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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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가 지난해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4분기 실적은 시장의 기대치를 밑돌았으나 앞선 1~3분기에 ‘어닝 서프라이즈’ 수준의 실적을 거두면서 유종의 미를 거뒀다는 평가가 나온다. 출범 10년만에 최대 실적을 올린 전장 사업이 매출 증가에 효자 노릇을 했다.

LG전자는 지난해 연간 매출이 전년 대비 1.0% 늘어난 84조 2804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8일 공시했다. 영업이익은 3조5485억원으로 전년 대비 0.1% 소폭 감소했다. LG전자 측은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소비 위축 등의 악조건 속에서도 3년 연속 최대 매출액을 경신하고 있다는 게 큰 의미”라고 설명했다.

다만 4분기 기준으로는 시장의 기대치를 밑돌았다. 4분기 영업이익은 3125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실적 발표 전 증권가 컨센서스(실적 추정치 평균)인 6395억과 비교해 50.8% 적은 수치다. 4분기 매출은 23조1567억원으로 시장 추정치를 1.1% 웃돌았다. 일부 증권사에서는 자회사 LG이노텍을 제외한 별도 실적으로는 LG전자가 영업손실을 기록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4분기 부진의 주된 이유는 캐시카우 역할을 했던 생활가전과 TV의 수요가 침체됐기 때문이다. 4분기 특성상 재고를 처리하기 위한 마케팅 비용의 증가도 수익성에 발목을 잡았다. 증권가에서는 TV를 담당하는 HE(홈엔터테인먼트)사업본부가 100억원대 영업손실을 기록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핵심인 생활가전을 판매하는 H&A(홈어플라이언스앤드에어솔루션)사업본부는 올해 분기마다 수천억원대의 이익을 냈으나 지난 4분기엔 수백억원대 수준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믿을 구석은 ‘효자 사업’이 된 전장이었다. 구체적인 사업 부문별 실적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지만, 올해 4분기 VS사업본부는 700억~8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연간 기준으로는 이 사업본부에서만 매출이 10조원을 넘어서고, 수주 잔고도 100조원 육박한다는 계산이다.

내부에서는 조주완 LG전자 사장이 지난해 발표한 2030 미래비전에 따른 사업 포트폴리오 전환이 효과를 내고 있다고 분석한다. 조 사장은 2030년 전장 부문 매출을 22조원까지 늘려 전체 매출의 20% 비중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이런 계획에 따라 전장사업 확대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부터 전기차 부품 양산에 들어간 멕시코 공장은 북미 시장 공략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25년엔 헝가리에 LG마그나 이파워트레인의 네 번째 생산기지를 구축해 유럽 시장용 전기차 부품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올 1분기는 실적이 개선될 전망이다. 계절적으로 연초에는 가전과 TV의 교체 수요가 늘어나고, 4분기에 비해 마케팅 비용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최예린 기자 rambut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