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출범한 팟캐스트 '조현한 생활' 관심 고조
친구들의 편견, 적응의 어려움으로 생긴 조현병
'말 없는 애' 과거 극복하고 청취자들과 소통
[인턴액티브] 조현병 고백한 팟캐스트 진행자 "사람들이 날 꺼려도"
"나는 조현병 당사자입니다"
17년 동안 조현병 당사자로 살아온 '팡팡'(37·활동명)씨가 세상에 이 말을 꺼내기까지, 큰 용기가 필요했다고 한다.

조현병 당사자가 말하는 조현병에 누가 관심을 가져줄까 하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그러나 팡팡 씨의 용기와 진심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그를 비롯한 조현병 당사자가 직접 정신질환 회복 과정을 들려주는 팟캐스트 '조현한 생활'이 지난 4월 출범 후 누적 청취 수 2천회 이상을 돌파했다.

[인턴액티브] 조현병 고백한 팟캐스트 진행자 "사람들이 날 꺼려도"
팟캐스트 '조현한 생활'은 광명시정신건강복지센터의 인식개선 활동가로 일하는 정신질환 당사자 3인이 직접 진행하는 방송이다.

청취자에게 조현병 당사자가 겪는 어려움과 회복 과정, 일상 이야기 등을 솔직하게 나누고 있다.

채널명 '조현한 생활'은 현악기의 음을 조율하는 '조현하다'라는 단어를 빌려왔다.

조현병 당사자들이 약을 먹고 운동을 하는 등 정신질환을 조절하기 위해 노력하는 삶 자체가 '조현한 생활'이기 때문이다.

진행자 중 한 명인 팡팡 씨는 17년 동안 조현병 당사자로 살아왔다.

지난달 31일 경기도 광명시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팡팡 씨를 만났다.

그는 호기롭게 기획한 '조현한 생활'이었지만, 시작부터 어려움이 따랐다고 털어놨다.

정신질환 경험을 이야기하는 것이 다른 정신질환 당사자에게 상처를 줄 수도 있다는 걱정 때문이었다.

[인턴액티브] 조현병 고백한 팟캐스트 진행자 "사람들이 날 꺼려도"
팡팡 씨는 "'조현한 생활' 원고로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한 이야기를 쓰다가, 비슷한 경험을 한 정신질환자의 트라우마를 건드릴까 봐 미안했다"며 "그때부터 조현병 회복을 위해 노력하고 성장했던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조현한 생활'의 가치는 조현병 당사자의 긍정적인 경험을 나누는 것에 있기 때문이라고. 팡팡 씨는 조현병 당사자가 되기까지 지나온 삶을 고백해보기로 했다.

그러자 갓 전학 간 학교에 적응하지 못해 쭈뼛거리던 초등학교 시절이 떠올랐다.

어릴 적 친구들은 팡팡 씨를 '말 없는 애'라고 불렀다고 한다.

'말 없는 아이'라는 건 낙인이었다.

그때부터 팡팡 씨는 학교에서 가장 조용한 아이라는 이미지를 벗어날 수 없었다.

긴장한 채 의자에 앉아 있던 기억이 그가 기억하는 학창 시절의 전부다.

적응의 어려움으로 고등학교를 자퇴한 팡팡 씨는 반복성 우울장애 진단을 받았고, 이후 진단명은 양극성 정동장애(조울증), 조현정동장애로 바뀌었다.

친척들 일부는 그가 정신병원에 입원했다는 사실을 듣고 연을 끊기도 했다.

위축될 대로 위축된 팡팡 씨가 팟캐스트로 조현병 회복기를 전할 마음을 먹은 것은 다르게 살아보고 싶기 때문이었다.

그는 "가만히 있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점인 작은 목소리를 극복하고 나만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고백했다.

평생을 '말 없는 애'로 살았으니까, 늦게라도 '말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던 그였다.

[인턴액티브] 조현병 고백한 팟캐스트 진행자 "사람들이 날 꺼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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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본 작성부터 녹음, 편집까지 '조현한 생활'의 모든 업무는 팡팡 씨의 손을 거친다.

기본적인 컷 편집, BGM 선정, 삽화 선정까지 직접 해야 직성이 풀리는 그.
'조현한 생활'로 팡팡 씨의 꾸밈없는 이야기를 들으며 삶의 의지를 다지는 조현병 당사자도 생겼다.

'조현한 생활' 채널에는 '같은 조현병 당사자입니다.

조현병 당사자들이 수면 위로 올라갈 날을 기다립니다'라는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팡팡 씨는 팟캐스트 채널의 향후 목표에 대해 "우리 이야기를 듣고 용기를 얻는 조현병 당사자들을 위해 채널이 계속됐으면 좋겠다는 바람뿐"이라고 말했다.

말을 조금 더 잘했더라면, 목소리가 조금 더 컸더라면, 지금보다 더 넓은 세상에서 살 수 있지 않았을까 후회했던 그였지만, '조현한 생활'로 세상과 소통을 시작하며 깨달은 것이 있다.

수십억 사람 중, 말을 조금 못하고 목소리가 작은 사람이 한 명쯤은 있어도 괜찮다는 것이었다.

앞으로도 정신질환 인식 개선을 위해 세상과 소통하고 싶다는 그는 "조현병 당사자들은 빛나는 사람이 되길 꿈꾸는 사람들이다.

조현병을 '상처받은 이들이 삶의 의지를 되새기는 병'으로 바라봐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