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전 인구의 세배인데 "50만명 더 온다"…재앙적 상황 악화 우려
"2008년 이집트로 난민 수만명 유입한 사태 재현될 수도"
"가자 220만 인구 절반 몰릴 수도"…위기의 라파 국경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남부 공세를 피해 피란민 수십만명이 이동하면서 가자지구 남쪽 끝에 있는 국경도시 라파의 인도주의 위기가 악화하고 있다고 8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가자지구 북부 가자시티에서 약 30㎞ 떨어져 있는 라파는 청동기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오랜 역사를 지닌 도시로 이집트 북쪽 시나이반도와 접해 있다.

지난 10월7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으로 전쟁이 발발한 직후부터 라파에는 피란민 행렬이 이어졌다.

이집트와 접해 있어 이스라엘이 전면 봉쇄한 가자지구에서 외부로 연결되는 국경 통로 중 유일하게 이스라엘이 통제하지 않는 곳이 이곳에 있다.

이 때문에 주민들은 혹시라도 탈출이 가능할까 실낱같은 희망을 붙잡고 라파로 몰려왔다.

전쟁 전 약 28만명이던 라파의 인구는 두 달여 만에 3배 수준으로 늘어났다.

전쟁 초기부터 가자시티 등 가자지구 북부에서 이동해 온 피란민은 약 47만명으로 추산된다.

7일간의 일시휴전 이후 지난 1일부터 전투를 재개한 이스라엘군이 칸유니스를 비롯한 가자지구 남부에 본격적으로 진격해오면서 라파로 오는 피란민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이스라엘군은 주민들에게 칸유니스를 떠나 라파를 비롯한 남쪽으로 대피하라고 통보했다.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는 이스라엘군의 최근 대피 명령으로 50만명이 추가로 라파로 이동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 경우 라파에는 가자지구 전체 인구 220만명의 절반을 넘는 125만명이 몰리게 된다.

이미 재앙적 수준으로 나빠진 주민들의 생존환경이 더 악화할 것은 명백하다.

라파에는 피란민 급증으로 학교 등 임시 거주지는 수용 능력을 한참 초과한 지 오래다.

작은 아파트의 임대료는 전쟁 전 100달러에서 5천달러로 폭등했다.

"가자 220만 인구 절반 몰릴 수도"…위기의 라파 국경
이 때문에 최근에 라파로 피신한 사람들은 공원이나 공터에 천막을 치거나 부서진 건물 잔해를 뒤져 겨우 겨울바람을 피할 공간을 마련해야 하는 처지다.

물이나 음식은 턱없이 부족하고 기저귀나 생리대 등 위생용품도 구하기 어렵다.

담수화 설비를 돌리거나 음식을 할 때 쓸 연료도 없어 피란민들은 나무를 베거나 폭격당한 집에서 태울 거리를 구해 겨우 물을 끓이고 요리하는 실정이다.

UNRWA의 가자지구 책임자 토머스 화이트는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 "(라파의) 수도와 위생 인프라는 100만명에 이르는 피란민을 감당하는 수준 근처에도 가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스라엘군의 남부 공격 격화로 불안해진 피란민들이 이집트로 탈출하려 할 경우 인도주의 위기는 더 광범위한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고 WSJ은 지적했다.

라파의 피란민들이 이집트로 몰려들면 이집트군은 비무장 민간인들에게 무력을 행사해 가자지구로 돌려보내거나 난민 위기를 받아들이는 것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할 수 있다고 WSJ은 전했다.

이집트는 자국과 인접한 가자지구에서 벌어진 이번 전쟁을 중대한 안보 위협으로 간주하고 팔레스타인 난민 수용을 단호하게 거부하고 있다.

2008년 1차 가자전쟁 당시 하마스가 이집트 국경장벽 일부를 파괴해 팔레스타인 주민 수만 명이 이집트로 쏟아져 들어간 이후 이집트의 경계심은 더 높아졌다.

언론인 출신 연구자로 시나이반도를 둘러싼 지정학적 문제에 대한 책을 쓴 모한나드 사브리는 2008년 팔레스타인 난민들의 월경 사태가 재현될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사브리는 이스라엘이 그런 상황으로 몰아가고 있다면서 "하늘에서 지옥 불이 비처럼 쏟아지는 곳에 앉은 사람들에게 무엇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가자 220만 인구 절반 몰릴 수도"…위기의 라파 국경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