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월 출범 이후 5번째 공소 제기 요구…직접 기소는 3건
차명회사 만들어 하도급 대금 명목으로 뇌물 받은 혐의
공수처, '15억원대 뇌물' 감사원 3급 간부 기소 요구(종합)
감사원 3급 간부 뇌물수수 사건을 수사해온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24일 해당 간부의 혐의가 인정돼 재판에 넘겨야 한다고 판단했다.

공수처 수사2부(송창진 부장검사)는 감사원 3급 간부 김모 씨와 김씨가 운영하는 A 주식회사의 명목상 대표이사였던 B씨를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공소제기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공수처는 대법원장·대법관·검찰총장·판사·검사·경무관 이상 경찰 공무원 등의 고위공직자 범죄에 대해서만 기소권이 있다.

공수처는 "김씨가 2013년 2월 전기공사 업체를 차명으로 설립해 실질적으로 운영하면서 감사 대상 건설·토목 기업으로부터 전기공사 하도급 대금 명목으로 뇌물을 수수한 뒤 사적으로 유용했으며, 뇌물을 준 기업의 대형 사업 수주에 영향력을 행사한 사실 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공수처에 따르면 김씨는 민간 건설 시공사와 토목 공기업이 자신이 운영하는 A업체와 하도급 계약을 맺도록 해 대금 명목으로 15억8천여만원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김씨는 그 대가로 국내 대형 토목 사업 수주에 도움을 달라는 청탁을 받고, 역시 자신의 감사 대상이자 사업 입찰 심의위원인 정부 부처 공무원에게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씨는 2000년 감사원으로 전입한 뒤 주로 건설·토목 분야 감사 부서에서 재직해왔다.

회사가 받은 뇌물은 김씨와 B씨의 주머니로 고스란히 흘러 들어갔다고 공수처는 판단했다.

2014년 7월부터 2020년 12월까지 A업체에서 횡령한 금액은 13억2천여만원 상당으로 조사됐다.

공수처는 김씨에게 뇌물을 준 민간 기업과 공기업 간부 5명에 대해서도 뇌물 공여 혐의로 검찰에 공소제기를 요구했다.

이 사건은 2021년 10월 감사원이 김씨의 비위 정황을 적발해 공수처에 수사 의뢰하면서 시작됐다.

공수처는 지난해 2월 7일 수사를 개시한 뒤 1년 9개월여에 걸쳐 김씨의 주거지와 관련 회사들의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하고 김씨와 관련자 등 119명을 소환조사했다.

다만 법원은 지난 8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을 열고 공수처가 김씨에 대해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당시 이민수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김씨가 상당 수 공사에 개입했음을 인정할 직접 증거가 부족하고 뇌물 액수와 관련해서도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판단하면서 공수처 수사력에 대한 비판이 일기도 했다.

공수처는 출범 이후 네 차례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모두 기각됐다.

공수처는 영장 기각 이후 보완 수사를 진행한 뒤 보름 만에 추가 구속영장 청구 없이 사건을 검찰에 넘겼다.

공수처가 검찰에 공소 제기를 요구한 건 2021년 1월 출범 이후 이번이 다섯 번째다.

앞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해직교사 채용 비리 사건,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송영무 전 국방부 장관의 계엄 관련 문건 서명 강요 사건, 김석준 전 부산시 교육감의 해직교사 채용 비리 사건을 수사해 검찰에 공소제기를 요구했다.

공수처가 직접 공소를 제기한 사건은 김형준 전 부장검사 '스폰서 검사' 사건, 손준성 검사장 공무상 비밀 누설(이른바 '고발 사주') 사건, 윤모 전 검사 고소장 위조 사건 등 세 건이다.

공수처는 판사·검사 등은 물론 감사원·국세청·공정거래위원회·금융위원회 소속 3급 이상 공무원 등을 수사할 수 있지만 기소권은 대법원장·대법관·검찰총장·판사·검사·경무관 이상 경찰 공무원 등으로 제한돼 있다.

수사 범위보다 기소 범위가 좁은 것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