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칼럼] "좋은 기업이 반드시 좋은 주식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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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칼럼] "좋은 기업이 반드시 좋은 주식은 아니다"
마켓리더의 시각
[마켓칼럼] "좋은 기업이 반드시 좋은 주식은 아니다"
박병창 교보증권 이사

주식의 가치, 주가는 기업의 내재 가치와 미래의 이익 성장 가치를 현재가에 반영하여 거래된다. 주가는 기업 가치의 반영이며, 주식 투자는 현재 기업 가치에 비해 주가가 저평가되었거나 미래의 이익 성장으로 현재는 고평가이나 미래에 저평가가 될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다. 서점에서 볼 수 있는 가치 투자론의 이론으로는 성장주 투자가 어렵다. 성장주 투자의 핵심은 고평가에 매수하여 저평가에 매도하는 것인데, 가치 투자는 저평가 종목에 투자하기를 권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흔히 좋은 기업이라고 말할 때 꾸준한 이익 성장이 있고, 미래에도 이익 성장을 이루어 낼 사업 연속성을 갖는 기업을 말한다. 그러한 기업에 투자하여 주가가 기업 가치를 반영하며 상승하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장기 투자를 하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재무안정성인데, 작은 기업의 재무 안정성을 판단하기 어렵다. 따라서 흔히 좋은 기업이라고 말할 땐 글로벌 사업을 하는 큰 기업, 사업 연속성을 갖고 거버넌스 이슈에서도 훌륭한 기업을 말한다. 투자를 처음 시작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삼성전자나 현대차와 같은 대형주로부터 시작하는 이유이다. 기업의 미래를 평가하기 어렵기 때문에 이미 많은 투자자로부터 평가된 대형주로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대형주를 좋은 기업이라고 생각한다.

때론, ‘좋은 기업인데 주가는 답답하게 움직인다. 오히려 하락하여 너무 힘들다’라는 말을 한다. ‘좋은 기업인데, 주가가 왜 반영을 못할까? ‘ ‘ 시장이 왜곡되어 좋은 기업의 주가가 상승하지 못하고 있다’고 도 한다. 좋은 기업이라고 판단되어 투자한 주가가 오르지 못하다 보면, ‘ 좋은 기업이면 뭐해... 주가가 올라야지’ ‘ 좋은 주식은 나에게 수익을 주는 주식이므로 좋은 기업과 좋은 주식은 별개’라고 결론 내게 된다. 2차전지, AI, 로봇, 바이오 관련주가 몇 배로 상승하는 종목 장세가 이루어지는 동안 삼성전자, 현대차를 보유하고 있었던 투자자들은 상대적 박탈감에 매우 좋지 않은 시황으로 체감된다. 그들에게 삼성전자, 현대차는 좋은 기업이지만 좋은 주식은 아닌 것이다.

‘좋은 기업과 좋은 주식은 별개’라는 현상을 주식 시장의 당연한 현상이라고 단언할 수 없다. 주식 시장은 투자의 영역이 있고 투기의 영역이 공존하고 있기 때문에 투자자들의 스타일과 전략에 따라 수익을 추구하는 방법이 다른 것이고 그에 맞는 주식이 다른 것일 뿐이다. 좋은 기업이 가치를 반영하며 주가가 상승하는 시기까지 기다리는 투자를 하는 사람은 시황이나 테마에 연연하지 않고 기업의 이익 성장에만 집중해야 한다. 반면 나쁜 기업이든 뭐든 주가의 움직임을 포착하여 시세 차익을 노리는 투자자들은 당장 주가 변동성이 크고 가격이 상승하는 주식에 열중하여 거래한다. 주식 시장은 ‘머니 게임’이라고 하듯이 기업의 가치와 무관하게 수급에 의해 주가가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

시스템 위기가 발생하면 기업 가치와 무관하게 주가가 급락하기도 하고 특정 세력의 진입 또는 매수세의 쏠림 현상으로 기업 가치와 무관하게 주가가 급등하기도 한다. 주가가 급등락하는 것은 투기적 성향의 투자자들의 심리가 반영된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급락을 막으려 하거나 급등을 막으려 하는 제도적 장치가 있지만 그 안에서의 변동성으로 시세 차익을 추구할 수 있는 것이 시장의 핵심이다. 모든 주식이 기업의 가치를 온전히 반영하며 이론적으로 움직인다면 유통시장에서 ‘시세 차익’을 위한 기회는 거의 없을 것이다.

