪽.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