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와 6년 총 1억1천300만 달러에 입단 합의…아시아 야수 포스팅 최고액
미국 "이정후, SF 1번·중견수"…일본 "요시다보다 좋은 대우"
아직 계약을 마무리하지 않았지만, 미국 언론은 이정후(25)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2024년 1번 타자·중견수로 예상했다.

MLB네트워크와 CBS스포츠는 13일(한국시간) 2024시즌 샌프란시스코 예상 선발 라인업을 정리하며 이정후의 이름을 타순 가장 위에 올려놨다.

수비 포지션은 중견수로 전망했다.

이날 MLB닷컴, 뉴욕 포스트, 디애슬레틱 등 미국 현지 언론은 "이정후가 샌프란시스코와 6년 1억1천300만 달러에 입단 합의했다.

계약서에 4년 뒤 옵트아웃(구단과 선수 합의로 계약 파기) 조항이 포함됐다"고 보도했다.

한국프로야구 KBO리그 현역 최고 타자로 평가받는 이정후가 포스팅(비공개 경쟁입찰)을 신청하기도 전에 샌프란시스코는 적극적으로 이정후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피트 퍼텔러 샌프란시스코 단장은 지난 10월 서울 고척돔을 직접 찾아 키움 히어로즈 이정후의 타격 장면을 지켜보기도 했다.

샌프란시스코는 외야수, 특히 중견수 보강을 이번 스토브리그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2023년 샌프란시스코 중견수의 평균 대비 아웃 기여도(OAA·Outs Above Average)는 -13으로, 메이저리그 30개 구단 중 28위에 그쳤다.

올해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주전 중견수'로 내세울 만한 선수가 없었다.

루이스 마토스가 가장 많은 76경기에 중견수로 출전했으나, 타율 0.250, 2홈런, 14타점에 그쳤다.

브라이스 존슨이 30경기, 웨이드 매클러가 20경기에 중견수로 나섰지만 기대 이하였다.

밥 멜빈 샌프란시스코 감독은 "뛰어난 운동 신경과 수비 능력을 갖춘 중견수를 찾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정후가 주전 중견수로 자리 잡기에 적합한 환경이라는 의미다.

미국 "이정후, SF 1번·중견수"…일본 "요시다보다 좋은 대우"
톱타자 능력은 KBO리그에서 증명했다.

ESPN은 "이정후는 KBO리그에서 개인 통산 0.340, 한 시즌 최고 0.360(2021년)의 타율을 올렸다.

정규시즌 최우수선수에 뽑힌 2022년에는 타율 0.349, 출루율 0.421, 장타율 0.575를 올리고, 개인 한 시즌 최다인 23홈런을 쳤다"며 "2022년에는 볼넷이 66개로 삼진 32개보다 두 배 이상 많았다"라고 이정후의 출루 능력과 콘택트 능력을 조명했다.

이어 "최근 2년 동안 이정후의 삼진 비율은 5.4%에 불과했다.

2023년 KBO리그 평균 18.2%, 메이저리그 22.7%보다 훨씬 좋은 수치"라고 강조했다.

ESPN은 "샌프란시스코는 25살의 이정후가 메이저리그 올스타에 선발될만한 재능을 갖췄다고 평가한다"며 "샌프란시스코가 그리는 최상의 시나리오는 빅리그 진출 후 두 시즌 동안 2021년 OPS 0.622, 2022년 0.708로 고전하다가 3년 차인 올해 OPS 0.749로 반등한 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리스)과 달리, 이정후가 빨리 빅리그에 적응해 평균 이상의 출루율과 0.300에 가까운 타율을 찍는 것"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미국 "이정후, SF 1번·중견수"…일본 "요시다보다 좋은 대우"
스포츠닛폰, 데일리 스포츠 등 일본 언론도 이정후의 샌프란시스코행 소식을 주요 뉴스로 전했다.

이정후가 일본프로야구 주니치 드래건스에서 4시즌(1998∼2001년) 동안 뛴 이종범 전 LG 트윈스 코치의 아들이라는 점을 강조한 일본 언론은 포스팅 계약 규모에 놀라움을 표했다.

이정후는 류현진의 한국인 포스팅 총액(2013년 로스앤젤레스 다저스 6년간 3천600만 달러), 김하성의 포스팅 평균 연봉(2021년 샌디에이고와 4년 2천800만 달러·연평균 700만 달러)을 넘어서는 '신기록'을 썼다.

이정후의 평균 연봉은 1천883만 달러가 될 전망이다.

여기에 아시아 야수 포스팅 최고액 기록까지 바꿔놨다.

스포츠닛폰은 "요시다 마사타카는 2022년 12월 보스턴 레드삭스와 5년 총 9천만 달러에 계약했다.

이정후는 요시다의 총액과 평균 연봉(1천800만 달러)을 모두 넘어 아시아 야수 포스팅 최고액 기록을 세웠다"고 전했다.

포스팅으로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아시아 선수 중 이정후보다 높은 대우를 받은 선수는 투수 다나카 마사히로, 단 한 명뿐이다.

다나카는 2014년 뉴욕 양키스와 7년 1억5천500만 달러에 계약했다.

이정후는 올해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이 벌어진 일본에서 요시다와 만나 배트를 교환했다.

당시 요시다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조만간 봅시다"라는 글과 함께 이정후와 찍은 사진을 올렸다.

곧바로 이정후는 "좋은 시즌 보내세요.

또 만나요"라고 영어로 적은 글로 화답했다.

이정후는 자주 요시다를 언급하며 "배울 게 많은 선수"라고 했다.

이제 이정후와 요시다는 '꿈의 무대' 메이저리그에서 선의의 경쟁을 펼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