시가 총액이 큰 대형주들은 시황 부침이 심하다. 시황은 외국인들의 패시브 자금의 유입과 유출에 따라 주기적으로 등락한다. 금리와 환율에 의한 대형 펀드 자금들이 시장에 유입될 때 시장은 상승하고 그 자금들은 대형주를 매수한다. 반대로 그들이 위험자산을 줄이고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시기에는 좋은 기업의 대형주라 하더라도 주가는 수급에 의해 하락한다. 대형주의 투자는 중소형주의 투자에서보다 시황에 더 민감해야 한다. 무작정 ‘바이 앤 홀딩’ 이 아니라 시황에 따라 적절히 매매해야 한다. 대부분의 펀드매니저들이 그렇게 하고 있다. 반면 중소형주들은 시황에 영향을 받지만 그보다는 성장 스토리와 그에 부합하는 이익을 보여 주는가에 따라 주가가 반영한다. 대형주에 비해 큰 자금이 아니더라도 주가가 급등락하기 때문에 때론, 이슈에 따라 기업 가치 변화 없이 주가가 크게 상승한다.

바이오주는 개발 중인 신약 파이프라인이 성공하면 큰 이익이 가능하기 때문에 수년간 적자임에도 시총이 조단위로 상승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신약 개발에 실패할 경우, 이름을 날린 바이오 주식이 시장에서 사라지는 경우도 흔히 있어 왔다. 현재의 이익은 작지만 몇 년 후엔 큰 이익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으로 주가가 열 배씩 오르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대부분의 성장주는 고평가 논란에 휩싸이게 된다. 전통 산업주들은 PER이 5배도 안 되는 경우가 많은데, 성장주들은 수십 배의 PER에서 거래되곤 한다. 이러한 특징 때문에 시장에서는 실제로 미래의 이익을 예상할 수 없음에도, 미래에 전망되는 이익보다 과도하게 부풀려진 가치로 주가가 형성되기도 한다. 단기 고수익의 투기 심리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주가의 버블을 만들고 다시 제거되는 과정이 반복된다.

좋은 기업이 반드시 좋은 주식이라는 생각에서 유연해져야 한다. 좋은 기업의 주가가 꼭 상승하는 것은 아니다. ‘좋은 기업인데 주가가 왜 상승하지 않느냐’는 푸념을 하지 않아야 한다. 그럴 수 있는 곳이 주식 시장이다. 그렇다고 ‘좋은 기업의 구분 없이, 단지 당장 돈만 벌 수 있으면 껍데기뿐인 주식이라도 투자하여 벌 수 있어’라는 생각도 매우 위험천만하다. 이익 성장이 없는 기업의 주가는 결국 무너져 내린다. 우리는 꽤 오랫동안 소위 ‘밈 주식’을 보아 왔다. 한 때 시장의 핫 이슈가 되어 수많은 투자자에게 각광을 받으며 주가가 상승했지만 지금은 잊혀져간 주식들을 보아 왔다. 시대가 변해도 사람들의 탐욕은 늘 새로운 밈 주식을 만들어 냈고 그 사이에서 어떤 이는 큰 부를 얻고 어떤 이는 큰 손실로 투자에서 삶에 이르기까지 힘들어지는 경우를 많이 보아왔다. 투기의 마음엔 중간은 없는 듯하다. 시황은 투자자들을 환호하게도 하고 절망으로 빠뜨리게도 한다. 변덕스럽다. 유행을 추종하는 주가 역시 환호와 절망을 동시에 준다.

좋은 기업만을 추종하든, 당장 주가가 상승하는 주식만을 추종하든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는 것이 투자 성공에 걸림돌이 된다. 좋은 기업이 결국 좋은 주식이 되는 것은 이론적으로 맞다. 다만 좋은 기업이 좋은 주식이 될 수 있는 시기까지 장기 투자할 수 있는 투자 마인드와 자금 계획이 되어야 한다. 그러한 투자를 하고자 한다면, 당장 급한 자금으로 레버리지를 활용해 가면서 투자해서는 안 된다. 단기거래에 능숙한 사람이거나 기업 가치보다는 시세에 투자하려 한다면 당장의 이슈나 모멘텀에 더 집중해서 투자해야 한다. 글로벌 자금들이 안전자산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당장의 시세차익을 노리고 투자한다면 번번이 손실일 가능성이 크다. 그러다 보면 모멘텀도 이슈도 부실한 그저 투기 심리에 의해 움직이는 주식만이 보일 것이다. 투자의 목적이나 기업을 바라보기보다는 그저 주가만을 바라보게 될 것이다.

수급에만 연연하여 마치 시장 안의 상대 투자자들과 전쟁이라도 하는 듯한 최근의 일부 투자자들을 보며 주식 시장을 다시 돌아보게 된다. 주식 투자자에게는 세상을 바라보는, 시장을 바라보는 다양성과 유연성이 매우 중요하다.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으려 할 때 큰 실수를 하지 않을 것이며, 수익의 기회가 더욱 선명하게 보일 것이다.