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아카이 전 부통령, 조지 웨아 현 대통령 꺾고 당선 확정
"서아프리카, 평화적 권력이양 가능 보여줘" 호평 잇따라
아프리카서 드문 평화적 정권 교체 이룬 라이베리아
서아프리카 라이베리아 대선 결선투표에서 조지프 보아카이(78) 전 부통령의 당선이 최종 확정됐다.

경쟁 후보였던 조지 웨아(57) 현 대통령이 잠정 개표 결과를 토대로 패배를 수락한 지 사흘만으로, 최근 군사정변(쿠데타)이 잇따른 아프리카에서 평화적 정권 교체의 본보기가 됐다는 국내외의 호평이 잇따랐다.

현지 일간지 라이베리안옵서버는 21일(현지시간) 보아카이 대통령 당선인은 전날 선거관리위원회의 개표 결과 발표 뒤 "전환을 준비하고 취임 계획을 시작할 시점"이라며 "실천하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고 보도했다.

그는 이어 "내가 해야 할 일을 해 나갈 것"이라며 "향후 수년은 더 이상 희망만 하는 게 아니라 실행에 옮기는 기간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선관위는 전날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14일 치른 대선 결선투표의 최종 개표 결과 야당 통일당(UP)의 보아카이 후보가 50.64%의 득표율로 49.36%를 득표한 여당 민주변혁회의(CDC)의 웨아 후보를 2만567표 차로 따돌렸다고 공표했다.

보아카이 당선인은 아프리카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자 2011년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엘런 존슨설리프 대통령 시절(2006∼2018년) 부통령을 지낸 베테랑 정치인이다.

부패 척결 등 주요 선거 공약을 이행하지 않았다는 비난을 받아온 웨아 대통령의 실정으로부터 라이베리아를 구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워 2017년 대선의 패배를 설욕했다.

2017년 대선 결선투표에서 61.5%의 득표율로 보아카이 당시 부통령을 상대로 승리한 전설적 축구 스타 출신인 웨아 대통령은 선관위가 개표를 99.58% 마무리한 잠정 개표 결과를 발표한 지난 17일 이미 대선 패배를 공식 수락했다.

웨아 대통령은 당시 대국민 연설에서 "지금은 당이나 개인적 이익보다 나라와 애국심을 우선해야 할 때"라며 패배를 인정해 국내외로부터 찬사를 받았다.

서아프리카경제공동체(ECOWAS)는 전날 성명에서 "라이베리아 국민은 서아프리카에 민주주의가 살아 있으며 평화적인 정권교체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ECOWAS 의장국인 나이지리아의 볼라 티누부 대통령은 "웨아 대통령은 서아프리카에서 평화적인 권력 이양이 이뤄질 수 없다는 고정관념을 깨뜨렸다"고 말했다.

아프리카연합(AU)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보아카이 당선인에게 축하 인사를 보내며 웨아 대통령을 칭찬했다고 AFP 통신은 전했다.

2020년 이후 ECOWAS의 15개 회원국 가운데 말리와 기니, 부르키나파소, 니제르 등 4개국에서 군사정변(쿠데타)으로 군부가 정권을 장악하며 정권이 교체됐다.

지난 8월에는 중부 아프리카 가봉에서 대선 개표 결과 발표 직후 군부의 쿠데타로 군정이 들어서기도 했다.

이번 대선은 1989∼2003년 2차례의 내전으로 25만 명 이상이 숨진 라이베리아에서 2018년 유엔 평화유지군이 철수한 이후 처음으로 치른 선거이기도 해 평화적 정권교체의 의미가 더욱 부각됐다.

세계은행(WB)에 따르면 라이베리아는 인구의 5분의 1 이상이 하루에 2.15달러(약 2천800원) 이하로 사는 빈국 중 하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