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앗긴 LPGA'에 봄 올까…임진희·이소미·성유진 출격
세계 최강을 자부하던 한국 여자골프에 이상 징후가 생긴 건 2020년이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를 휘어잡던 선수들의 기량이 한풀 꺾였는데 코로나19 여파로 이를 보완해줄 ‘젊은 피’ 수혈이 제때 안돼서다. 그렇게 2019년 15승을 합작한 ‘K시스터스’의 우승 트로피는 2020년과 2021년 각각 7승으로 반토막이 났다. 작년(4승)과 올해(5승)는 그만도 못했다.

한때 세계랭킹 톱10 중 일곱 자리를 차지했던 한국 이름은 이제 고진영(28·6위)과 김효주(28·7위) 등 두 개로 줄어들었다.

'빼앗긴 LPGA'에 봄 올까…임진희·이소미·성유진 출격
내년에는 한국 여자골프가 ‘두 자릿수 우승 시대’로 복귀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진단한다. 이소미(24) 성유진(23) 임진희(25) 등 국내 정상급 선수들이 내년 LPGA투어 출전권을 확보해서다.

7일(한국시간) 미국 앨라배마주 보밀의 매그놀리아 그로브 골프코스(파72)에서 열린 LPGA투어 퀄리파잉(Q) 시리즈에서 이소미 성유진 임진희가 20위 이내에 들며 2024시즌 ‘풀시드’를 손에 넣었다. Q 시리즈에서 20위 안에 들면 내년 투어를 대부분 뛸 수 있다. 21위부터 45위까지는 조건부 출전권과 2부 투어인 앱손 투어 출전권이 주어진다.

이소미는 2등으로 LPGA투어에 입성했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통산 5승을 거둔 ‘올라운드 플레이어’ 이소미는 국내 최정상급 선수 중 한 명이다. 올해 KLPGA투어 평균 드라이브 비거리 22위(244야드), 평균퍼팅 10위(29.74타)가 말해주듯 딱히 약점이 없다. LPGA투어에서도 우승할 수 있는 전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는 그는 지난 시즌을 시작할 때부터 LPGA투어 진출을 염두에 두고 시즌 일정을 계획했다.

이소미는 “2주가량 미국에 머물며 연습과 대회 출전으로 매우 지쳤지만 이렇게 좋은 성적으로 마칠 수 있어서 감사하다”며 “(수석 합격을 놓쳐) 아쉬움은 남지만 내년 LPGA투어에서 좋은 모습으로 보답하겠다”고 했다.

KLPGA투어에서 올해 2승을 포함해 통산 3승을 수확한 성유진도 큰 어려움 없이 미국 무대를 밟게 됐다. 성유진은 최종합계 19언더파 411타 공동 7위를 기록해 내년 시즌 출전권을 확보했다. 올해 LPGA투어에서 뛰었지만 출전권을 잃은 장효준(20)도 성유진과 공동 7위에 올라 재입성에 성공했다.

상상인·한국경제TV오픈을 포함해 올해 KLPGA투어에서 4승을 쓸어 담은 ‘다승왕’ 임진희도 최종합계 13언더파 417타 공동 17위로 합격증을 손에 쥐었다. 풀시드를 노렸던 KLPGA투어 1승의 홍정민(21)은 8언더파 422타 공동 45위를 기록해 일단 조건부 출전권을 확보했다.

홍정민은 타수를 줄여야 20위 안에 들 수 있었는데 이날 되레 2타를 잃어 순위를 끌어올리지 못했다. LPGA투어 터줏대감 중 한 명인 이정은(35)도 12언더파 418타 공동 23위를 기록해 조건부 출전권을 얻었다.

수석은 호주 동포 로빈 최(25)가 차지했다. 이소미에게 2타 뒤진 2위로 출발한 로빈 최는 이날 4타를 줄여 최종합계 29언더파 401타를 기록했다. 양희영이 캐디를 맡아 화제를 모은 재미동포 제니퍼 송(34)과 노예림(22)도 임진희와 같은 공동 17위로 내년 LPGA투어에 복귀한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