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마취 없는 유기견 안락사는 잔인"…수의사 유죄 인정
지자체로부터 위탁받아 유기견을 안락사시키는 과정에서 마취하지 않은 수의사가 1심과 달리 항소심에서 유죄 판단을 받았다.

광주지법 형사2부(김영아 부장판사)는 동물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수의사 A씨에 대한 1심을 파기하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7일 밝혔다.

재판의 쟁점은 마취 없이 안락사 약품을 투여한 행위가 동물보호법상 '잔인한 방법으로 죽음에 이르게 한 행위'에 해당하는지였다.

동물병원을 운영하던 수의사 A(52)씨는 2019년 전남 순천시로부터 유실·유기 동물의 인도적 처리(안락사)를 위탁받았다.

통상 안락사는 유기견 등이 고통을 느끼지 않게 전신 마취제를 먼저 투여하고, 심장정지·호흡마비를 유발하는 약제를 사용하거나 마취제를 정맥에 주사하는 방식으로 고통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그러나 A씨는 고통을 줄여주는 마취제는 사용하지 않았고, 철창을 굴려 유기견을 넘어뜨린 뒤 안락사 약품을 근육에 주사했다.

2019∼2020년 총 89회에 걸쳐 잔인한 방식으로 동물에 이르게 한 혐의로 기소됐지만, 1심 재판부는 사용하지 않은 마취제 비용 1천900여만원을 받은 혐의(지방재정법 위반·마약류관리법 위반)만 유죄로 보고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안락사 방식과 관련한 동물보호법 위반에 대해서는 '증거 부족'으로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무죄 판단에 대해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었다고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잔인'이라는 용어의 의미는 시대와 사회에 따라 상대적, 유동적"이라는 대법원 판례를 제시하고 A씨의 행위가 잔인한 방법이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먼저 안락사 약제가 동물에게 고통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어 마취제 선행 투약이나 정맥 투약 등을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한 규정을 열거했다.

또 피고인이 운영한 동물병원 수의사들이 "마취제를 먼저 투약하지 않은 유기견들이 안락사 약품이 투여되고 고통스러워했고, 이 모습이 보기 힘들어 병원을 그만뒀다"고 수사기관에서 진술한 점도 근거로 판단했다.

특히 A씨가 병원 고객의 반려견 안락사에서는 마취를 이용한 상황을 들어 "피고인이 보호자가 있는 반려견과 차별해 유기견의 고통은 의도적으로 외면하고 무시해 생명을 경시했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