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연구팀 논문…"교차 진학, 입시전략 아닌 최선의 선택, 불이익 없애야"
"문과→이과 교차 진학생, 문과→문과생보다 취업 후 소득 높아"
고등학교 문과에서 대학교 이과로 교차 진학한 학생은 고교·대학교 모두 문과생인 학생보다 취업 후 더 높은 소득을 올리는 것으로 분석됐다.

24일 교육계에 따르면 서울대 박사과정인 이보미·여홍은·정광호씨와 정동욱 서울대 교수는 최근 학술지 교육행정학연구에 게재한 '고교-대학 교육과정 계열 교차 진학이 대학생의 학업 적응과 노동시장 성과에 미치는 영향 분석'이라는 논문에서 이러한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한국교육 종단연구 2005' 데이터의 6차(2010년)에서 12차(2020년) 자료상 인문계 고등학교 졸업생을 대상으로 분석에 나섰다.

2005년부터 시작된 종단연구에서 조사 대상자들은 2010년에 고등학교 3학년이었다.

대학에 입학한 2011년과 2012년에 7∼8차 조사가 진행됐고 이후 격년으로 조사돼 졸업 이후 6년간 추적 조사가 진행됐다.

전공계열과 관계없이 교차 진학한 학생의 전반적인 대학 적응도는 비교차 진학생보다 더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교차 진학생들의 학업 유지율은 비교차 진학생보다 낮고, 입학·졸업 시점의 전공 유지율도 떨어졌다.

구체적으로 문과에서 이과로 교차 진학한 학생들(문과-이과 집단)은 고교·대학 모두 문과로 진학한 학생(문과-문과 집단)보다 대학 1학년 2학기와 2학년 2학기 등록률이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이과-문과 집단의 경우 문과-문과 집단보다 2학년 2학기 등록률이 떨어졌다.

입학·졸업 전공 시점의 전공 유지율도 더 낮게 나타났다.

"문과→이과 교차 진학생, 문과→문과생보다 취업 후 소득 높아"
하지만 대학 졸업 후 노동시장으로 진입했을 때는 교차 진학생들의 월 평균 소득이 비교차 진학생들과 견줘 전반적으로 나쁘지 않았다.

문과-이과 집단의 취업 후 소득은 문과-문과 집단보다 더 높았다.

아울러 이과-이과 집단과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결국 문과-이과 교차 진학은 졸업 후 소득을 고려했을 때 학생에게 유리한 선택일 수 있음을 보여주는 셈이다.

이과-문과 집단의 경우 이과-이과 집단보다 대학 학업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취업 후 소득도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문과-문과 집단과 비교하면 취업 후 소득은 유의미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노동시장 성과에 큰 차이가 없다는 점에서 교차 진학이 반드시 불리한 영향을 준 것은 아니라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연구팀은 최근 이과생의 '문과 침공' 등 교차 진학이 상위권 대학에 입학하기 위한 입시 전략으로만 해석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노동시장 성과까지 고려하면 학생 입장에서 최선의 선택을 한 결과로 볼 수 있다는 데 주목했다.

연구팀은 "고교와 대학의 교육과정 계열이 분절됨에 따라 교차 진학생은 동일 계열 진학자보다 대학 적응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며 "교차 진학 신입생들을 위한 대학의 지도와 학업 지원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어 "대입에서 교차 지원생에게 불리한 조건을 수정하고, 대입 이후 교육을 통해 보완·지원해주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