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지난 15일, 행동주의 펀드의 지분 인수 이후 좀처럼 고개를 들지 못하던 디즈니 주가가 90달러 위로 오르는 등 행동주의펀드의 입김이 세지는 계절이 왔습니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죠. 증권부 유주안 기자와 함께 올해 우리 주식시장에서 주주행동주의의 대상이 될 기업들과 투자전략 이야기 나눕니다.

<질문1> 행동주의펀드들의 활동 소식이 속속 전해지고 있어요. 현황 정리해주세요.

<기자>구 메리츠자산운용을 KCGI가 인수해 새롭게 출범한 KCGI 자산운용이 어제 현대엘리베이터의 주주가치개선안에 대해 미흡하다는 평가내리고 더욱 본격적 주주활동을 예고했다.

KCGI자산운용은 지난 8월에 쉰들러와 긴 경영권 분쟁을 겪어온 현대엘리베이터 보통주 지분 약 2%를 확보한 후 독립적이고 투명한 지배구조 확립을 요구해 왔습니다. 현대엘리베이터에 공개 주주 서한을 보내 현정은 회장의 과다연봉 수령, 이해관계 상충 등을 문제 삼기도 했습니다.

이에 응해 지난 17일, 현대엘리베이터는 현정은 회장이 일단 이사회에서 물러나고, 이 자리(이사회 의장)를 향후 사외이사가 맡게 될 것이라 밝혔습니다.

이에 대해 어제, 온라인으로 기자간담회를 연 KCGI자산운용은 향후 최대주주 우호의결권으로 쓰일 여지가 있는 7.64%의 자사주를 전량 소각할 것과 주력 사업과 연관성이 낮은 부동산 임대업이나 관광숙박업 등을 정리하라고 요구했습니다.

향후 지분 추가 취득과 관련한 언급은 아꼈습니다.

한국알콜도 현재 행동주의펀드과 지배구조 분쟁중입니다. 지분 9.37%를 보유한 트러스톤자산운용은 수원지방법원에 이사회 회의록 열람과 등사 허가를 신청했는데, 트러스톤은 오너 일가의 일감 몰아주기 의혹 등을 제기하면서 지난 2012~2014년 이사회 의사록을 보겠다고 나선 것입니다.

이 외 플래쉬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FCP)라는 펀드는 KT&G를 상대로 회계장부 열람, 등사 청구하는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지난해부터 글로벌 시장에서 전자담배 사업을 필립모리스랑 하지 말고 자체적으로 하라는 등을 요구를 해왔습니다.

<질문-2> 연말이 되면 주주행동주의 본격화하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기자> 상법상 주주제안 안건은 주주총회 6주 전까지 전달이 되어야 합니다. 보통 정기주주총회 시즌이 3월인데 1월 중에는 기업측에 제안을 끝내야 하는 거죠. 최근 행동주의 펀드가 자기 주장을 여론에 알리고 공감대를 얻어 상대 기업을 압박하는 전략을 많이 취하는데 이 때문에 전년도 11~12월부터는 미디어 노출을 늘리는 등 활동에 나서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상법상 주주 제안을 하기 위해선 6개월 전부터 지분 1% 이상을 보유해야 하는 조건이 있는데, 이 때문에 내년 주총에서 요구하는 안건을 상정하려는 펀드들은 이미 7~8월 정도에는 대상 기업을 선정해서 지분을 늘리는 작업을 해왔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고, 연말연초로 가면서 하나둘씩 공개를 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질문-3> 올해 주주행동주의의 타겟이 될 만한 기업은 어디인가요?

펀드들이 통상 행동주의 대상이 되는 기업의 지분을 충분히 매입하기 전까지는 보안을 철저하게 유지하기 때문에 미리 알기는 어려운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행동주의 타겟이 된 기업들의 공통점을 찾아볼 수 있는데요.

견실한 기업일 것, 대주주 지분이 너무 높지 않고 적당할 것, 또 여론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이슈가 있으면 좋다, 세 가지 정도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미리 어디가 타겟이 될 것이라 예측하긴 어렵지만 이미 전략이 노출된 펀드의 포트폴리오는 살펴볼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행동주의펀드는 뜻을 같이 하는 투자자들과 사모로 펀드를 구성하는데, 국내 거의 유일한 공모 행동주의 펀드가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KCGI자산운용의 펀드인데요, 공시에 따르면 DI동일과 고려아연, 비츠로셀, KT&G, OCI홀딩스, 한국알콜 등을 담고 있습니다.

<질문-4> 작년 이맘때부터 올 초까지 금융지주나 SK, KT&G 등을 대상으로 한 주주행동주의가 한동안 방송과 신문을 장식했었는데, 올해는 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요? 그 이유는?

<기자> 코로나 이후 유동성에 의해 오르던 주식시장이 한국 경제의 구조적 저성장 국면 진입과 더불어 수익을 내기 어려워진 점을 꼽을 수 있습니다.펀드가 돈을 벌기 위해 기업에 자꾸 요구를 하게 될 공산이 높다는 것이고, 실제 일본의 경우 장기저성장 국면을 겪으면서 행동주의가 상당히 활발합니다.

제도 등 환경 역시 행동주의에 유리한 토양이 갖춰지고 있습니다. 2016년 스튜어드십코드제도 도입과 함께 2020년 주주대표소송제도(주주가 회사를 대신해 경영진 등을 상대로 소 제기)를 도입하는 등 행동주의가 보다 쉽게 활동을 할 수 있는 토양으로 평가되고, 여기에 코로나 이후 많은 개인투자자들이 자본시장에 큰 관심을 갖게 된 것도 행동주의가 보폭을 늘리는 계기가 됐습니다.

마지막으로 판이 커졌다는 점을 들 수 있습니다. 각 국가간 자본시장 장벽이 예전에 비해 낮아졌기 때문인데. 우리나라에서 유명세를 떨친 행동주의 펀드중 일부는 내년 주총시즌을 앞두고 해외 주요 기관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펀딩받았다는 얘기가 도는데, 국경을 넘어온 돈까지 가세하면서 규모가 작년보다 훨씬 커질 수 있고, 더 정교하고 공격적으로 행동주의를 취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습니다.

<앵커> 잘 들었습니다.


유주안기자 jayou@wowtv.co.kr
행동주의펀드, 더 독해져서 돌아온다[이슈N전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