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한·윤한결 등 콩쿠르 석권…창작 역량 인정받은 뮤지컬
한강·정보라 등 해외 문학상 활약…미국서 줄 잇는 현대미술 전시

2023년은 K팝과 영화, 드라마 등 대중문화에 이어 K-클래식과 문학, 미술이 해외에서 주목받은 한 해였다.

세계 최정상 오케스트라인 베를린 필하모닉은 피아니스트 조성진을 상주 음악가로 선정했고 굵직한 국제 콩쿠르에서도 한국인 음악가들의 수상 소식이 이어졌다.

K-뮤지컬은 창작 뮤지컬의 공연권(라이선스)을 수출하며 해외 진출에 박차를 가했고 무용수 강미선은 무용계의 '아카데미상'으로 통하는 '브누아 드 라 당스(Benois de la Danse)' 최고 여성무용수상을 거머쥐었다.

한강, 정보라, 천명관 등 소설가들은 잇따라 세계 유수 문학상 후보에 오르거나 수상하는 성과를 거뒀다.

현대 미술 중심지 중 한 곳인 미국에서는 굵직한 한국 미술 전시가 잇따라 열려 주목받았다.

◇ 베를린필도 주목하는 K-클래식…콩쿠르 석권
[2023결산] 세계가 반한 K-컬처…작품성 잡고 '해외로 해외로'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흘러가는 클래식 음악계에서도 한국은 더 이상 변방 국가가 아니다.

베를린 필하모닉의 행보만으로도 한국의 위상을 확인할 수 있다.

베를린 필하모닉은 조성진을 내년 상주음악가로 선정했다.

아시아인으로는 일본 피아니스트 우치다 미쓰코 이후 두 번째다.

베를린 필하모닉은 또 현대음악 작곡가 진은숙의 작품을 녹음한 에디션 앨범을 이달 발매했다.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17년간 연주한 진은숙의 작품이 담겨있는 앨범이다.

내년 4월에는 객원 지휘자로 김은선 미국 샌프란시스코오페라 음악감독을 선택했다.

동양인 여성 지휘자가 베를린 필하모닉 포디움에 서는 것은 이례적이다.

국제적인 위상의 콩쿠르에서도 한국인 음악가들의 수상 소식이 이어졌다.

6월 퀸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는 바리톤 김태한이 아시아권 남성 성악가 최초로 우승을 차지했고 같은 달 열린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는 바이올린(김계희)·첼로(이영은)·성악(손지훈) 부문을 한국인 연주자들이 석권했다.

8월에는 윤한결이 젊은 지휘자들의 등용문으로 평가받는 '카라얀 젊은 지휘자상' 콩쿠르에서 우승했고 9월에는 비올리스트 이해수가 ARD국제음악콩쿠르 우승 소식을 알렸다.

지난해 밴 클라이번 콩쿠르 역대 최연소 우승으로 '신드롬'을 일으킨 피아니스트 임윤찬은 해외 순회공연에서 찬사를 받았다.

뉴욕타임스는 5월 임윤찬의 뉴욕 필하모닉 데뷔 무대를 "꿈 같은 연주"라고 극찬했고, 클래식 명문 레이블 데카(Decca)는 임윤찬과 리코딩 전속 계약을 체결하며 "시대에 한 번 나올 재능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 해외진출 박차 가하는 K-뮤지컬
[2023결산] 세계가 반한 K-컬처…작품성 잡고 '해외로 해외로'
한국 뮤지컬의 창작·제작 역량도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다.

창작 뮤지컬 '렛미플라이'는 내년 3월 대만 타이베이에서 공연을 올린다.

음악부터 안무, 의상까지 한국 공연을 따르는 '레플리카 라이선스' 방식이다.

뮤지컬 '시스터 액트'는 제작 단계부터 아시아 진출을 목표로 했다.

제작사 EMK뮤지컬컴퍼니는 2006년 미국에서 초연한 '시스터 액트'의 영어 공연권을 구입해 작품을 수출하는 '인터내셔널 프로덕션'으로 공연을 제작했다.

2025∼2026시즌 아시아 6개국 투어가 목표다.

오디컴퍼니는 11월 미국 뉴저지에서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 프리미어 공연을 올렸다.

신춘수 오디컴퍼니 대표가 프로듀서로 참여해 '미스 사이공'에 출연한 배우 에바 노블자다, 그래미상을 받은 작곡가 제이슨 하울랜드 등 미국 현지에서 제작진과 출연진을 꾸렸다.

무용계에서는 6월 유니버설발레단 수석무용수 강미선이 무용계 '아카데미상'으로 통하는 '브누아 드 라 당스' 최고 여성무용수상을 받았다.

◇ 한강·정보라·천명관…세계 문학상이 호평한 한국작가
[2023결산] 세계가 반한 K-컬처…작품성 잡고 '해외로 해외로'
소설가 한강은 제주 4·3의 비극을 다룬 장편 '작별하지 않는다'로 11월 프랑스의 주요 문학상인 메디치상을 받으며 2016년 영국 부커상 수상 이후 서유럽에서 또 한 번 문학적 역량을 인정받았다.

한국 작품이 프랑스 4대 문학상 중 하나로 꼽히는 메디치상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작품은 올해 프랑스 페미나상 외국문학 부문에도 최종후보에 오르는 등 프랑스 평단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정보라의 SF·호러 소설집 '저주토끼'는 10월 미국 최고 권위의 전미도서상(내셔널북어워즈) 최종후보에 올랐고, 앞서 5월에는 천명관의 '고래'가 국내 출간 19년 만에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후보에 선정됐다.

김혜순 시인의 시집 '날개 환상통'(Phantom Pain Wings) 영문판은 뉴욕타임스가 뽑은 '올해 최고의 시집 5권'에 포함됐다.

백희나의 그림책 '알사탕'은 5월 이탈리아 대표 아동문학상인 프레미오 안데르센상 시상식에서 1년에 단 한 권 선정하는 '올해의 책'(수퍼프레미오 안데르센상)의 영예를 안았다.

◇ 미국 곳곳서 대규모 한국미술 전시 잇따라
[2023결산] 세계가 반한 K-컬처…작품성 잡고 '해외로 해외로'
미국에서는 올 한해 예년에 볼 수 없었던 대규모 한국미술 전시가 곳곳에서 줄을 이었다.

미술계에서는 한류 등의 영향으로 한국문화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면서 해외에서 한국 미술에도 관심을 갖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뉴욕의 솔로몬 R.구겐하임미술관에서는 1960~1970년대 한국 실험미술을 소개하는 '한국 실험미술 1960-1970년대' 전시가 9월 개막했다.

전시와 함께 이건용과 성능경, 김구림 등 실험미술 작가들의 퍼포먼스도 구겐하임미술관에서 진행됐다.

뉴욕을 대표하는 또 다른 미술관인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는 올해 한국실 개관 25주년을 기념하는 전시 '계보'가 11월 시작됐다.

이 전시는 메트 소장품과 리움미술관 등에서 대여한 작품 등 12세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30여점의 한국 미술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필라델피아 미술관에서는 한국계 미국 작가와 한국 작가 28명을 소개하는 대규모 현대미술 전시인 '1989년 이후 한국 미술' 전이 10월 개막했고, 샌디에이고 미술관에서는 한국미술을 주제로 한 첫 기획전인 '생의 찬미'전이 열리고 있다.

이불 작가는 한국작가로는 처음으로 메트로폴리탄미술관으로부터 미술관 외관을 장식할 조각 작품 제작을 의뢰받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