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등 통상외교 지평 확대…'지혜의 공유'는 계속
"엑스포 네트워크, 우리 시장되고 방패된다"…유치전서 "한국은 형제" 호응도
엑스포 유치전 통해 넓힌 협력네트워크, 자산으로 남는다
"부산엑스포를 유치하려고 한 일이지만 전 세계를 달리며 구축한 '엑스포 네트워크'가 더 귀중한 자산일지도 모릅니다.

잘 키우면 우리 시장이 되고 때로는 방패와 갑옷이 될 것입니다.

"
한덕수 국무총리는 2030 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를 위해 서아프리카국 토고를 방문 중이던 지난 2일 페이스북에 이런 글을 남겼다.

민관은 국제박람회기구(BIE) 182개 회원국을 대상으로 전방위 엑스포 유치전을 펼치는 과정에서 아프리카, 중앙아시아, 남아메리카, 카리브, 태평양도서국에 이르기까지 그간 교류가 적었던 여러 나라들과 소통했다.

29일 엑스포 유치에는 성공하지 못했지만, 글로벌 중추 국가를 지향하는 한국의 통상외교 지평이 한층 넓어지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민관이 함께한 '2030 부산엑스포 유치위원회'는 작년 7월 출범 이후 500여일간 지구 495바퀴를 돌며 '준비된 부산'을 알리는 동시에 지구촌 문제를 해결할 한국의 역량을 알리는 데 주력했다.

'오일 머니'를 앞세워 군소·개도국 공략에 나선 사우디아라비아에 맞서 한국은 대규모 민관 경제사절단이 내놓은 '맞춤형 경협 패키지'로 아프리카 등 개발도상국의 표심을 두드렸다.

사우디가 '물고기를 주겠다'는 방식으로 유치전을 펼쳤다면 전쟁의 폐허에서 '한강의 기적'을 이뤄낸 한국은 '물고기를 잡는 지혜를 공유하겠다'는 차별화된 전략을 구사했다.

아프리카의 쌀 증산을 위해 한국의 벼 종자와 농업기술을 전파하는 'K-라이스벨트' 사업이 대표적이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아프리카 국가의 식량안보 강화에 기여한다는 취지였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함께 다른 정부 부처의 지원이 이어졌다.

방문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통일벼 품종의 벼 모종을 담은 모판을 들고 인구 60만명의 아프리카 서부 섬나라 카보베르데로 날아가기도 했다.

방 장관의 카보베르데 방문에는 한국전력 등 공공 기관과 SK, 두산인프라코어, 포스코인터내셔널 등 민간 기업이 참여하는 대규모 경제사절단도 동행해 전방위 협력 청사진을 제시했다.

엑스포 유치전 통해 넓힌 협력네트워크, 자산으로 남는다
또 통가, 피지 등 태평양도서국을 대상으로는 한국의 해양수산 국제협력 비전인 '코리아-오션 이코노미 이니셔티브'를 제시했다.

태평양도서국의 해양수산업 발전과 종사자들의 생활수준 향상, 궁극적으로 기후변화와 해양환경 문제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책을 마련하는 데 함께 머리를 맞댄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함께 이달초 남태평양의 쿡 제도에서 열린 태평양도서국포럼(PIF)을 찾아 해양 협력을 고리로 부산엑스포 유치 활동을 벌였다.

이재용 회장은 이 자리에서 삼성의 글로벌 사회적 책임(CSR) 프로그램인 '삼성 솔브 포 투모로우'를 소개하기도 했다.

경제 성장의 노하우를 나누겠다는 한국의 전략은 개도국 지도자들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한국의 장관급 인사가 처음으로 찾은 카보베르데의 조세 마리아 대통령은 "상상 속에서만 한국과 긴밀한 협력 관계를 생각해왔다"며 한국과의 협력에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한 중앙아시아국 지도자는 한국 정부의 고위 관계자로부터 '부존자원조차 없는 한국의 성공 비결은 우수한 인적 자원 육성'이라는 말을 듣고 "한국은 형제"라며 자국 공무원들에 대한 교육을 요청하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엑스포 유치전 통해 넓힌 협력네트워크, 자산으로 남는다
한국은 세계 10위권 경제국으로 부상했지만, 미·일·중·러를 비롯한 주변국 중심 외교에 치중, 협력 잠재력이 큰 개도국을 포함한 다양한 국가들과 교류 폭이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미중 전략경쟁을 배경으로 한 급속한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정학적 위기로 한국은 핵심 광물 확보와 기후변화 대응 등에서 그간 교류의 접점이 적었던 다양한 개도국들과의 협력을 꾀하고 있다.

따라서 엑스포 유치전이 자연스럽게 국내 기업의 해외 인프라 시장 진출, 핵심 광물 공급망 협력, 인적교류 확대 등 측면에서 더욱 다양한 국가들과 협력을 가속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정부는 기대한다.

정부는 '엑스포 네트워크'가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도록 아프리카 등 개도국에 내년 10여개의 공관을 증설할 계획이다.

또 글로벌 중추 국가에 걸맞은 공적개발원조(ODA) 예산 확대로 엑스포 유치전의 슬로건으로 내건 '지혜의 공유'를 계속해나갈 방침이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프랑스를 방문 중이던 지난 22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전방위 협력 네트워크 외교는 국민의 일자리를 확대하고 기업의 시장을 확충하는 데 든든한 버팀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