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딸'까지 싸잡아 비난…당 친명색 강화에 제동·입지 확보 포석
신당 질문에 일축 안해…측근은 "창당은 아냐" 선긋기
이낙연, 총선 앞 '비명 결집' 구심점 되나…신당론에도 여지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가 이재명 대표의 리더십을 작심하고 비판하면서 향후 총선 공천 국면에서 계파 간 대결 양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이 전 대표가 본격적으로 비명(비이재명)계 구심점 역할을 하면 친명(친이재명)계와 대립각도 더욱 선명해질 가능성이 크다.

이 전 대표는 28일 이낙연계 싱크탱크 '연대와 공생'이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연 '대한민국, 위기를 넘어 새로운 길로' 포럼에 참석, 기조연설에서 이 대표를 향해 날카롭게 날을 세웠다.

이 전 대표는 "제1야당 민주당은 오래 지켜온 가치와 품격을 잃었다"며 "과거에는 내부 다양성과 민주주의라는 면역체계가 작동했으나 지금은 리더십과 강성 지지자들 영향으로 그 체계가 무너졌다"고 말했다.

이 같은 비판은 친명 지도부의 팬덤 정치가 민주당을 장악하면서 당내 민주주의가 붕괴했고 비주류 목소리도 억압받고 있다는 인식을 반영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미국 유학을 마치고 지난 6월에 귀국한 뒤 잠행하던 이 전 대표가 이처럼 목소리를 키운 것은 총선 공천이 다가오는 시점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비명계 사이에서 '공천 학살'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는 점에서다.

지난 대선후보 경선에서 이 대표에게 패하긴 했지만, 이 전 대표는 여전히 다음 대선에 도전할 가능성이 열려 있는 상황이다.

당내 우군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에서 내년 총선을 앞두고 비명계가 대거 이탈한다면 이는 이 전 대표에게도 악재가 될 수밖에 없다.

이 전 대표는 최근 당내 중진 등 몇몇 의원에게 "전우들의 시체 위에서 응원가를 부를 수 없다"고 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비명계가 위축되고 친명계 후보가 대거 나서는 총선에서 민주당 지지 유세를 할 수 없다는 뜻으로도 받아들여진다.

더욱이 이 대표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데 이어 친명계 권리당원이 다수인 가운데 대의원 표의 비율을 줄여 이들의 권한을 확대하는 방안으로 전당대회 당헌 개정이 진행되는 등 당은 친명 색채를 강화하고 있다.

여기에 계속 '로키'로 대응하면 비명계는 더욱 축소되고 자신의 당내 입지도 좁아지는 만큼 이 전 대표로서는 확실하게 제동을 걸어야 한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행사 중 기자들과 만나 창당 가능성을 묻는 말에 "내가 할 일이 무엇인지는 항상 골똘하게 생각한다"고 말해 여지를 뒀다.

실제로 이낙연계 원외 인사들이 주축인 '민주주의 실천행동'은 창당을 준비하고 있는 점도 주목된다.

이 전 대표는 제3지대 정치세력 움직임에 대해선 "지금의 절망적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여러 갈래의 모색이 이어지고 있다"며 "그분들과 상의하지 않았지만, 문제의식과 충정에 공감한다"고 했다.

그러나 이 전 대표가 실제 창당까지 할지는 미지수다.

이낙연계 한 인사는 통화에서 "당이 이렇게 가서는 안 된다는 문제의식 아래 당을 어떻게 개혁할지를 고민할 것"이라며 "20년 넘게 당을 지킨 이 전 대표가 창당한다는 것은 너무 나간 얘기"라고 말했다.

당분간은 당에 '고언'을 하며 당 내부에서 향후 정치적 행보를 모색할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재명 대표는 이 전 대표의 직격탄에 일단 말을 아꼈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서울 구로구의 한 병원을 찾아 요양병원 간병비 급여화 정책 관련 간담회를 한 뒤 기자들과 만나 이 전 대표의 발언에 대한 입장을 묻는 말에 아무 답도 하지 않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